탄가루는 배에 선적할 때만 날리는게 아니었다. 도계에서 수십 량의 화차에 무연탄을 싣고 달려온 기차는 일단 묵호항역에 대기 하다, 항구 안에 있는 노천 저탄장으로 왔다.
철로는 저탄장 위에 있어, 홍익회 근무자가 화차의 문을 양쪽에서 열면 탄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탄가루가 구름처럼 하늘 높이 날았다.
저탄장에는 큰 칸막이 구조물이 있어 화주와 계약한 양을 하역한 후 다음 칸에 또 하역하느라 탄가루는 하루 종일 날렸다.
화차에서 하역된 연탄은 레일 밑으로 나 있는 굴을 통해 아래쪽의 벨트를 타고 선적기로 실려 나갔다.
한편, 정동진에 있는 탄광에서 트럭에 싣고 오는 무연탄은 부두 야적장에 쌓아 놓았다.
이 탄 역시도 시트로 덮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바람이 불면 그대로 날려 묵호 시내로 날아갔다.
야적장의 연탄 중 화력발전소로 가는 탄은 주로 질 낮은 것들이었다. 이 무급탄은 질이 나빠 도 감미용으로 야적장 밑에 수시로 깔아질 좋은 탄과 섞이기도 했다.
야적장에 상주하는 페이로다 기사는 야적물량이 없어지면 늘 바닥이 푹 파였는데, 이곳에 무급탄을 깔아 매웠다가 다시 트럭에 실을 때는 급수탄과 섞어 버렸다.
연탄공장에서는 흙까지 섞어 구공탄을 만드는 실정이라, 무급탄이 섞였다 해도 품질에 큰 지장이 없었다.
또, 야적장이나 저탄장이나 늘 바람에 비산 되어 없어지는 탄의 양이 만만치 않은데, 이걸 보충하는게 무급탄이 한 역할을 했다.
또, 부족분의 탄은 비와 습기로 어느 정도 상쇄했다. 탄을 선적할 때는 부피로 측정하는게 아니라 무게로 했기 때문이었다.
화주나 선박, 대리점 관계자들이 무엇보다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돌덩이 탄이었다.
이 돌덩이를 깨면 배의 부피로 늘어나 손실 양을 보충하는 효자였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탄이 바람에 새카맣게 날아가고 ,비 맞아 축축해져도 서류에 쩍힌대로 제 양이 항구에 도착했다는 자체가 신기해, ‘탄은 요물이야!’ 라며 흡족해했다.
한 소장이 지금은 술 담배를 모두 끊었지만 50 년전에는 묵호 경제를 살리는데 자신이 일익을 담당 했노라고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