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인종 문제로 곤욕을 겪는 미국에서 또 요상한 판결이 나왔다. 이번에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발생했다. 대학 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이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 어퍼머티브 액션은 소수 집단 우대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흑인들과 히스패닉계에 대한 일종의 우대정책이다. 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혀왔다. 백인 역차별 논란에도 60여 년 간 명맥을 유지한 제도가 대법원 위헌 판결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법원에서는 대학들이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피부색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판단해 왔다면서 인종이 아닌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미국 대법원의 판결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 6명이 모두 위헌 의견을 내면서 결정됐다.
이와관련한 좌우 진영의 찬반 의견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백인이 주축이 된 소송 당사자인 시민단체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지만 민권 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은 이번 판결은 모든 인종의 대다수 미국인들이 축하할 결과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권 단체는 인종적 형평성과 정의, 역사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을 위한 기회가 박탈됐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 대선 후보에 뛰어든 트럼프와 바이든의 생각도 극명하게 갈린다. 트럼프는 미국이 이제 능력 중심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반긴 반면, 현 대통령인 바이든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내 엄마단체들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진보 보수로 나뉘는 엄마단체들은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닌 정치단체화하고 있다. 정치인들도 이런 것을 노리는 듯 하다. 이번 판결은 내년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트럼프나 브라질 전 대통령이었던 보우소나루도 인종차별정책에서 최첨단에 선 인물들이다. 미국의 트럼프는 대표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이다. 그는 미 대통령이 되면서 멕시코 국경지대에 엄청난 담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철저하게 백인 우선주의를 강조해서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동양계 이민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브라질의 전 대통령인 보우소나루도 트럼프와 난형난제의 인물이다. 인종차별을 대선 전략의 가장 앞자리에 놓았던 인물이다. 보우소나루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이런 저런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트럼프처럼 형사 기소된 상태이다. 보우소나루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까지 연금개혁과 관련한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프랑스에서 이번에는 인종차별로 인한 이슈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에서 프랑스 경찰이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던 알제리계 10대 운전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이와 관련된 시위는 해당지역인 낭테르를 넘어 파르세유와 리옹, 툴루즈, 릴 등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과 군경찰은 4만 명까지 늘었다. 화재 3천8백 건에 체포 인원도 8백7십 명을 넘자 프랑스 당국은 비상사태 선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시위가 벌어졌을 때 엘튼 존 콘서트에 참석해 비난을 받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SNS 때문에 아이들이 집회에 나온다며 부모들이 자제시켜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유엔은 평화 집회를 당부하면서도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다. 이번 시위는 지난 3월부터 전국적으로 계속된 연금개혁 반대 시위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알제리계 소년의 죽음에대한 책임을 묻는 시위가 점점 과격한 양상을 띠면서 프랑스 당국이 또 한차례 큰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과는 거리가 멀어야 할 스포츠에도 인종차별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유명 축구팀인 PSG의 감독이자 이제 그곳을 떠날 예정인 갈티에 감독이 인종차별 혐의로 체포위기에 몰려 있다. 이 감독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종차별로 구설에 오른 인물이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프랑스 리그로 옮길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이강인도 스페인에서 이런 저런 인종차별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것과 관련해 수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스페인 동부에 있는 발렌시아 지방 검찰은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니시우스는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발렌시아와 경기 중 골문 뒤편에 앉은 홈 관중에게 심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한국도 대표적인 인종차별 국가에 포함된다. 한국에 와 있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 가운데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여기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한국이 결코 타국의 흉을 볼 입장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이 인종차별문제가 극대화되고 있다. 이런 저런 분노를 인종차별에 쏟아 붓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에 가 본 사람들은 말한다. 미국에서 황인종을 가장 인종차별하는 것은 바로 흑인들이라고 말이다. 자신들이 백인에게 심한 인종 차별을 받은 것을 황인종에게 화풀이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황인종은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차별시 하고 그들도 다시 황인종을 차별하면서 인종차별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생긴 것이 다르듯 피부색깔도 다르게 마련이다. 대륙별로 피부색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사람의 피부색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차별하고 모욕을 주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격이 없는 처사이다. 지금 지구촌은 바로 이 인종차별때문에 더욱 갈등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문명화되고 교육수준도 더욱 향상되는데 왜 인종차별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지 정말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나서서 인종차별을 부채질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암울한 느낌이다.
2023년 7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