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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5일 수도 베이징에서 제2회 유라시아 경제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반(反)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을 다음 달 시행한다. 법 규정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해석·집행할 여지가 크다고 한다. 국가 안보를 앞세워 처벌을 남발할 수도 있다. 25만여 명의 우리 교민과 기업, 여행객들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당할 우려가 높다.
이 법은 간첩 행위의 정의를 ‘국가 안보 및 이익에 위배되는 활동’으로 넓혔다. 하지만 안보와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비밀 문건으로 분류되지 않은 자료와 물품도 유출 시 처벌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기사를 검색·저장하는 행위만으로도 수사받을 수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북한 관련 인사를 만나거나 북·중 접경 지역을 촬영하는 행위도 처벌될 수 있다. 여행객들이 의도치 않게 군사 시설이나 방산 업체, 보안 구역을 찍거나 시위 현장 방문, 시위대 촬영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들의 시장 조사와 정보 수집 등도 자칫 제재 받을 위험성이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스파이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기업 실사 업체인 민츠 그룹 직원이 보안 수칙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베인앤컴퍼니가 조사를 받았다. 한 다국적 리서치 업체는 대대적 압수 수색을 당했다. 하지만 어떤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미국 기업들은 임직원을 중국에 출장 보내는 것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일본 제약회사 직원이 반간첩법 혐의로 구속됐고, 2021년엔 캐나다인 2명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는 한 달 넘게 구금 중이다.
그동안 중국은 정치적으로 외국인을 체포·구금하고 외국 기업을 자기들 뜻대로 수사하곤 했다. 외국에서 처벌받은 자국 인사와 맞바꾸기 위해 ‘인질 외교’를 벌인다는 비판마저 받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 이런 일은 더 빈번해 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1차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여행객도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불필요한 방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