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노총 간부 출신이 ‘간첩목사’ 공범…“제주 장악하려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3.01.27 16:19
업데이트 2023.01.27 17:30
이창훈 기자 허정원 기자 오효정 기자 구독
국가정보원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내 간첩 조직의 총책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조직국장 A씨가 연락을 주고받아온 또 다른 민노총 간부 출신 B씨가 과거 ‘간첩 목사’ 사건의 공범이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정원은 2015년 간첩 목사 사건과 현재 수사중인 민노총 간부 간첩 사건, 제주 'ㅎㄱㅎ' 간첩 사건 등이 모두 인적으로 연결돼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가고 있다.뉴스1
국가정보원은 지난 18일 민노총 본부를 포함해 전·직 간부의 사무실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A씨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공작금을 받은 전력이 있는 B씨와 지난해 10~11월 9차례에 걸쳐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했다.
B씨는 2010년대 초반부터 민노총 민주일반연맹 정책실장·사무처장, 전국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 등을 지낸 민노총 간부 출신이다. B씨는 2015년 4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225국(문화교류국 전신)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전달받고 활동비 명목으로 1만8900달러를 받은 혐의로 2021년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B씨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B씨는 ‘목사 간첩’ 사건의 주범 김모씨의 지시로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 김씨는 2011년 4월 중국 다롄, 2012년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문화교류국 소속 이광진 등 공작원을 만나 북한의 지령을 받고 정세보고를 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2월 기소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B씨는 2015년 3월 서울 송파구와 서울 종로구의 모처에서 김씨를 만나 접선 일정, 주요 질문 내용과 답변 요령, 공항 세관 예상 답변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B씨는 귀국 길에 활동비로 받은 달러가 세관 단속에 걸리자 “카지노에서 돈을 땄다”라며 김씨와 미리 준비한대로 답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2015년 목사 간첩 사건을 수사하면서 B씨의 공범 여부도 파악했지만, 추가 증거 확보를 거친 후 2021년에야 기소했다.
국정원은 A씨의 거주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서 “(북한이)A씨 등 장기간에 걸쳐 민노총에서 주요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포섭해 장기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적시했다. 목사 간첩 사건서부터 이어진 민노총 간부의 대공 용의점에 대해 추적을 해온 것이다. A씨와 B씨는 민노총 주관 워크숍과 토론회 등에 함께 참석하고 이주노동자희망센터 활동 등을 함께 하면서 오랫동안 교류를 이어왔다.
당국이 의심하는 북한 문화교류국과 ‘ㅎㄱㅎ’ 간 교신·지령 내용 그래픽 이미지.
A씨는 B씨 뿐만 아니라 민노총 금속노조 간부 출신으로 제주 평화쉼터 대표를 지낸 C씨와도 교류를 이어왔다고 국정원은 의심하고 있다. C씨는 2017년 9월 말레이시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며 교신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국정원은 지난 18일 C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국정원은 C씨가 진보정당 소속으로 ‘ㅎㄱㅎ’로 알려진 제주의 지하조직 조성 의혹을 받는 D씨와 연락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에 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D씨를 포함한 ’ㅎㄱㅎ’ 일당이 민노총 제주본부를 거점 삼아 진보진영 인사들의 지방의회 진출을 모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C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A씨를 알고 지내며 연락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C씨는 “지난해 12월 이주노동센터를 통해 방글라데시에 송금할 일이 있어서 A씨와 메신저로 연락했다. 송금 관련 대화한 내용이 다 기록에 남아있다”라며 “국정원에서 휴대전화 가져갔는데, 특이점이 없다는 걸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C씨는 또 D씨와의 관계에 대해 “쉼터 숙소 이용으로 연락을 한 적이 있지만, 일반적인 예약 문의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자 기록이 남아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창훈·허정원·오효정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출처 [단독]민노총 간부 출신이 ‘간첩목사’ 공범…“제주 장악하려 했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