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 하느님이 맺어준 선물, 부부 / 최인각 신부
발행일2019-09-22
[제3162호, 3면]
15년 전부터 교구 법원에서 혼인무효소송 재판관을 하고 있습니다. 혼인무효소송 과정 중 의뢰인(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놀랄만한 사연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미 헤어져서 교회법적으로 정리하기 위하여 찾아오신 착한 분들의 사연은 더 그랬습니다. 혼인 생활의 어려움을 그려낸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보다 훨씬 극적이며 복잡하고 고통이 심해 보였기에, 기구한 운명을 지닌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오죽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부부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저 남편은?’, ‘저 부인은?’,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니 그렇지’ 하며 모든 부부를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오는 법. 부부들을 문제로 바라보고 말하는 습관이 저에게 생겼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 “신부님이 어려워하는 부부들과 주로 만나서 그렇지, 모든 부부가 그렇지 않아요. 정상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아요. 빨리 편견에서 벗어나세요”하고 충고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편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제 편견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신학교에서 혼인법을 강의하면서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혼인은 자기의 행복을 위하여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자기의 행복이 혼인의 조건(우선시)이 된다면, 더 좋은 조건(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어졌을 때, 현재의 배우자를 내려놓아도 된다는 말이 되겠네요.” 하며, ‘옳지 않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는 “혼인은 본인의 행복이 아니라, 나와 배우자의 행복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나를 배우자에게 파견하신 일입니다. 그래서 혼인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로서 성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너’의 행복을 위해 파견된 이로서, 그 소명을 다해야 하는 소임이 있습니다. 행복을 만들어주는 임무, 그것이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실천하면서 창조(자녀출산)와 구원(행복)을 맛보게 됩니다.”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혼인 특강 때 신자들에게도 전하며, “여러분, 혀를 부드럽게 해서 저를 따라 해보세요. 여봉! 저능 당신의 행복을 위해성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사람이올시당. 마음대로 하소성.”하고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배우자에게 큰절을 하며 다정하게 고백해보라고도 합니다.
제가 혼인에 대하여 다른 의식을 갖게 되면서, 많은 부부가 배우자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고, 그것은 아주 엄청난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부들의 삶이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서 부족한 나를 배우자로 삼아주신 주님과 교회가 한없이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를 위한 ME 교육에 참여하였고, 안법고에 와서는, ‘더 좋은 건강, 지성, 인성으로 행복을 만들어주는 사람’을 교육목표로 삼아 조금씩 실천하려 하고 있습니다.
최인각 신부(안법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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