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의 눈] 꿈(?)은 이루어진다! / 안봉환 신부
발행일2023-08-20 [제3356호, 23면]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전 때 ‘붉은 악마’의 함성과 함께 ‘꿈★은 이루어진다’는 카드섹션 문구는 우리 모두의 꿈이 반드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자신감,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존 업다이크(John Hoyer Updike, 1932~2009)는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무 살 갓 넘은 가건물에서 미사를 봉헌해 오면서 새 성전을 바라는 신자들과 2년 반을 함께 보냈다. 참으로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의 공동선을 위하여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시는 성령을 여러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주신다. 한번은 사목회에서 성전 신축 기도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사목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한 달 동안 신자들로부터 기도문을 공모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공모된 기도문들을 모아 정성껏 편집해 성전 신축 기도문을 만들었고, 주교님께 찾아가 인가와 축복을 받아 날마다 기도문을 열심히 바쳐왔다. 주요 안건이 생기면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신자들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해 문제의 해결 방식을 찾았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이,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에 따라 지식의 말씀이 주어집니다.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 안에서 믿음이,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 이 모든 것을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 일으키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주십니다.”(1코린 12,4-11)
하지만 함께하는 여정 가운데 성전 신축이라는 목적지까지 도달하려면 아직도 멀기만 하다. 성전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년 동안 여러 성당을 방문하여 그곳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내부 설계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여러 비품 배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성전 신축 기금이 6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기본 설계도를 작성해야 할 때가 왔다. 평소에 친분이 깊은 ○○교구 최○○신부님에게 신심 깊고 능력 있는 건축설계사를 한 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얼마 후 건축과 전례에 조예가 깊은 최 신부님은 건축설계사 심 미카엘 소장과 함께 직접 방문해 주셨다. 서너 시간 정도 본당 내·외부 상황을 설명드리고 주변 건물과 지형을 함께 둘러본 다음 미카엘 소장은 신축 성전 위치와 내부 설계를 잘 구상해 보겠다고 했다.
한 달 후 미카엘 소장으로부터 설계도 초안을 받았고 여러 차례 전화와 메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정·보완을 거쳐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주방에서 수고하는 자매들을 만나면 “여러 성당과 기관들을 방문해서 그곳 주방의 설계와 배치를 눈여겨보세요.” 사무장을 보면 “인근 성당에 가서 사무실 구조와 배치를 눈여겨보세요”라고 종용했다.
미카엘 소장은 본당 신자들에게 두 차례의 설명회와 공청회를 열어 기본 설계를 더욱더 보완했고 제대와 성가대, 주방과 사무실 등 대중 시설의 편리한 구조와 실용적인 비품 배치에 대해 각 단체장 또는 개인을 만나 여러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적용해 나갔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로마 8,28) 인근 성당에 다녀온 사무장이 웃으며 말한다. “그곳 사무장님이 ‘왜 너희 본당 신부님은 사무실에 관심이 많으시냐?’고 묻더라고요.” 언젠가는 본당 신자들이 꿈꾸는 성전이 세워질 것이다.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