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10분에 경기장 도착, 동우짱님 만나서 예매티켓 발권하고 입장하는데 티켓 4장중 한장을 어디다 흘렸나봅니다. 손에 들고 있는 티켓이 세장 뿐입니다. 야구장 게이트에서는 확인이 안된다기에 매표소로 다시 내려가 줄을 섰다가 재발급을 받았습니다. 다시 게이트를 지나 3층 관중석까지 올라가니까 딱 20분이 걸립니다. 더운데 걸었더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6시 30분에 경기장 입장, 1회말 수비를 보는데 카스테라님이 도착하셨다는 전화가 옵니다. 티켓을 들고 한층 내려가 회원님 모시고 다시 자리로 올라옵니다. 더운데 걸었더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2)
2회초 공격을 보는데 쏭다님이 도착하셨다는 카톡이 옵니다. 티켓을 들고 한층 내려가 회원님 모시고 다시 자리로 올라옵니다. 더운데 걸었더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3) 옆자리가 전부 비어 있었으니 한칸씩 띄어 앉았어도 되는데 뭐 그리 사이가 좋은지 넷이 나란히 앉아서 부채질만 했네요. 많이 걷고 날씨는 푹푹 쪄서 땀범벅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그럴만큼 오늘 경기는 깔끔했습니다.
사실, 게임 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할 부분이 없습니다. 별다른 위기도 없었고, 꼭 잡아야 할 찬스를 어이없이 날린 상황도 없었죠. 황당한 실책이나 주루미스, 불펜의 불쇼나 벤치의 판단착오 같은 것이 딱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상대는 자멸했고 우린 필요한 점수를 뽑아 잘 지켰습니다. 원래 강팀은 별다른 긴장이나 '쪼임' 없이 이기는데 오늘 경기가 그랬습니다. 경기 막판 유일하게 위기(?)가 찾아왔는데 상대 주자가 스타트를 끊은 사이 타구가 3루수 앞으로 가서 <자동태그>가 됐죠. 잘 풀리는 경기에선 이런 것도 나옵니다. 재수없는 X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잘되는 X은 뭘해도 잘 된다고 하죠. 오늘 경기가 나름 그랬습니다.
칭찬할 선수를 찾자면 단연 바티스타입니다. 구위와 제구 모두 나무랄 데 없었습니다. 오늘 상대 타순 자체가 좀 약했지만 그래도 주치키와의 대결이라 부담이 많았을텐데 적은 투구수로 효과적인 공을 던졌습니다. 선발에서 못 던진 투수가 불펜에서 회복하는 경우는 많아도, 불펜에서 못 던진 투수가 선발로 잘 던지기는 어려운데 바티스타는 두경기째 그걸 하네요. 이러면 선발 요원 6명이 생기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수도 있겠습니다. 아울러, 그의 공을 받아준 정범모도 오늘은 수비에서 만점이었습니다. 어차피 내년 이후부터는 하루 종일 경기를 책임지는 숫자가 더 많아질텐데 빨리 실력이 더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오선진은 오늘도 멀티히트를 기록합니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진 않아서 OPS는 좀 부족하지만 일단 <고타율>을 기록하면 사람들에게 자기 이름을 명확히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이름을 알리는 게 왜 중요하냐면, 내년에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안치홍 김선빈 김상수 같은 내야수들과 백업 경쟁을 벌여야 되는데, 올해 .310+를 한번 찍어놓고 내년에 힘을 좀 내면 AG대표 승선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타이밍'이니까요. 그에게 큰 행운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김태균이 무안타라 아쉽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모습은 하나 봤습니다. 경기 후반 나온 우익수 플라이 때문입니다. 임팩트 순간에는 굉장히 짧을 줄 알았는데 타구가 죽지 않고 제법 멀리 갔습니다. 대전이었으면 최소한 담장을 맞출 수도 있었을 겁니다. 타구에 힘이 실려 멀리 간다는 건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얘깁니다. 선구안이 살아있고 여름에도 강점을 보이는 타자니까 정말로 4할에 한번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강동우가 내려갔고 모처럼 추승우가 왔죠. 사실 외야 자리가 꽉 차서 자리가 나기 힘들었고 시즌 내내 기회가 없으니 소위 '멘붕' 상태가 돼서 몸만들기를 좀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우려 했습니다. 실제로 야구를 그만 둔다는 소문이 돌았었고요. 하지만 훈련은 소화한 것 같네요. 강동우가 거의 '방전'상태로 체력이 떨어진 듯 보이는데 당분간 김경언-고동진과 함께 CF-RF자리를 좀 메워주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혼나야 할 사람은 딱 한명. 이양기입니다. 3안타나 쳤으니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외야에서 타구를 잘못 판단했고, 양손을 쓰지 않은 채 글러브로만 잡았으며 후속동작을 빨리 가져가지 않아서 주자에게 한 베이스를 더 허용했습니다. 5점차였고, 경기 막판이었으며 그 주자가 스스로 죽어줬으니 망정이지, 접전중인 상황이었으면 게임을 내줄수도 있는 실수였습니다. 때로는 서너개의 안타보다 그런 작은 움직임이 팀의 운명을 더 크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원래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그렇게 소소한 곳에서 나오죠. 날씨 덥고 출장도 많지 않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실수는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중요한 순간마다 대타로 나와 팀을 구해낸 타자니까 오늘 실수는 앞으로 방망이로 많이 만회해주기 바랍니다.
8회에 최강한화 vs 무적엘지 구호 대결이 벌어졌죠. 포수 뒤에서 본 바로는 나름 재밌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응원을 방해(?)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거든요. '꼴찌한화'를 외치는 건 명백한 비매너인데, '무적엘지' 정도라면 그냥 '기싸움'으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잠실은 지역 특성상 원정팀 팬이 많을 뿐, 엄연히 LG 홈구장이거든요. 그리고 수비할 때 응원을 자제하자는 협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나, 그것은 앰프를 쓰지 말자는 얘기지 관중들이 구호를 외치지 못하게 하자는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무적엘지 구호를 응원단장이 주도한 건 아니잖아요. 관중들이 외치는데 단장이 나서서 말릴수야 없겠죠. 우리도 가끔 수비할 때 '삼진'을 외치니까 그런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원래 응원에는 어느 정도의 '야유'가 포함돼 있죠. 그 야유가 '선'을 넘으면 문제가 되는건데, 무적엘지 정도라면 그냥 '그래라, 하던지 말던지' 하고 쿨하게 넘기면 된다고 봅니다.
만일, 8회 육성응원 타이밍에 추임새를 넣는 게 보기 싫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강한화를 더 크게, 더 많은 사람이 하는거고 또 하나는 타석에 있는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치는 겁니다. 사실 상대 응원단을 조용하게 만드는 데는 두번째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8회초 정범모의 우전안타처럼 말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잠실에서 이걸 참 잘했던 사람이 이승엽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이승엽 응원구호가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별다른 추임새 없이 '(짝짝)이! (짝짝)승! (짝짝)엽! (짝짝) 홈런! 이걸 반복합니다. 그런데 인기도 많고 장타에 대한 기대치가 크니까 응원 소리가 굉장히 큽니다. 특히 경기 중후반 찬스에 이승엽이 나오면 저 응원 소리는 굉장해집니다. 잠실에서 여러번 직접 들어본 바, 접전상황에서라면 우리 육성응원보다 더 컸습니다.
그러면 두산이나 LG응원단에서는 삼진, 혹은 공수교대 구호로 맞습니다. 수만 관중이 정확히 둘로 나뉘어 홈런과 삼진을 외쳐대며 목소리를 점점 높이는 순간, 이승엽은 거기서 장타를 참 많이 때렸습니다. 그러면 3루는 뒤집어지고 1루는 찬물을 끼얹은 것 처럼 조용해지죠. 아마 그걸 본 3루 삼성 팬들은 굉장히 통쾌했을겁니다. 우리 타자들도 그런 걸 하면 됩니다. 사실, 야구를 잘하면 남들한테 놀림 받거나 조롱당할 일은 없거든요. 다음에는 8회에 상대 응원단에서 단체응원이 나오면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상대 투수의 공을 꼭 멀리 날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참 1번 선발님은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늘 그래왔지만 오늘도 100% 공감이용...^^ 그리고, 오선진에 대한 의견은 제가 못 보던 관점...!! 역시 인생은 기회지요...^^ 오늘 집에서 경기보면서... 참으로 뿌듯하더라구요... ㅋ
아... 걍 요듬 더 즐거워요. 다른 관점에서 이글스의 경기를 보고 있으니
야구는 팬들이 함성을 외쳐야 더 신나요 와우 상위권으로 올라가기위해서 한발한발 올라가죠 낼 sk 잡고 한단계 올라갑시다 한화이글스홧팅
요즘 무더위에 기분좋은소식 입니다
화이팅!
이양기...ㅡㅡ; 중계화면에선 한캡틴도 이양기에게 뭐라고 하는걸로 보였어요. 점수차가 컸고 이겼으니 망정이지 정말 그런 방심은 안됩니다. 어렵게 잡은건 그렇다쳐도 넥스트 플레이를 소홀히 처리한 건 혼나 마땅합니다.
저도 포수 뒷쪽에서 봤었는데요 ㅋㅋ 어제도 그렇고 우리팬들의 육성응원은 타팀의 응원을 압도하더군요 ㅋㅋ 오늘 야구란 걸 처음으로 보는 친구도 육성응원을 보고 한화팬이 되겠다 하네요 ㅋ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이양기 선수의 좌익수 수비 공을 포구후 안일하게 대처하다
박용택이 2루로 그냥 보냈었죠...항상 매게임 매순간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됩니다.
이런 기본가 하나하나가 밑거름이 되서 열매와 결실로 이어지는데 말입니다.
8회응원 대결은 롯데 처럼 타팀 비방 보단 자기팀 응원하면서 기싸움이 좋아보이네요 ^^ 원정와서 타팀비난하는 무개념 보단 정말 이런문화 좋습니다
어제 외야에서 직관을 해서 보다 자세히 볼수 있었는데 최진행이 빠지고 우익수에 있던 이양기가 좌익수 수비로 가서 외야플라이를 잡는 과정이 너무도 불안했고 그 후속과정은 너무도 안이했습니다!! 2루수였던 한상훈이가 공을 잡고 뭐라고 한게 방송에 잡히더군요...
어제 이양기 수비는 정말 한심했습니다. 한시즌 홈런 50개를 친다고 해도 그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정말 용납이 안되고 싫습니다.
홈런 50개 치면 용서는 될것 같아요, 그냥 지명타자 시켜두 되고, 태클은 아니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ㅎㅎ
야구에 만루홈런.호수비.4할복귀. 그 어떤 조건보다도 연승만큼 기분좋은건 없군요.
무적엘지 정도는 이해하는게 맞는거 같네요 말씀하신거처럼 저희도 삼진 외치고 하니깐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