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태웠어...모두 불태웠어...새하얗게...” 복싱 명작만화 ‘내일의 죠’에서 주인공 죠의 마지막 대사다.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선수이자 전 세계 복싱 영웅인 매니 파퀴아오를 떠올리면 죠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난다. 그저 복싱이 좋아서 시작했고, 복싱선수로 성공한 이후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항상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로 시합에 임하는 그 자세가 마지막 불꽃마저 불태우길 바라는 듯하다.
명실상부 아시아 역대 최고의 스포츠 선수
아시아 스포츠선수로는 처음으로 2009년에 타임지 표지모델을 장식한 매니 파퀴아오는 세계적인 복싱잡지 링지에서 체급에 상관없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그의 파이트머니는 2500만달러(한화280억)에 육박한다.
아시아에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있지만 파퀴아오 앞에서는 모두 한 수 접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전 세계에서 인지도 및 명성으로 그를 따라갈 아시아 스포츠 스타는 없다.
파퀴아오는 1995년 라이트플라이급으로 프로무대에 데뷔하였다. 그는 1998년 플라이급에서 출발해 2010년 주니어미들급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세계챔피언에 등극했고 복싱 역사상 유일무이한 8체급 석권이라는 신화를 썼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멕시코가 나은 세계적인복서인 후안 마누엘 마르케즈(파퀴아오 상대전적 2승 1패 1무)와 안토니오 바레라 그리고 미국의 자존심이자 6체급을 석권한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를 박살 냈고 영국의 복싱영웅 리키 해튼과 중남미를 대표하는 미구엘 코토등 수많은 강자들을 체급을 올리면서 쓰러뜨렸다.
그가 그동안 거쳐 간 체급만 해도 10 체급이다. 그 동안 무려 20㎏에 가까운 체중을 늘렸으나 핸드스피드와 현란한 풋워크 능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주먹의 파괴력만 늘어났다. 체중을 늘리게 되면 스피드는 떨어지는 게 보통이라 일반적인 복싱 상식으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169cm의 단신 파퀴아오는 체급을 올릴수록 강한 면모를 보여줬고 무한체력과 격이 다른 스피드를 앞세운 연타로 180㎝에 이르는 중량급 강타자들을 마구 두들기는 신기를 보여줬다.
단순히 기록만 좋아서가 아니라 같은 체급에 적수가 없어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체급을 올려서 도전해 나가는 그의 정신과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는 그의 복싱스타일이 전 세계 복싱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과거 복싱 흥행을 주도했던 선수가 무하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 이라면 현재 전 세계 복싱흥행은 파퀴아오가 주도 하고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싱영웅 ‘골든보이’호야를 넘어서 전설에 등극하다.
파퀴아오의 전적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인상 깊은 승리를 꼽으라면 단연 ‘골든보이’ 호야와의 시합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12월 7일(한국시각)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WBC 웰터급 논타이틀전(12R) 오스카 델라 호야와의 대결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야의 우세를 점친 시합이었다. 호야는 파퀴아오 보다 무려 11cm가 컸고, 파퀴아오가 라이트급에서 체중을 5.65kg이나 증량해야 했기에 파퀴아오가 그의 장점인 스피드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파퀴아오가 8회 TKO승을 거두었고 세계타이틀 6체급 석권의 '골든보이' 호야마저 넘어서며 복싱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날 시합에서 파퀴아오는 시합 초반부터 호야에게 저돌적으로 돌격했고, 작은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한 박자 더 빠른 잽과 스트레이트로 호야의 안면에 자신의 주먹을 꽂아 넣었고 3라운드부터 호야의 안면이 붉게 부어오르게 되었다.
결국 8라운드 종료 후 호야측 세컨드에서 시합을 포기하고 말았다. 시합을 중단한 베리스타인 트레이너는 인터뷰를 통해 "호야의 위대함이 더 이상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어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해는 지는 법, 최강의 적수만이 남다.
2012년은 파퀴아오에게 데뷔이래 가장 잔혹한 한 해였다. 2012년 6월 WBO 웰터급 타이틀 방어전에서 티모시 브래들리를 상대로 석연치 않은 판정패를 당한 파퀴아오는 같은 해 12월 9일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와의 4차전(상대전적 파퀴아오 2승 1패 1무)인 웰터급 논타이틀전에서 6라운드 종료 1초를 남기고 카운터 훅을 허용, 충격적인 실신 KO패를 당했다.
또, 필리핀의 신경과 전문의인 루스티코 히메네즈가 필리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파퀴아오가 파킨슨병 초기증세가 의심된다며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경고했고 현재로서는 다시 링에 설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말이 나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파퀴아오측에서는 이러한 말들을 일축하고 조만간 링위에 오를 것이라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36세이고, 이미 2~3년 전부터 꾸준히 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즉, 그에게 남은 복싱 여정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의 복싱 여정을 하얗게 불태울 가장 적합한 상대가 누구일까? 그건 바로 미국의 자존심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전 43승 26KO 무패)다. 메이웨더는 뛰어난 회피 능력과 환상적인 콤비네이션 그리고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극강의 디펜스를 자랑한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는 한 번도 시합을 가진 적이 없다. 파퀴아오가 무엇이든 뚫는 창이라면 메이웨더는 무엇이든 막아내는 방패라고 할 수 있다. 상반되는 스타일의 두 복싱영웅의 시합을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복싱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두 거물간의 시합이 계속 추진되었으나 시합이 두 차례 결렬 된 바 있다. 첫 번째는 메이웨더 측에서 파퀴아오의 혈액체취 테스트(올림픽 수준의 도핑)를 요청했으나 이를 파퀴아오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두 번째는 혈액검사를 하겠다고 파퀴아오측에서 제의했으나 메이웨더 측에서 답변을 하지 않아 결렬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파퀴아오가 은퇴할 때까지 그 전적에 메이웨더가 포함될 수 있을 까.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대결은 세기의 대결이자 동서양의 자존심이 걸린 매치다. 파퀴아오가 더 노쇠하기 전에 메이웨더와의 시합이 성립된다면 그에게도 그의 복싱인생을 가장 멋지게 연소시킬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될 것이다. ‘팩매’ 매니 파퀴아오가 세기의 대결을 통해 아시아의 자존심을 드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매니 파퀴아오( Manny Pacquiao)
출생 : 1978년12월 17일 필리핀 신장 : 169cm 데뷔 : 1995년 프로전향 전적 : 54전(38KO) 5패 2무 경력 : 복싱 역사상 최초 세계복싱8체급석권(챔피언) 2010 WBC 주니어미들급 챔피언 2009 WBO 웰터급 챔피언 2009 IBO 라이트웰터급 챔피언 2008 WBC 라이트급 챔피언 2008 WBC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 2008 더 링 매거진 슈퍼 페더급 챔피언 2005 WBC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 2003 더 링 매거진 페더급 챔피언 2001 IBF 슈퍼 밴텀급 챔피언 1999 WBC 슈퍼 밴텀급 챔피언 1998 WBC 플라이급 챔피언 2010년 5월 필리핀 현 하원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