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시영아파트*는 이제 없다/ 조명선
광주리 가득 채워 오가던 그 어디쯤
따뜻했다 행복했다 그러나 가난했다
비워진 연탄 창고엔 살아갈 날 쌓였다
신천 너머 오래된 저, 조붓한 복도 끝
열몇 평 사연들이 논쟁하듯 넘어와
엄마는 할머니 되고 어린 나는 엄마 되고
집집이 분주하게 밟아 올린 햇빛 속
백로 똥 비둘기 똥 비처럼 뿌려지던
젊은 날 전부가 되어 환장하게 그립다
*동인시영아파트: 1969년 준공된 대구 지역 첫 아파트로 건축된 지 50여 년 만에 재건축 사업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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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역에서/ 조명선
깍지 낀 손가락도 덤덤히 빼내면서
바람결 날린 소문 듣고도 모르는 척
가슴에 돌 몇 개 얹고 떠나온 역 기웃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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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 없겠다/ 조명선
정면으로 마주친 일
그땐 그게 절박했다
내 뒤에 네가 있어
서로의 등 내주는
배후의 배후가 되는
권법 하나 가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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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조명선 시조집/ 동인시영아파트는 이제 없다/ 천년의시작/ 2023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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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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