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이슈] “시장 규모만 20조원”… 커지는 예술형 주화 산업
美·中 등 주요국 발행… 국가 홍보수단으로 활용
MTB 등 대형 딜러 참여… 2차 시장까지 형성
한국도 도입 추진… 조폐公, 1월 연구용역 착수
”국제경쟁력 강화 위해 예술형 주화 육성해야”
작년 6월 공개된 '파리 2024 올림픽' 공식 기념주화. 왼쪽은 베르사유 궁전과 오른쪽은 이번 올림픽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브레이크 댄스)이 새겨져 있다. /뉴스1
최온정 기자
입력 2024.03.04. 06:00
업데이트 2024.03.04. 06:02
국가 상징물을 소재로 발행하는 기념주화인 ‘예술형 주화’ 시장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으며, 국가별 기념주화 시장 규모도 평균 3조원에 달한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조폐공사를 중심으로 예술형 주화 도입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 중이다.
4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중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영국, 호주 등 6개국에서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다. 2022년 6대 주요국의 전체 예술형 주화 매출 규모는 19조8620억원으로, 2019년(7조원)의 3배 수준이다.
◇ 미국은 독수리, 중국은 판다… 커지는 예술형 주화 시장
기념주화란 국가적 행사와 기념일, 역사적 사건 등을 기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를 말한다. 액면가가 표시돼있어 상거래에 이용할 수 있으며, 한국은행에 방문하면 액면가로 교환 가능하다. 과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만든 기념주화가 대표적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예술형 주화는 기념주화의 일종이다. 그러나 기념 목적보다는 국가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발행 기간이 길고 발행량도 많다. 미국에서는 독수리, 중국은 판다, 캐나다는 단풍, 오스트리아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자국을 상징하는 소재를 활용해 예술형 주화를 생산해왔다.
해외에서는 예술형 주화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주요국들은 MTB나 APMEX 등 복수의 국제 대형 딜러사를 지정해 수출을 위한 유통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내외 판매 및 2차 시장(재판매)까지 산업 생태계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가별 예술형 주화 발행 규모는 연평균 3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예술형 주화를 포함한 전체 기념주화 발행규모도 연 1~3회, 연간 3~5만장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인구 규모와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비슷한 호주나 스페인이 지난 2021년 각각 기념주화를 1650만장(182건), 116만장(15건) 발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메달(왼쪽)과 한국 명산의 사계 기념주화. 액면가 5만원이 새겨진 기념주화와 달리 기념메달은 액면가가 없다. /조폐공사 쇼핑몰 캡처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메달(왼쪽)과 한국 명산의 사계 기념주화. 액면가 5만원이 새겨진 기념주화와 달리 기념메달은 액면가가 없다. /조폐공사 쇼핑몰 캡처
예술형 주화 대신 기념 메달이나 불리온(Bullion·금괴) 메달이 거래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메달은 주화와 달리 액면가가 표시되지 않아 상거래에 사용할 수 없다. 법정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해외로 수출하면 관세도 붙는다. 이로 인해 시장 규모도 작고 수요도 저조하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불리온 메달 판매량은 9만장, 매출은 53억원 수준이었다.
◇ 한국도 도입 추진… 조폐公·한은·기재부 협의 필요
조폐공사에서는 국내 기념주화 발행 시장을 키우기 위해 예술형 주화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예술형 주화 사업 타당성 확보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7월 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예술형 주화 해외사례 및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4 세계화폐박람회' 모습. /한국조폐공사 제공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4 세계화폐박람회' 모습. /한국조폐공사 제공
최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2024년 세계화폐박람회(WMF)에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참여해 주요국의 예술형 주화 생산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WMF는 중앙은행과 조폐기관을 비롯한 귀금속 정·제련, 기계·설비 등 분야에서 전 세계 45개국, 30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폐 문화산업 박람회다.
그러나 연구 결과 사업 타당성이 확인되더라도 실제로 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 주체인 한국은행과도 협의가 필요하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자문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발행계획을 수립하더라도 뒤 기획재정부 승인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까지 거쳐야 한다. 7월 말 연구용역이 마무리된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금통위 의결이 진행될 수도 있다.
그나마 최근 한은이 기념주화 계획 수립 과정의 효율성을 높인 것은 희소식이다. 금통위는 지난달 17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자문위원회의 자문 대상에 기념화폐의 도안뿐 아니라 발행주제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화폐도안에 대한 자문만 받았는데, 이제는 주제에 대한 자문도 받는다. 아울러 향후 기념주화 발행 과정에 기재부와 실무협의를 추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예술형 주화 제조·판매 산업이 활성화되면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 문화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홍보할 수 있는 매개체로 예술형 주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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