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혁신도시 내 건립될 것이라던 `울산 신세계 백화점`이 물 건너갔다. 신세계 측은 대신 복합 쇼핑몰을 이곳에 세울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방향을 바꾼 이유는 간단하다. 백화점으론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백화점이 들어설 것으로 믿고 돈을 빌려 인근에 건물을 짓거나 주변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
신세계 측이 그간 견지해 온 태도는 거의 `시민 우롱`에 가깝다. 지난 2013년 5월 혁신도시 내 출점을 공식화 하면서 555억원을 들여 2만 4천㎡ 의 부지를 매입하자 인근 일대가 부동산 광풍에 휩싸였다. 지역 부동산업계가 경고음을 울렸을 정도다. 이후 소식이 감감하자 울산 중구가 2016년 2월 간담회를 요청하고 신세계 측과 `백화점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래도 미덥지 않아 중구가 지난해 7월 신세계 관계자들을 초치하고 확답을 요청하자 그들은 "통상 건설 공사기간이 약 2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5년 내 입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랬던 신세계 측이 채 1년도 되지 않아 백화점 대신 복합쇼핑 몰을 짓겠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이 이런 변화를 기획하려면 최소한 2~3년 동안 검토했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신세계는 이미 내부적으로 사업변경을 결정했으면서도 그 동안 울산 시민을 상대로 공수표를 날렸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신세계 측이 당시 매입한 땅은 현재 1천500억원을 호가한다. 미리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가만히 앉아 2배 이상 벌어들인 셈이다. 돈을 끌어다 싼 땅을 매입한 뒤 시세 차익을 노려 되파는 것만이 부동산 투기가 아니다. 국내 굴지의 백화점을 건설하겠노라 떠들어 주변 땅 값을 올리고 자신들이 매입한 부지 地價가 자연스레 상승하도록 하는 것 또한 일종의 부동산 투기라고 봐야 한다.
재벌 기업의 이윤추구 행태를 이미 울산 북구 강동권 개발사업에서 터득한 터라 신세계의 이런 모습이 크게 놀랍지 않다. 롯데 건설은 강동권 사업을 빌미로 울산시를 몇 번 들었다 놨다했다. 그러다가 결국 사업성을 이유로 개발사업을 접었다. 신세계 측도 향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 측이 잘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이곳에다 쇼핑몰을 짓든 백화점을 세우든, 울산 같은 지방도시는 지역주민들이 외면하면 그 업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기사입력: 2018/02/26 [15:1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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