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동행한 사람
창5:24
영국에서 이런 문제를 내고 답을 공모한 적이 있습니다.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공모에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수학자와 교통학자들까지 많은 사람이 응모했습니다. 비행기, 기차, 자동차,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방법, 지도상에 지름길을 측정해서 이들 교통수단들을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 등 답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1등을 한 사람의 답은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마음으로 가는 것입니다. 나머지 몸은 따라가면 그만입니다. '두 점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는 사랑이다'라는 말처럼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에녹의 동행이 그러합니다.
원용일 목사는 그의 책 [에녹과 함께한 동행]에서 에녹의 동행을 다음 8가지로 설명합니다.
① 이야기 나누는 동행 - 말씀 묵상과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일상적이고 친밀한 대화가 하나님과의 동행에서 필수인 것처럼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통해 동행 관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② 일상을 함께 하는 동행 - 특별한 사람, 특별한 날,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매일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영성이야말로 참된 영성입니다.
③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동행 - 하나님을 존경하고 "기분 좋게" 해드리는 제사장적 영성이 필요합니다. 곧,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준행하며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영광스러운 특권입니다. 하나님을 기분 좋게 해드리는 것처럼 누군가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동행의 기본입니다.
④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동행 - 참된 영성은 하나님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은 물론 자기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서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계신 하나님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⑤ 가족에게 인정받는 동행 - 가족은 모든 부분에서 동행할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그러기에 나의 신앙과 영성을 가족 모두가 인정하고 따를 수 있도록 가족을 돌봐야 합니다.
⑥ 일터에서 인정받는 동행 -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는 성경적 직업관에 근거한 직장생활을 통해 그리스도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⑦ 세상에서 고독하게 싸우는 동행 - 고독의 영적인 유익과 아울러 아무도 보는 이가 없을 때 거룩할 수 있는 영성이 참된 영성입니다.
⑧ 종말의 때까지 대를 잇는 동행 - "내가, 내 시대에, 나 혼자 힘으로"라는 거룩한 교만을 벗어버리고, 자녀들이 계속해서 우리의 꿈과 비전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바로 예수님과 함께 새 땅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동행의 약속은 예수님의 지상 생애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의 임마누엘이 그것을 입증해줍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며 그것은 하나님의 소원입니다. 하지만 행복한 동행은 하나님과의 관계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우리 모두는 동행의 즐거움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을 혼자가 아닌 '함께 살고'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함께 나눔과 상생의 공동체 속에서 삶의 의미가 있고, 그게 행복한 삶을 사는 지혜인 까닭입니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어 새로운 친구들이 우리의 가족으로 함께 하게 됩니다. 더디게, 팍팍하게 살아도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함께 가면서, 다양한 삶과 다양성을 인정하며,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동행의 기쁨과 위로가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여주동행(與主同行), 사제동행(師弟同行), 동료동행(同僚同行)의 행복한 동행을 꿈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