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던 조지훈의 시 <승무>. 감동받아 평생 외우던 시이지요.
승무(僧舞)는 승려들이 추는 속칭 '중춤'이라 하지만 불교의식에서 승려가 추는 춤이 아니고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매고 흰 고깔을 쓰고 추는 민속춤이랍니다. 춤의 구성은 체계적일 뿐 아니라 춤사위가 다양하고 춤의 기법 또한 독특한데, 6박자인 염불·도드리와 4박자인 타령·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춘다네요. 또 장단의 변화는 7차례나 있어 춤사위가 각각 다르게 구분, 정립 되지만 무리없이 조화를 잘 이룬답니다.
25.3.22.토.
승무(僧舞)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