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참으로 사연도 많고 애증도 많은 그런 관계이다. 고조선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3천년 가까이 이런 저런 국제적 대립이 좀 많았던가. 땅이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 옆에 있는 국가들이 겪어야할 숙명같은 일이지만 말이다. 러시아와 스웨덴이라는 강국사이에 끼었던 핀란드는 얼마나 험한 역사를 넘어왔던가. 스위스, 룩셈베르크, 벨기에 같은 나라들은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의 영향속에 수천년의 역사를 견디어 온 나라들 아닌가. 한때 세계 최강이라던 영국 옆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한국과 너무도 비슷한 환경이었다. 동유럽국가 대부분이 또 그렇다. 인도차이나 반도국가들인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미얀마 등도 비슷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그들은 가만히 나두지 않았고 특히 식민제국시대에는 서구 열광의 식민지로 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와 중국의 역사는 피비릿내나는 전쟁의 역사였다. 그나마 북방 민족들이 한족의 중국을 함락시키는 경우가 많아 원나라때 잠시 사위국이 된 것을 제외하고는 식민지화까지는 가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항상 적대관계만을 유지한 것은 아니였다.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문물이 자주 넘어오는 국가였으며 중국 스스로도 학문과 문학 예술이 발달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었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삼국과 고려 그리고 조선은 중국으로 가서 문물을 배워오거나 서적 등을 통해 그들의 문명을 받아드렸다. 불교도 그렇고 유교도 그렇고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실상 한국은 중국과 이런 저런 유대관계가 타국에 비해 강하고 깊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과 왜국외에 다른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던 시절이니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미국이 등장하고 나서 한반도 상황이 급변했다. 대격동의 시절인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도 조선은 청나라와 일본 그리고 러시아만이 왕래할 수 있는 국가들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교사들이나 의료인 그리고 언론인들이 일부 조선에 들어왔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은 청나라와 일본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제 2차세계대전 그중 미일의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가시권이 한반도까지 바라보게됐다. 하지만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만 잘 요리하면 된다는 생각에 한반도는 미국의 관심밖이었다. 그러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두려워해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전쟁에 깊숙히 개입하게 된다. 그때부터 한국은 좋으나 싫어나 미국 바라기 신세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한국에 거액의 차관을 빌려주었으며 나름 한국이 세계 거지국에서 일어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준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공산화가 되고 나서 죽의 장막속에 오랜세월을 보낸다. 미국이 중국의 죽의 장막의 문을 두드리고 잠을 자던 중국을 깨운 후부터 또 상황은 급변한다. 깨우면 됐지 엄청난 지원을 해준 웃지못할 미국의 전략에 중국은 지금 세계 2위국에 세계 1위국마저 노리는 시대가 됐다. 중국은 힘이 강해지면 주변국을 괴롭히는 아주 못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벌써 3천년 이상된 고약한 버릇 아닌가. 하지만 한국도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중국으로 몰려가 공장도 짓고 물품도 많이 팔아 한국이 경제 규모 세계 10위까지 오른데에 중국의 영향이 작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는 없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 그 본연의 거만함을 강하게 드러낸다. 미국과 대립하면 당연히 옆나라 한국이 우리편이 되어야지 미국편을 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입장을 강하게 표했다.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라는 한국의 입장을 중국은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 군사장비를 잔뜩 구입한 뒤 이제는 중국을 향해 미사일을 겨눈다 이것을 우리 중국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그런 입장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샤드배치 아니겠는가.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해 무자비한 규제와 탄압을 가했다. 견디지 못한 일부 한국기업들은 짐을 싸서 귀국해야 했다.
이와관련해 한국에 관한 그야말로 소탐대실적인 중국 외교의 폐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한때 그렇지 않았는데 특히 시진핑이 집권하고 나서 아주 요상하게 변하고 말았다. 세상을 크게 보는 눈이 점점 약해진다는 것이다. 아주 단편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거기에 집착한다는 의미이다. 지금 한국인들의 대중 감정이 극도로 나쁜 이유를 중국은 알아야 한다. 전세계속에서 한국인들이 중국을 가장 싫어하고 혐오한다는 뜻이다. 한때 중국의 소설 삼국지를 읽지 않으면 한국인이 아니라는 말도 있었다. 공자와 맹자 그리고 노자 장자사상까지 한국의 상당수가 섭렵했다. 미국의 소설이나 철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아니 상대가 안되도록 한국인들은 한때 중국 문학과 철학을 즐겨 접했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잊어버린 듯 하다. 아니 문화혁명때 땅에 묻어버린 듯 하다.
한국이 안보상황과 관련해 미국에 의존하는 것은 한국이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것을 중국은 잘 모른다.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언제 어디서 핵폭탄이 수도 서울에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 벌써 몇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럼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아줄 생각이 있는가. 지금까지 중국행보로 봐서는 전혀 아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에 대해 중국과 한국의 유대관계와 경제 협력이 강하니 절대로 남쪽을 향해 도발하지 말라고 못을 박는다면 한국이 북의 위협에 대비해 중국 코앞에 샤드를 배치할 이유도 북한과 서로 어르렁거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국이 절대 하지 않는 것 또한 절대 못할 일을 미국이 해주니까 한국은 미국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중국의 시진핑은 베트남 전 주석 호치민을 절대 능가하지 못한다. 아니 족탈불급이다. 베트남의 호치민 주석은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 파병해서 베트남과 치열한 전쟁을 치를 때도 한국에 대해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 용병으로 온 한국군을 원수시하지 말라 그리고 한국군은 미국의 압박으로 참전한 것이지 우리 베트남과 적대관계가 아니라고 공공연하게 언급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베트남 호치민시에 있는 전쟁박물관에 가 보면 미군을 비롯한 당시 베트남전 외국 참전국 국기들이 세워져 있지만 한국 국기는 찾기 힘들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국부인 호치민주석의 말에 따른 것이다.
지금 중국은 세계 패권국가중 하나이다. 세계 1위국가로 도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에 행하는 그런 소탐대실식 외교를 계속하는 한 중국은 영원히 세계 1위국가로 올라설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옆나라들 조차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가 무슨 세계 초일류국가가 되겠는가. 미국이 주변 중남미국가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중국 주변에 있는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베트남 호주 등 주변국가같이 서로 악담하고 공공연한 분쟁을 벌이는 사이는 아니다. 그래서 세계 최대 패권국가로 군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이 지금처럼 한국에 대해 소탐대실식 외교를 계속한다면 중국은 머지않아 참으로 힘든 국면을 맞을 지도 모른다.
2023년 7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