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음 날인 9일 오전 경기 김포시 '한강센트럴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이른 아침부터 밀려든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델하우스는 지난 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 이후 계약자가 크게 늘어 추석 연휴 동안에도 휴관 없이 정상 운영하고 있다. 밀려드는 방문객과 계약 고객을 위해 이달 들어 영업 마감 시각도 오후 8시에서 10시로 늦췄다. 박희석 GS건설 분양소장은 "연휴 기간에도 평소 주말 수준인 하루 700명 정도가 방문했다"며 "9월 들어 미분양을 우려해 계약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남아 있을 때 사자'는 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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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경기 김포시 '한강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9·1 대책 뒤 분양 시장,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이 모두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진한 기자
지난 1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시장의 회복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 신규 분양과 미분양 시장,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이 모두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가을을 앞둔 시점에 발표된 대책들이 높은 전세금에 지친 세입자들과 투자자들을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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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중심의 분양 시장 열기분양 시장의 회복세가 가장 가파르다. 여기에는 대규모 공공 택지 개발을 중단하기로 한 9·1 대책도 영향을 미쳤다. 수요자들이 가격 매력이 높은 신도시 분양 물량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청약과 계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까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세종 예미지'는 387가구 모집에 모두 1만2000여명이 몰려 평균 30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12개 주택형에서 모두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고, 26가구를 모집하는 84㎡ A형은 경쟁률이 121대1까지 올랐다. 앞서 지난 7월 '세종 중흥S클래스 에코시티' 청약에서는 평균 0.33대1로,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지만 두 달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입주를 시작한 '청라 롯데캐슬' 분양 사무실에는 한 달 전보다 문의 전화가 2배 이상 늘었다. 위례신도시에서 이달 말 공급될 예정인 '위례자이'는 모델하우스 개관 전인데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까지 콜센터 상담 건수가 하루 200통 내외였는데, 이달 들어 두배 이상인 400통으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신규 분양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데 대해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살아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는 데다, 교통과 교육 등 생활 기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 단지가 많아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신규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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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택 거래 회복세 뚜렷… 재건축·주택 가격도 상승기존 주택 시장에서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난 8월 한 달간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총 6805건으로, 같은 달 기준 2009년(8343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9월 들어서도 5일까지 하루 평균 237건이 거래돼 2009년 9월(305건) 이후 가장 활발하다.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은 9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재건축이 가능해진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지난 1일 이후 매물 가격이 수천만원씩 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이달 들어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9·1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가 대폭 풀리자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다. 목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 사장은 "목동 일대가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자 계약을 앞두고 매매를 전격 취소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에서 재건축 연한 단축의 혜택을 받는 1990년 이전 준공된 일반 아파트 가격은 9월 첫째 주 들어 전주보다 0.2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값도 한 주 사이 0.26%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9·1 대책이 LTV·DTI 완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살아나기 시작한 주택 구매 심리에 확신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수혜 지역과 단지에 그치지 않고 주택 경기 전반으로 퍼져 나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9월엔 분양 물량이 많아 청약 시장에서는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온도 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재건축 수혜 단지의 열기가 일반 단지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수요자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