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작은 정경 //
천년미소^^
가을 가뭄 끝인지 궂은비 같은 단비가 휴일 내내
내린다
물방울 맺은 단풍잎은 가을 끝 바람에
한 두 잎씩 떨어지고 못내 아쉬움에 가을치장을 한 나도 가을배웅을 나선다
어저께까지만 해도 푸르렀던 산들을
누가 이렇게 바꿔 놓았는지 황금색
비단 자락을 둘러친 것 마냥
골짝마다 새로운 형상으로 내 눈을 현혹하고,
자연에 흡족한 나는 마주하던 옆 사람에게로 금빛 웃을을 날린다
손 잡고 단풍터널로 끝없이 가는 꿈을 꾸면서...
차창으로 쏟아지는 구수한 가을 향을 맡으며 한참을 가노라니
백년찻집이 나타났다
고양이가
생선가게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핸들을 꺾어 들어가니 벌써 가을 낭만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찻집은 인산인해
찻집정원의 붉은 단풍은 절정으로 태우다
못해
바닥으로 처연하게 뒹굴고
인공으로 설치한 소폭포 마저 가는 신음소리로
막바지 가을기온으로 떠는 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나 또한 이 가을의 낭만은 여기에서가 끝일지도 몰라
백년찻집의 백년 차는 가슴으로 깊이 흘러 백년을 잠기게 하고
찻집을 가득 메운 인파들의 음성이 가을 뒤꼍으로 사라졌다가
잃어버린 물건 되찾으려는 듯 급하게 되돌아 왔다갔다 왔다갔다 한다
백년찻집에서 백년동안 이 황금가을에 젖어 있고만 싶어
그러나 세월은 또 나를 다른 계절로 떠밀겠지
다른 계절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카드를 내 밀면서...
가장 정성으로, 열정으로 한 계절을 치장한 나무도
내일의 더 큰 성숙을 위해 내면의 아쉬움과 아픔을 잠재우면서 가을을 보내듯
나 또한 내일의 희망을 위해 이 가을을
보내련다
잘 가거라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