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 저를 조심하세요
사슴 체내에서의 변이 속도
인간의 몸속보다 3배 빨라
새 변종 매개 숙주 될 수도
미국 오하이오주 뉴어크에서 포착한 흰꼬리사슴.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사슴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주요 저장소인 동시에 감염된 후 돌연변이 형성 속도가 사람의 3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킨다. 사슴은 박쥐, 천산갑 등과 함께 감염 매개 숙주동물로 의심돼 한창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사슴을 통해 유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앤드루 보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수의학·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흰꼬리사슴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과 변이 양상을 연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8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오하이오주 카운티 88곳 중 83곳에서 흰꼬리사슴 1522마리를 대상으로 면봉을 이용해 콧속 검체를 채취했다. 2021년 오하이오주 9개 카운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슴들을 발견한 뒤 국지적 문제인지, 오하이오주 전역에 걸친 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확대한 것이다.
검체 분석 결과 10% 이상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전체 카운티 중 59%에서 최소 한 건 이상의 양성 사례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흰꼬리사슴의 코로나19 감염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오하이오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게놈 분석으로 사슴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중 최소 30건 이상은 인간에 의해 감염된 것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가 동물과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종 간에 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놀라운 수준”이라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 사이를 쉽게 오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간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슴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대로 인간 역시 사슴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달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한쪽 방향으로만 감염이 일어나는 일방통행 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특히 사슴 몸속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변형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연구팀은 “사슴 몸속에서 일어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는 인간 몸속에 있을 때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지 않는 새로운 변이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사슴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오하이오주에 사는 사슴의 23.5%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현재 확진 상태는 아니지만, 전체 사슴의 4분의 1이 한 번 이상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는 얘기다.
사슴은 현재 인간에게 유행하는 우세종과는 또 다른 형태의 변이가 등장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다른 동물에게 옮겨가 추가적인 변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연구팀은 “흰꼬리사슴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가 다른 야생동물이나 가축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사슴이라는 숙주의 활동이 앞으로 수년이 지났을 때 코로나19 유행 상태를 결정짓는 하나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