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오래전에 TV에서 방영되었던 흥부네 11남매 이야기를 다시 보게 되었다. 병약한 몸으로 물류회사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엔 11남매가 태어났다.
오래된 스레트지붕과 낡은 실내, 다른 재산이 없는 이 가정엔 할머니를 포함 식구가 14명이 살았다. 매끼니 2되의 쌀이 소요되고 한달이면 4~5포대의 쌀이 필요했다.
아버지가 일하는 곳에는 대학을 다니다 휴학한 첫째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두사람의 근로소득이 이집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그렇지만 가족모두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부모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여긴다. 형제들간에도 우애가 깊어 서로를 위하며 살았다.
방영 이후 아이들은 14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밥솥은 업소용 크기이고, 세탁기는 하루에도 몇번씩 돌려야 한단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큰 아이들은 결혼을 하고서도 한집에 살고, 딸들 중 일부는 돈이 없어 대학을 다니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은 근래들어 22명이 한집에 살고 있다고 하였다. 요즘 같으면 정말 애국적인 가정이다. 누구보다 국가에 기여한 공이 크다. 아무튼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갈수록 험난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문득 세계의 국민행복지수 1위라고 말하는 부탄이 생각났다. 그들은 마냥 행복할까?
그러나 알고보니 부탄이 행복지수 1위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총행복지수는 평균행복, 행복수명, 행복불평등, 불평등조정행복 등을 포함하는 요소로 하여 국가의 GNH(국민행복지수)의 정도를 측정한다고 한다.
지난 2019년도 순위를 보면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노르웨이, 4위 아이슬랜드, 5위 네델란드, 6위 스위스, 7위 스웨덴 등 유럽국가가 선두이고, 우리나라는 156국 중 54위로서 대만 25위, 싱가폴 34위, 태국 52위에 뒤지는 순서이다.
그렇다면 부탄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 한때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1위로 유명했던 부탄은 현재 95위이다.
부탄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행복지수개념을 사용했고, 폐쇄적인 국가환경으로 인해 비교대상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사회단체에 의하여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부탄 인의 취업자가 있다니 돈을 마다하진 않을 듯하다.
아무튼 세상이야 어떻든 자신들만 행복을 느끼면 좋은게 아닌가? 이에 대해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건강정보 사이트인 라이프핵은 부탄사람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①정신적인 행복과 물질적인 행복을 동등하게 여긴다.
②부탄의 국내총생산(GDP) 계속 증가하고 있다.
③TV나 라디오, 인터넷에 신경쓰지 않는다.
④부탄 국토의 절반은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다.
⑤대부분이 불교도다.
⑥그들만의 행복지수(GNH)를 측정한다.
⑦그들이 사는 곳은 (휴가지로 갈 정도로)아주 멋진 곳이다.
⑧부탄의 사회지도층과 일반 국민들 사이가 멀지 않다.(격차가 크지 않다)
⑨(3분의 2이상 국민이 하루에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할 정도로) 그들은 잘 쉰다.
⑩환경이 오염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그들에겐 뭔가의 장점이 있었다. 새로운 소식에 신경쓰지 않는다거나, 사회지도층과 격이 없고, 생활정도가 비슷하며, 자연환경이 좋고 잠 충분히 자는데 또 뭘 바래나? 예전 우리에게 있었던 '등 따스하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던 의식이 닮았다.
흥부의 14자매도 남들이 보기엔 가진 것이 없어 사는 것이 힘들게 보여도, 그들만이 가지는 마음 뿌듯함이 있다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오지에서 한가로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인'들에게 물으면 행복지수가 100에 가까울 듯하다. 그러한 조건형성은 우선 외부와의 소식이 단절되어야 하고,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연인의 생활이 딱이다.
우리도 이참에 한던 일손 거두고 산으로 들어가서 세상 모르게 사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는거 뭐 별거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