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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쌀바위 공양
억만 섬 시주했지 쌀바위 무량보살
설릉에 비친 햇살 억새밭 감싸주고
목마른 산꾼에게도 물 한 모금 공양해
* 가지산(加智山 1,240m);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남 밀양, 경북 청도.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이다. 원래 석남산(石南山)이었으나, 1674년에 석남사(石南寺)가 중건되면서 가지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 밖에 천화산(穿火山)·실혜산(實惠山)·석면산(石眠山) 등으로도 불린다. 정상 북동쪽 40분 거리에 있는 ‘쌀바위’와 석간수가 목마른 산객에게는 보약과 같은 존재이다. 겨울 아침 억새군락에 비치는 햇살이 참 따스하다. 동쪽사면은 태화강의 발원지로,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의 100대 명산이다. 1979년 자연공원법에 따라 ‘가지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가지산 사계(四季)’는 울주8경 중 하나이다.
* 울주8경 중 제1경 ‘가지산 사계’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0면.
102. 궁예의 남산
궁예가 잡은 터라 포란형(抱卵形) 명당이지
산나물 널널하나 능선 길은 올무 상흔(傷痕)
한탄강 굽이치노니 철원평야 멋져라
* 고남산(古南山 643m); 경기 포천 관인면. 관인면이 철원군에 속해 있을 때, 철원군의 최남단에 위치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설에는 궁예(弓裔)가 태봉국을 세우고 철원에 도읍을 정할 때 동송읍 이평리 금학산(金鶴山 947m)과, 고남산 가운데 어느 산을 남산(南山)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대신회의에 붙였는데, 결국 후자로 정해졌다. 이때 금학산은 남산이 되지 못한 것을 분하게 여겨, 3년 동안 나무와 잎과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옛날의 남산이라고 하여, 이 이름이 되었다고도 한다(디지털포천문화대전 참조). 금계포란(金鷄抱卵) 형국의 명당이다. 산나물이 많은 능선은 토끼가 올무에 걸려 있고, 사람에게도 위해가 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66면.
103. 왜가리가 깃든 산
산세는 당당한데 물길은 부드러워
무우제(舞雩祭) 안 지내도 못물이 풍족하니
압각수(鴨脚樹) 분칠해놓은 왜가리 떼 요란해
* 무제봉(武帝峰 573m); 충북 진천. 편의상 무제(武帝)와 봉(峰)으로 나눠 해석해보자. 무제골·무제당터·무제동 등 지명에 무수히 나타난다. 여기서 무제는 무우제(舞雩祭)를 가리키는데, 기우제(祈雨祭)와 같은 말이다. 즉 ‘하지가 지나도록 가물 때, 비가 오기를 기원하며 지내는 제사’를 뜻한다. 따라서 무제봉은 ‘제를 올리는 봉우리’로 풀이된다. 다만 한자표기는 그 뜻을 잃어 ‘무제봉(武帝峰)’으로 달리 대응시킨다. 무제산(武帝山)으로도 불리며, 남동쪽으로 옥녀봉이 솟아 있다. 이봉은 ‘옥녀가 금비녀를 꽂고 거문고를 타는 모습’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 동쪽 아래 이월면 노원리에 천연기념물 제13호(1962.12.3, 면적 68,968㎡)로 지정된 왜가리 서식지가 있다. 1970년까지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수백 마리의 백로류 및 왜가리가 번식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이 은행나무가 새들의 배설물에 의해 말라 죽어가고 있으며, 5∼6개 둥지의 중대백로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모두 주변 숲으로 옮겨 살고 있다(현장 안내문). 한편 당당한 모습으로 펼쳐지는 산세와 달리, 계곡의 물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흘러 주위에 저수지에 많다. 산과 관계없는 소재이지만, 진천의 ‘농다리’ 또한 유명하다.
* 압각수(鴨脚樹); 은행나무의 이칭(異稱)이다. 잎이 오리발을 닮아 그리 부른다. 공손수(公孫樹)·은행목(銀杏木)·행자목(杏子木) 등으로도 불린다.
* 覆巢之下 復有完卵(복소지하 부유완란); 엎어진 둥지가 아래 다시 알이 성할 수 있겠는가? 공융(孔融, 153~208) 일문이 조조에게 처형당할 때, 그의 자식들이 바둑을 두면서 태연히 한 말.(출처 삼국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80면.
104. 늙은 말 산성
볼거리 많은 야산 조랑말 이미 늙어
산성 길 옛 봉수대 미음완보(微吟緩步) 솔숲길
백제 때 나무흙손이 내 얼굴을 문질러
* 마로산(馬老山 208.9m); 전남 광양. 정상에 사적 제492호 ‘마로산성’이 있는 유서 깊은 야산이다. ‘늙은 말’의 형상을 띠었다. 야트막한 숲길을 산책하며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고요히 사유(思惟)하기에 좋다. 산성의 규모는 둘레가 550m, 성벽 폭 5.5m, 외벽의 높이는 3∼5m이다. 백제에 의해 축성되어 통일신라시대까지 사용된 성곽으로, 5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실시되었다. 삼국시대의 토기류, 철기류, 청동기류와, ‘마로관(馬老官)’, ‘군역관(軍易官)’ 등의 명문(銘文)이 새겨진 기와류가 다량으로 출토되었다. 2005년 7~10월 제4차 발굴 시, ‘나무흙손’으로 추정되는 목기가 출토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산은 백제와 신라의 접경지역으로, 바다와 접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닐다.(국어사전)
* 1999.1.1.~1.2 기묘년(己卯年) 신년기념 산행. 호남정맥 종주개시 전 사전 답사 겸, 한국요산회원(故 안경호)과 그 일대를 둘러보며 관광을 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54면.
105. 금우물 잉어
정수리 돌무더기 할미는 공기놀이
금샘은 하늘우물 물마를 일 없을 터
범어사(梵魚寺) 발아래이지 금빛 잉어 싱싱해
* 금정산(金井山 802m); 부산광역시 금정구, 경남 양산, 낙동정맥으로 부산의 진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동래현 북쪽 20리에 금정산이 있고, 산꼭대기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둘레가 10여 척이며, 깊이는 일곱 치쯤 된다. 물은 마르지 않고, 빛은 황금색이다. 전설로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정이라는 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를 연유로 절을 짓고, 범어사(梵魚寺)라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금정은 금어(金魚)가 사는 ‘바위우물’에서 유래한다. 낙동강과 수영강(水營江)의 분수계인데, 북으로 장군봉·계명봉(602m)이 뻗어 있고, 남으로는 원효봉(687m)·의상봉·파리봉·상계봉 등 600m 내외의 산봉이 백양산(白陽山 642m)까지 이어진다. 곳곳에 울창한 숲과 골마다 맑은 물이 항상 샘솟으며, 풍화가 격렬한 화강암 절벽, 기암이 많아, 부산이 자랑하는 명산이 되었다. 북쪽 산정에서부터 남쪽으로 ㄷ자형을 이루는 금정산성(사적 215호)은, 한국 옛 산성 중 규모가 가장 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봉은 고당봉(姑堂峰)으로, 안내판 고증이 잘 돼 있다. 이산 주변에는 높이 12m의 마애여래입상, 자연굴인 은동굴, 케이블카, 식물원, 금강공원(金剛公園), 산성마을, 동래온천 등이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03면.
106. 상서로운 구름
토성 길 정적 흘러 마애불 초라한데
탕흉대(盪胸臺) 발 디디면 안성벌 내 것 되니
청룡사(靑龍寺) 못 둘러봐도 서운하게 생각 마
* 서운산(瑞雲山 547m); 경기 안성, 충북 진천. 산세가 그리 가파르지 않고, 바위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4월 초에는 진달래가 피고, 5월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상서로운 기운이 감돈다. ‘탕흉대’(가슴이 벅차오름–두보 시 ‘望岳’에서)는 이 산 최고의 전망대로, 평택, 성환, 천안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산길 옆 마애불이 어설프나, 토성을 따라 산책하면 기분이 달라진다. 청룡사는 이 산의 지명과 관련 있다. 1265년(고려 원종 6) 명본국사가 창건하여 대장암이라 하였고,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중건하면서, ‘청룡이 서운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하여, 산 이름은 서운, 절 이름을 청룡으로 정했다 한다. 일명 도덕봉(道德峰), 망해봉(望海峯)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64면.
107. 제비바위에 앉아
산중턱 아담한 절 보물이 눈길 끌고
정점에 올라서니 펼쳐지는 서해 환희(歡喜)
바위는 물찬 제비랴 날렵할 손 실능선
* 연암산(燕岩山 440.8m); 충남 서산. ‘연암(燕岩)’은 제비바위를 뜻하며,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또한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제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한다. 지능선이 가늘고 날렵하다. 서쪽으로 깎아진 절벽층이 위로 길게 이어져 있고, 벼랑 위는 반석이다. ‘제비바위’에서 조망하는 서해의 천수만과 간월호의 풍광이 탁월하다. 정상의 봉수대 터는 통신중계탑이 들어섰다. 산 남쪽 사면(斜面) 절벽에 있는 천장암(天藏庵)은 수덕사(修德寺)의 말사로 633년에 백제의 담화(曇和)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12번(31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08. 언양의 어른
된비알 몰아쉰 숨 낙동맥 장대하나
캄캄한 밤중이니 산(山)맛을 모르괘라
마루금 높고 깊은데 쇠버짐이 오른 숲
* 고헌산(高獻山 1,033m); 울산광역시 울산구, 낙동정맥. 양산구조선(梁山構造線) 서북쪽에 있으며, 옛날 언양현(彦陽縣)의 진산(鎭山)이다. 서쪽과 남쪽으로 태화강(太和江)의 상류가 개석(開析)하며, 곡저분지를 이룬다. 외항재에서 오르면 무척 가파르고, 마루금은 숲이 많아 운행하기 어려운데, 방화선을 따라가면 무난하다. 정맥 종주를 위해 한겨울 캄캄한 밤중에 오르니 무척 지친다. 잔돌이 많고 길이 미끄러워 두어 번 넘어졌다. 서북방면의 경주 산내면 쪽에서는 설화를 내세워, ‘고함산’이라 부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74면.
109. 백운은 얼고
암릉은 긴 뱀인데 옹골찬 바위들로
틈틈이 스친 억새 뒤바람에 울먹이고
흰 구름 얼어버렸네 잔솔가지 상고대
* 백운산(白雲山 907m) 울산시 울산구, 경북 경주, 낙동정맥. 동명이산이 전국에 수십 개 있는데, 그 중 격이 좀 낮은 편이나, 틈틈이 암릉과 억새구간이 좋다. 마침 적당한 겨울바람이 불어와, 솔가지에 엉켜 붙은 상고대가 멋지다. 정상 지나 마루금에는 수의동(守義洞) 목장에서 방목하는 소들이 몰려다녀 쇠똥이 너절한데다, 등산객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조금은 껄끄러운 구간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235(20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10. 칼로 자른 바위
월성의 요새였지 동굴에 서린 회포
통일 꿈 키운 명검 화랑의 기합 소리
단숨에 바위 쪼개니 산메아리 쩌엉쩡
* 단석산(斷石山 827.2m); 경북 경주. 이곳(옛 이름 月城) 최고봉으로 경주국립공원 안에 위치하며, 낙동정맥 분기점(표고 660m)에서 약 750m 쯤 비껴나 있다. 삼국통일의 공신 김유신 장군이 ‘신검으로 무술연마를 하면서 바위들을 베었다’는 전설이 깃든 명산이다. 7∼8부 능선 4개의 바위에 둘러싸인 천연굴이 있는데, 옛날에는 상인암(上人巖: 일명 탱바위)라고 불렀다. 화랑들은 이 바위굴 속에 불상을 새기고, 그 위에 지붕을 덮어 석굴사원을 만들었다. 이 절을 신선사(神仙寺) 또는 단석사(斷石寺)라고 부른다. 내부의 마애불상은 국보 제199호로 지정되었다. 봄철에는 진달래가 참 아름답다.
*청산에 물든다/연분홍 물든다/청산 마음에/보라 물든다(중략)청산이 한없으라/가고픈 마음/천년 가고픈 마음/날이 갈수록 아픈 마음이/피로 멍든 진달래/피로 피는 진달래. 설창수(1916~1998)의 ‘진달래 山’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20면.
111. 왕건이 머물고
철책문 살짝 열고 이마에 입 맞췄지
왕건의 병사들아 날라리 그만 불라
다섯 룡 구슬 다투니 산등성이 더 영롱
* 태조봉(太祖峰 421.5m); 충남 천안. 태조산의 주봉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이곳에 머무르며, 군사를 주둔시켰다 하여 그리 부른다.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 조림이 잘 돼 계곡주위의 경관이 좋은 편이다. 정상에는 주요시설물이 있어 가려면 철책을 통과해야 한다. 오룡쟁주(五龍爭珠) 형국의 명당이라 전한다.
* 날라리; 우리나라 고유의 관악기. 단단한 나무로 만든 관에 여덟 개의 구멍이 있다. 아래 끝에는 깔때기꼴로 된 놋쇠를 대고 부리에는 갈대로 만든 혀를 끼워서 분다. 태평소(太平簫). 쇄납(哨吶). 호적(胡笛)이라고도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20면.
112. 검은 산성
봉화대 불 꺼지니 원군(援軍)이 대신 차지
고개는 여러 갈래 난민 거둔 아늑한 골
산색은 먹빛이어라 검버섯 핀 옛 돌성
* 흑성산(黑城山 519m); 충남 천안 목천면. 북쪽은 태조봉과 연결된다. 원래 서울의 외청룡(外靑龍)이 된다 하여, 정상에는 흑성산성을 쌓았다. 이성은 천안시의 고대 산성중 기록이 남아 있는 유일한 성으로, 석축둘레 약 694m[2,290척], 높이 약 1.89m[6척]였으나,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다. 현재의 산정은 군사요지다. 6·25 전쟁 때 6개 면 주민을 동원해 꼭대기까지 개설한 군용도로는, 지금 산악자전거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서쪽은 아홉싸리고개·유랑리고개·장고개 등이 있다. 이들 고개와, 이 산 사이의 낮은 골짜기에는 교천리 마을이 있다. 서록(西麓)의 승천골은 매우 아늑하여 피난지가 되었으며, 승천사(升天寺) 터도 남아 있다. 이곳 보문사(普門寺)에는 지리산 승천사에 있던 불상 3위를 옮겨왔다. 남록의 넓은 완사면에는 1983년 8월15일 독립기념관이 건립되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55면.
113. 한양을 보라
서울이 천리인가 민비(閔妃)는 손을 꼽고
송림은 듬성듬성 외씨버선 바위길 위
산너울 아스라한데 북서풍이 매서워
* 국망산(國望山 770m); 충북 충주. 원래 이름은 금방산(金傍山)이다. 1882년(고종19)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明成皇后)가 산기슭에 있는 가신리에서 난(亂)을 피하던 중, 매일 산에 올라가 장호원 쪽을 바라보며, 나라에서 좋은 소식이 오기만 기다렸다 하여 국망산(國望山)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정상부와 능선을 따라 수풀 사이로 암괴가 드문드문 노출되어 있다. 식생은 전체적으로 소나무와 낙엽수가 섞인 혼합림이다. 전망이 좋은 산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89면.
114. 산을 깎아
옹이를 깎았으니 대목수 끌질하소
산 이름 궁금한가 고독 씹는 숲길에서
척하면 삼천리 아녀 빈정대는 도깨비
* 까끈봉(641.5m); 강원 홍천. 산 이름은 인공적으로 깎은 것처럼 뾰쪽한데서 유래한다. 능선은 숲길이라 호젓해, 꼭 산도깨비가 팔짱끼러 나오는 괴기한 느낌이다. 보통 동쪽 매화산(752m)과 같이 등산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08면.
115. 왕시루떡
지리산 깊은 마루 비탈길 아지트지
남부군 마셨으리 외인 별장 찬 샘물로
시루에 떡 안쳐놓고 피아골로 내려서
* 지리산 왕시리봉(1,243m); 전남 구례 토지면(土旨面). 정상 가까이 서쪽 비탈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외국인 선교사별장이 절묘한 위치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교회관 게르마늄 약수 맛이 참 좋다. 정상은 삼각점이 있고 1,214m로 표기해놓았다. 떡시루를 닮아 ‘왕시루봉’으로도 부른다. 우리는 느진목재와 질매재를 거쳐 피아골산장에서 휴식을 취했다. 산장지기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咸泰式 1928~2013년, 당시 72세) 옹과 정답게 인사를 나눈 뒤, 직전(稷田)으로 하산했다. 현재는 반달곰이 살고 있어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 남부군; 6.25전쟁 전후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친 ‘이현상’이 지휘하던 좌익 빨치산 부대이다. 조선인민유격대(朝鮮人民遊擊隊) 남부군단의 별칭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86면.
116. 풍악을 울려
암릉은 짜릿짜릿 갈비는 푹신푹신
하늘을 덮은 적송 춘란이 벌린 잔치
여봐라 풍악을 울려 산행 흥취 돋우게
* 풍악산(楓嶽山 600m); 전북 남원 순창. 남원시 대산면 북쪽을 병풍처럼 두른 산이다. 1999.2.15(일) ‘한국요산회’에서 개척산행을 했는데, 한국 100명산에 내세워도 손색없는 명산이다. 교룡산(蛟龍山) 서북서에 위치하며, 춘란(報春花), 소나무, 암릉미, 깊은 계곡, 조망 등 모두 빼어나다. 교통이 불편해 지금까지 숨겨져 왔다. 풍광이 아름다워 금강산의 가을별칭을 얻었다. 암벽이 병풍 같은 닭벼슬봉(鷄冠峯), 군자(君子)다운 면모와 풍요의 상징인 노적봉(露積峯)의 정기를 받아 생성된 길지에, 노봉(露峯) 마을터를 잡은 선인들의 혜안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산 남쪽 자락에는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만들었다는 신계리 마애불상(보물 제423호)등 유적과 전설이 있다. 물줄기는 동쪽은 요천, 서쪽은 오수천을 이루다가 섬진강에 살을 섞고, 광양만에서 다시 남해로 흘러든다.(자료일부는 월간 산 2007. 4. 9에서 인용)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589(43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17. 관을 벗고
산성 터 밟고 지나 묘지는 삼각점이
예관(禮冠)을 벗겨내니 청산은 실망 가득
벼슬길 한 번 맛보면 끊기 정말 어려워
* 관산(冠山 390m); 경북 영천 경주, 낙동정맥. 본명은 고관산(高冠山)이다. 멀리서보면 꼭 예관 혹은 다듬이돌을 닮았다. 산정은 무덤 흔적이 있다.
* 마루금 종주에 맛 들인 꾼들이 중단하기 쉽지 않는 것처럼, 벼슬에 중독된 이들은 쉽사리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75면.
118. 옛 남산에 올라
대간길 요충이라 굽어본 운봉분지
합민성(合民城) 허물어져 돌제단 간데없고
중계탑 스산하건만 천둥 울린 오리떼
* 고남산(古南山 846,5m); 전북 남원, 백두대간. 가재-수정봉-고남산-여원치로 통하는 마루금에 놓여있다. 운봉의 북서쪽을 지키는 요충으로, ‘운봉분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민들에 의하면, 이산을 태조봉(太祖峰) 또는 제왕봉(帝王峰)이라고도 부른다. 이성계가 고려 말 왜구를 무찌를 때, 이곳에 제단을 쌓아 제를 올린 이유다. 등로에 ‘합민성’ 흔적이 있고, 유치재 근방 물은 보이지 않지만, 북으로 귀향하려는 청둥오리떼가 엄청 우레를 낸다. 물줄기는 동쪽으로 운봉천과 남천을 지나 경호강을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되고, 북서쪽의 산동면은 요천을 경유 섬진강에 합류된다. 산정에 무선중계소와 헬기장이 들어섰다. 자락에 창덕암(昌德庵)과 삼절폭포가 유명한데, 가보지 못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67면.
119. 덕을 바라보며
호남맥 끝나거다 덕산사 독경소리
고스락 돌무더기 솔가지에 매단 표지(標識)
꽃망울 터진 산동백 선혈 번진 광양만
* 망덕산(望德山 197m); 전남 광양시 진월면. 호남정맥의 함몰점이다. 정상에는 돌무지와 소나무가 있어, 종주기념으로 ‘한국요산회’ 표지기(리번)을 매단다. 마침 산에 자라는 동백이 흐드러지게 폈다. 동편 섬진강을 딱 반으로 쪼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른다. 이곳은 별미인 벚굴(일명 강굴)이 나며, 바다에는 이산을 향해 절을 올린다는 ‘배알섬’이 있다. 포구 외망마을에 백매가 순결을 뽐내고, 덕산사(德山寺, 비문에는 德善寺)의 독경소리가 은은히 메아리친다. "망덕산 중턱에 불당지어 새벽 종소리 목탁소리/스님의 염불소리가 섬진강다리를 넘나들고/-(중략)-덕선사 부처님은 무었을 멈추려 하는가/누구를 제도하려 하는가 임이여 임이여/당신의 자비가 다리위로 내리여/빛이 되게 하소서 광명의 빛 주소서/" 나무 미륵존 여래불. 불기 2535년 신미 5월. 누구 글인지 모른다.(다음카페 ‘산경표를 따라서’ 호남정맥 1구간 2007.12.17 인용)
* 망덕포구 일화;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친필원고를 보존, 전래한 ‘정병욱’ 가옥으로 유명하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1941년 이 시집을 발간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하숙집 후배였던 정병욱(鄭炳昱 1922~1982)에게 원고를 맡겼다. 그는 학병으로 끌려가기에 앞서, 어머니에게 원고보관을 당부했고, 그의 집에서 소장해오다가 8·15 광복 후, 1948년에 간행됐다. 진월면 망덕리에 있는 이 가옥은 2007년 등록문화재 제341호로 지정됐다.(서울신문 2015.8.15 다음뉴스 신 국토기행 광양 최종필 기자)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177번(166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20. 회춘한 산
사담리(沙潭里) 푸른 보석 희귀한 망개나무
알사탕 집었구나 산정은 금빛 영단(靈丹)
눈 감고 꿀꺽 삼키니 새삼스레 회춘을
* 금단산(金丹山 768.3m); 충북 괴산 보은. 보통 사담리 공림사(公林寺) 쪽에서 오른다. 산은 ‘금빛 영단’처럼 생겼다. 양안이 높은 절벽과 노송으로 이루어진 맑은 계류는 반석이 좋아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대개 덕가산과 연계산행 한다.
*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망개나무숲 개요; 천연기념물 제266호(1980.9.29지정).면적 1,116.046㎡. 속리산국립공원 가장자리를 흘러내리는 용대천(龍大川)을 중심으로 하여, 냇가의 전석지(轉石地; 암반에서 떨어져 나간 돌로 이루어진 토양)와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다. 꽃도 잘 피고 열매도 잘 달리지만, 흙이 적은 바위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떨어진 씨가 싹을 틔우지 못한다. 매끈하고 불에 잘 타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기구를 만드는데 쓰고, 또 땔나무로 이용한다. 이곳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이 나무의 희귀성 덕분이다. 갈매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황색단풍이 매우 아름답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톱니가 없거나, 물결모양이다. 잎 뒤는 흰빛이 돌고 짙은 녹색이며 털이 없다. 줄기는 곧추 자라지만, 가지는 밑으로 처진다. 열매는 긴 타원형 또는 원통형으로 8월에 붉게 익으며, 길이는 5∼7㎜이다. 경상도에서는 살배나무 또는 멧대싸리라고 하며, 밀원식물(蜜源植物)로도 중요시 되고 있다. 일본에도 있으나, 아주 귀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9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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