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적은 돈으로 오십평 북촌 한옥을 사서
그간 전세를 준 채로 한옥앓이만 하며 수년간 티끌모아
리모델링공사를 시작한 지인이 있다
여자 혼자 몸으로 험한 풍토에서 공사를 의뢰하다보니
입주지연에 중간공사비를 날릴뻔도 하며 우여곡절을 겪다가
드디어 금년봄엔 나무 살빛 눈부신 한옥이 완성된다
고색선연한 계단돌이며 돌담에 들어가는 화강암은 남한강 목계에서 구하고
소나무는 강원도어디에 계약을 해놓고
준비기간 동안 사들인 베틀이며 고문짝 고서까지
다락골 비닐하우스에 쌓여있다
공사중에 나온 구들돌은 다락골둘레길에 놓였다가
마당돌로 다시 입성할 예정이고
어쩌다 서울에 올라오면 만남은 가회동 길이고
총리공관앞 찹쌀수제비집이나 덕성여고뒤 청국장집이었다
갈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모습은 마치 마을전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점점 거리를 메운다
파스타집이 생기나 싶었는데 가세가 불더니 길건너에 지점까지 생겼다
특이한 마을구조 덕분에 나그네같은 나도
별장처럼 비워둔 가구가 많은 마을 속의 토박이 몇집도 알게되었고
그냥 서있는 채로도 웬만한 공인보다 유명세?를 떨치는 유서깊은 한옥도 많다^^
한옥을 개조한 칫과도 있고 각종 박물관 찻집이며 음식점
외부로 보는 모습이나 차나 음식을 핑게로 들여다 본 내부나
공통적인 컨셉은- 다른 어느 거리의 그것보다-
자연이다
맘몬의 공룡같은 도시에서
이렇게 작은 집이
이렇게 자연을 그리워하는 거리가 있는 것만도 감사하다
북촌을 거닐 때마다
다락골이 더욱 그리울 뿐이다
50평 대지에 스무평 남짓한 평수의 집안에
침대를 넣는 것은 어려운 일
손님방으로 배치한 별채는 작은 장도 넣을 수 없으니
어떻게 이불을 처리할까 그간 궁리가 많았다
보온재로 넣으려고 모아둔 목화솜으로 요를 보료로 디자인해서
평소엔 소파대신으로 쓰고 잘 때는 얇은 패드를 깔면 어떨까
다락골에선 흔히 쓰는 방법이다
없는대로 불편한대로 살다보면 오히려 일상은 행복해진다
어차피 의식주의 대세는 젠 스타일이고
첫댓글 제주에 내려와 산속에 살면서 첨에는 도시물을 못벗어나 가끔 시내 찻집에 들리곤 했는데요, 세월이 흐르면서 밭둑에 앉아 마시는 커피맛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되었답니다. 꾸미지 않은 자연을 따라올 인테리어가 어디 있을까요? 작은 손님방, 시렁을 달면 어떨까요? 너무 촌스러운가요?^^ 고운 이부자리 곱게 개켜 얹어두면 그것만드로도 멋질 것 같은데..
시렁.. 잊었던 이름입니다^^서까레공간을 이용해 작은 선반같은 걸 만들어놓았더군요
리모델링하는데만도 아파트한채 값이 드는지라 추레해보이는 건 싫어하더군요
도시한복판에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건 한계가 있고 경제원리앞에서는 자연의 빛깔이 퇴색할 수 밖에없네요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바다를 그리워하게 만들라는 말처럼 자연을 그리워하는 몸짓만으로도 생명을 되찾는 첫발걸음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