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야권 인사들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1989년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인플레이션 등 생활고 문제와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극우 포퓰리즘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분출된 시위였다. 폴란드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79) 도 시위에 참여했다. 로이터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는 냉전 체제 이후인 1989년 6월에 치러진 폴란드의 첫 자유선거 34주년을 맞아 야권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거리 행진이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시위 참가자들이 “자유, 유럽의 폴란드” “유럽연합은 ‘예스’, 법과정의당(PiS)은 ‘노’”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고 전했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부터 집권 중인 극우 포퓰리즘 성향 정당이다. 이외에 크라쿠프와 슈체친 등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1989년 첫 자유선거에서 노조연대를 이끌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폴란드 공산당 정권을 무너뜨린 바웬사 전 대통령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계에서 은퇴한 후 한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 왔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폴란드 야권연대 ‘시민 플랫폼’의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연설에서 “여기에 50만명이 모였다”면서 “공산권 붕괴 이후 최대 규모 정치 집회”라고 말했다. 투스크 전 총리는 “자유노조 ‘연대’의 구호는 ‘우리는 분열되거나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였다”면서 “민주주의의 적들의 가장 큰 희망은 우리가 희망을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무력함이 그들의 힘이 된다”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전 총리(왼쪽)와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BBC는 이날 시위의 배경으로 인플레이션, 생활고뿐 아니라 임신중단 금지하고 LGBT의 권리를 탄압하는 등 법과정의당 집권 후 갈수록 우경화되고 있는 폴란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법과정의당은 최근 ‘러시아 영향 공직자 퇴출’ 법안을 내놔 논란을 빚었다. 이 법안은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행동한 사실이 확인된 공직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공적자금 및 보안 인가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투스크 전 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뜻에서 ‘투스크법’이라고도 불린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국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미 국무부도 지난달 29일 “적법한 절차 없이 야당 정치인의 입후보를 막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자 지난 2일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