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에 벌어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로 인해 전국이 비통함에 빠져 있습니다.
희생된 사람들은 그 누군가의 아바지, 어머니 이고, 또 그 누군가의 귀한 아들과 딸임이 분명하기에 이들의 사연은 너무나도 애틋한데, 이는 냉정함을 잃지않고 보도를 해야하는 아나운서의 눈시울까지 붉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TV '뉴스 8'의 앵커 공정민은 흐트러짐 없이
뉴스를 진행해야하는 아나운서이긴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눈물을 글썽이며 목이 메이는 목소리로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케 했습니다.
이날 공정민은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애타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현장주변을 헤맸습니다."라는 멘트를 거의 울먹이듯이 전하면서 자신의 눈물을 애써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여 원고를 뒤적였습니다.
어느 누구하나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아나운서로, 또 뉴스라는 감정표현이 금지된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원고를 잃어내려 가기엔 너무도 가슴아파 슬픔을 감출 수 없었던 것.
침착하고 면도칼 같은 냉정함을 잃지않고 뉴스를 진행해야 하는 아나운서, 특히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자리라고 본다면 시청자들에게
지적당할만 행동이겠지만, 이날 공정민이 보여준 눈물과 울먹이는 모습은 인간적인 면을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시청자는 KBS 게시판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는건 손해보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굳센척, 강한척 하면서
나의 여린 맘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았다. 근데...어제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사람이... 사람답다는 것, 울고
싶을때 울수 있고 웃고 싶을때 웃고...그것이 정말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을. 공정민씨를 통해서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건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는 순수한 마음 말이다."라며 격려했는가 하면, 또 다른 시청자는 "어제 8시 뉴스에서 나오는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특히 딸을 찾기 전에는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부정을 보면서 나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공정민씨의 눈물을 삼키려고 애쓰는 모습에 다시
통곡을 해야했다. 마치 이 엄청난 불행에 대해 같이 슬퍼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듯한 기분이라 할까? 진행자로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고 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 눈물을 보면서 위로가 되었다. 뉴스도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전하니 남의 슬픔을 보고 같이 슬퍼하는 것은 인간다운 모습 아닌가"라는 의견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