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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 초창기 머큐로크롬 제 |
아까징끼 즉 머큐로크롬에는 브롬과 수은의 화합물인 메르브로민(Merbromin 화학명은 "Dibromo Hydroxy Mercurifluorescein" 약칭 DHM)이 들어있다. 이 물질을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1918년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 휴 H. 영에 의해서 항균효과가 발견되어 소독약으로 사용되게 된다. 이를 볼티모어에 있는 Hynson, Westcott & Dunning 회사가 "Mercurochrome"라는 상표로 제조 · 판매 한 것이 최초이다.
▲ 1940년 어느 잡지에 실린 머큐로크롬 제품 광고 |
일본에 이 제품이 들어 온 것이 1938년경인데 우리나라도 이때쯤 국내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명처럼 사용되는 머큐로크롬은 상표명이 일반명화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제약의 역사에 있어서도 머큐롬은 중요한 약물이다. 1938년 금강제약에서 근무하던 경성약전 출신 이인실을 중심으로 최병욱, 신덕균등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보이게 된다. 최초의 화학적 합성약물이 살바르산(우리나라 공식 1호 화학적 합성의약품)보다 뒤늦게 연구에어 들었지만 제품화는 머큐롬이 먼저 이루어진다.
▲ 1939년 10월 5일 동아일보 기사 |
위 사진은 1939년 10월 5일 동아일보에 “작난이 심한만큼 다치는데도 만허 조곰 상햇다고 안심 마십시오. 잘못하면 말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름과 달라서 가을이 되면 어린 사람들의 세세에는 무엇이라 말 할 수없는 조흔시기가 찾어 옵니다. 입맛이 돌아서 밥 잘먹고 서늘하니 생기가 나서 운동도 잘합니다. 걸핏하면 씨름하고 뜀질하고 험상스럽게 놀기를 조하하는 만큼 매일같이 무릅을 때트리고 다리가 성한 곳이 없이 상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너머져서 상한다면 제일 만흔 것이 베껴지는 것입니다. 살이 베껴지는데도 정도가 잇고 또 아이들 체질에 따라 전혀 말없이 딱지가 앉히면 낫는 것이 보통이나 체질이 조치못하면 균이 들어가 곪는 경우가 있으니 치료도 거기 따라 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우숩게 생각하던 상처로 미균이 들어가 패혈증으로 변해가지고 생명을 잃는 일도 있어 너머 엄청난 일을 당하는때도 있습니다.
또 몹시 상해서 위태하게 생각하던 것이 오히려 일 없이 낫는 경우가 잇습니다. 너머져서 보통 베껴지기나 햇으면 옥시풀로 소독한 다음 마큐로크롬(빩간물약)을 발라 두면 그만입니다. 옥도정기도 조흐나 몹시 앞어서 견디지 못합니다. "마큐로크롬"이란 약은 상처에 발러도 쓰라린 줄을 모르고 짧은 시일에 낫는 것이 특증입니다. 그 까짓것쯤하고 버려두엇다가 고름이 들고 오래가서 얼골에 흉터를 남긴다거나 그러치 안흐면 단독이나 파상풍이라는 무서운 병의 원인도 됩니다. 그러므로 어찌되엇던 너머져서 베꺼지거던 소독이라도 해두어야 합니다.”
50대 이상의 한국인들은 빨간약과 더불러 “아까징끼”라는 표현이 더 익숙할 것이다. 일제시대 가장 먼저 사용된 소독약은 옥도정기 즉 요오드팅크였다. 머큐로크롬이 그 후에 발매에 되었는데 빨간색 옥도정기라는 의미로 “아까 요됴징끼”를 줄여서 “아까징끼(일본어 赤チンキ)”라 불리운 것이다. 위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옥시풀은 2% 과산화수소용액을 말한다. 옥시풀은 지금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무색 투명한 액체이며, 상처부위에 바르면 거품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화농성 피부염을 비롯하여 궤양 ·창상에 쓰이지만 작용 시간이 짧다. 옥도정기는 요오드를 알콜에 녹여서 만든 소독약으로 바르면 노란색을 띄게된다. 바를때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옥도정기와 옥시풀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 바로 빨간약 즉 머큐로크롬이다. 바를때 자극성이 없어서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작용시간이 길어서 자주 바르지 않아도 살균효과가 오래간다. 특히 소독약을 바를 때 고통스러워서 이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약이었다.
이런 빨간약도 역사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일본에서 발생한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이 알려지면서 수은 독성에 대한 위험성의 우려가 커졌다. 아까징끼에 들어 있는 수은이 독성을 나타낼 것을 우려한 일본정부가 1973년 판매와 제조를 금지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FDA에서 1992년부터 논의가 되어서 1998년 판매중지를 결정하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한국도 이를 뒤따르게 되면서 빨간 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머큐로크롬은 시장에서 사라졌지만 지금도 약국에서 빨간약 또는 아까징끼를 찾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현재 약국에서 빨간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머큐로크롬이 아니라 포비돈 요오드용액이다. 요오드를 폴리비닐피롤리돈(PVP)와 화학적으로 배합시킨 포비돈 요오드는 기존 옥도정기(요오드팅크)보다 독성은 덜하면서 안정적이며 항균력이 강하고 무엇보다 통증이 덜하기 때문에 현재 요오드 소독제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포비돈 요오드는 엄밀히 말하면 빨간색이 아니라 갈색의 약물이다. 오직 포장만이 빨간색일 뿐이다. 우리가 머큐롬과 전혀 상관없는 포비돈을 여전히 아까징끼, 빨간약이라 부르는 것은 머큐롬이 퇴출되고 난 후에 사라진 시장을 차지하려는 제약회사의 영리한 마케팅 전략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더 소비자들의 오랜 습성과 약에 대한 깊은 신뢰의 표현일 것이다.
▲ 현재 약국에서 빨간 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포비돈 |
그럼 빨간약은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는가? 아니다. 머큐로크롬은 호주를 비롯한 영연방국가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에서 지금도 애용되고 있다. 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비용”과 의외로 위험하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큐롬은 미 FDA가 "일반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 (not generally recognized as safe and effective)“라고 판매중지를 결정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19년 영 박사의 항균 작용의 발견 이후 DHM 의한 수은 중독의 피해는 거의 전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왜 이제 와서 판매를 중지해야 하는가. 매우 싸고 특허도 없는 약을..“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머큐롬의 위해성에 대한 진지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은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판매가 중지된 것은 머큐롬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일이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머큐롬 생산 판매 중단을 내리면서 내세웠던 ”높은 환경 부하성 중금속 화학 물질은 특수 대체 불가 한 것 이외에 대해서는 사용을 가능한 한 피하거나 중지 할 것”라고 하는 대전제에서 본다면 판매 중지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 현재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머큐로크롬 |
위해성 논란에 관계 없이 우리가 아까징끼 혹은 빨간약이라 불리웠던 소독약은 국내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문화 깊숙한 곳에 빨간약이 주는 상징성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서점에는 심리치료 상담에 관한 책에 “빨간 약”이라는 제목이 달리면서 출판되고 있고, “어릴 적 엄마가 발라주던 그 빨간 약처럼 이 노래가 네 마음속 작은 상철 치료해줄 거야”라며 노래하는 대중가요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빨간약을 사랑으로 기억하는 한 그 은유는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건강미디어 mediahealth2015@gmail.co
http://www.media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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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정말 추억의 아까징끼~~
맞네요~~ㅎ
어릴적 넘어져서 무릎깨면
발라주시던 아까징끼~~ㅋㅋ
만병 통치약
ㅋ 추억의 아까징끼.
지금도 빨간약으로 포비돈 상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나도 모르는 새 슬그머니 없어진 약물이 많을듯.
아스피린도 사려고 보니 우리나라에 판매 안 한지 오래됐더라구요.
딸 멕시코 여행길에 사오라고 한 게 아스피린이었다는.ㅋㅋ
2018년 8월 10일부터 다시 판매합니다
정보를 올렸습니다
@푸른희망(여/1962/1991/대구/미국) 앗~그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