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멀리 창원에서 친구가 서울로 왔다고 연락이 와 지난 주말 인사동에 나가서 만났었다. 해군 사관학교를 나온 녀석이 예전에는 몸이 그리도 멋졌었는데, 안국역 앞에서 만난 녀석을 처음에는 알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변했었다. 녀석이 꽁지머리를 해 멋을 냈지만 허연 백발로 머리가 변해버렸고 배는 왜 그리도 튀어 나왔는 지?!.. 시골서 부인도 없이 혼자 살려니 누가 신경을 써 주는 사람이 없어 더 초라하게 변한 거 겠지만.. 아무튼 안쓰러운 마음이 다 들 었다. 후후!
982.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오랜 만에 나간 인사동이라 인사나 할겸 해서 '시내 겔러리'에 들렸었는데 그 '시내 겔러리'가 없어졌다. 본래 '시내 겔러리'가 아니고 '유카리 화랑'이라고 그래도 인사동에서 30년이 넘게 운영을 해 왔던 화랑이었는데 노 관장이 최근에는 운영이 너무 어려워 '시내 겔러리'로 이름을 바꿔 겔러리를 많이 축소를 해 겨우 운영했었는데.. 아무튼 어찌나 섭섭하던지.. 그래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겔러리였었는데, "참새가 방아간 들렸다 지난다." 는 말처럼 인사동 나가면 차도 얻어마시고 쉬기도 하고 가끔은 시인, 화가들과 어울려 곡차도 한 잔 하던 곳이었는데..
인사동에 나가면 거의 버릇처럼 들리는 찻집이 있다. '귀천'이라고 오래 전에 고인이 된 시인 천상병 선생과 연관이 있는 찻집이다. 지금은 천선생 처 조카가 운영을 하는.. 그 찻집 첫번째 테이블에 앉으면 창밖으로 지나는 사람들이 잘 보여 내가 무척 좋아 하는 자리다.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있어서..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창 밖 풍경이 나는 정말 너무 좋아 차를 마시면서 마냥 그 자리에 앉아 있기를 좋아 했었다. 그 창 밖 앞에는 한옥으로 된 음식점겸 까페가 있었다. '여자만'이라고.. 예전에는 남인사마당 쪽 지하에 있었는데 돈을 벌었는지 제법 근사한 한옥집으로 이전을 한 거였다. 그런데 그 운치가 있었던 고풍스러운 한옥 집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다고 한다. 새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면 그 길 풍경이 인사동과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돈을 벌었으면 멀리 강 건너 강남이라도 가서 새 건물을 짓지 왜 인사동에다 그러는 건지?! 더구나 그 번 돈으로 한옥집을 고쳐가면서 오래도록 보존 할 생각은 왜 못하는 건지?! 뭐 그저 돈을 더 벌려는 욕심으로.. 아무리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를 사니까?!" 하면서 이해를 해주려 해도 그래도 주인이라고 해도 인사동 한옥집을 그냥 허물어버려도 된다는 건가?! 하는 반발심까지 생기는 건 어쩔수가 없나 보다. 우리집 작은 녀석이 한 말 처럼 내가 이조 오 백 년 고루한 사람인지라.. 후후!
그렇지 않아도 인사동 거리가 언제부터인지 그저 상업적인 너절하고 정이 없는 삭막한 거리로 변해 버렸는데.. 겨우 골목안만 옛 정취가 조금 남아있는 건데..
왜 자꾸 변하기만 하는 건지?! 그냥 그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좋을 것을.. 뭐 가는 세월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인사동 뿐이 아니고 사람들마저도 그저 늘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고서 말이다. 어쩌면 물질 만능시대를 살면서 그리고 세월은 가 모든 것은 변하는 게 진리인 건데 내가 너무 허황된 바람을 .. 후후!
글. 고 사리
첫댓글 외국에... 오래된 골목 거리 마을... 정말 부러워요.
인사동이 점점 망가져 가네요
네! 그렇지요. 인사동이 너무 안타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