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구백예순다섯 번째
토끼의 공상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경本生經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토끼 한 마리가 공상에 빠져 있습니다. ‘만일 땅이 무너진다면 나는 틀림없이 죽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토끼의 몸이 떨려왔습니다. 그때 나무에서 도토리 한 알이 툭 떨어졌습니다. 그 소리에 놀란 토끼는 틀림없이 땅이 무너지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토끼가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지금 땅이 무너지고 있어!” 이 말을 들은 다른 토끼도 그 토기를 따라 덩달아 내달리며 만나는 토끼마다 “땅이 무너진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 사슴도 달렸고, 물소도 호랑이도 코끼리도 달렸습니다. 그러자 사자 한 마리가 달아나는 무리를 보고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지금 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습니다. “땅이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들이 뭔가 오해한 것이리라.” 그러고는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이 무너지는 것을 누가 보았는가?” “코끼리들이 알고 있습니다.” 사자가 코끼리에게 물었더니 코끼리들은 호랑이 핑계를 댔고, 호랑이는 물소 핑계를 댔고, 물소는 사슴 핑계를 댔습니다. 사슴은 토끼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사자가 토끼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째서 땅이 무너진다고 했는가?” “저는 틀림없이 저쪽 산기슭 큰 나무 아래서 땅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앞세우고 큰 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잘 익은 도토리 하나가 떨어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우매한 동물들의 이야기로 들으셨나요? 가짜 뉴스 하나가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하는 세상입니다. 덧입히고 부풀린 얘기에 민심이 요동을 칩니다. 그러고는 서로 남 탓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