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육사12기출신 이영진씨(예비역 대위)가 미국 LA에서 신동아 편집실에 보내온 수기를
발췌한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날 아침...
1군사령부가 있는 원주에서 사령부 몇몇 장교들이 사령관 이한림장군을 숙소에서 체포 한다음
지프에 태워서 서울로 호송하기 위해 길을 떠났으며 이 사실을 알게된 연대장 H 대령이 머리를
짜낸끝에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지명해 이래저래 공을 한번 세워 보려던 속셈 이었다.
이한림장군을 호송한 집차가 어느길을 택할지 몰랐겠지만 H 대령 예상대로 내가 경계하고 있는
지역을 통과할 경우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도 궁금했을 것이다.
그 차를 정지시켜 내가 이한림장군을 구출이라도 하는 과격한 행동으로 나간다면 나역시 반혁명
분자로 몰아 감옥으로 보내는 공을 세울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멍청하게 바라만 보고 찝차를 보내더라도 이장군의 호송을 방해할 기도가 있을지도
몰라서 경계병을 파견했던 것이라고 혁명군에게 둘러대면 그만인 것이다.
뒷날 그 사실을 알게된 나는 연대장의 치졸한 행동에 얼마나 분개 했던지 모른다.
오후 2시가 지나 철수하게 된 나는 병사들에게 중대로 돌아가라고 지시후 연대본부로 들어갔다.
연대장은 나를 본후 오른손 인지로 내배를 쿡 찌르면서 이한림 이 붙들려 갔단 말야 하고 말했다.
그 한마디는 확실히 충격이었다.
어제(5월17일) 밤늦게 1군사령관 명의로 중대로 배포된 1군장병에 고함 이라는 제목의 글을 나는
수십번도 더 읽었고 그 내용은 이랬다.
친애하는 1군장병 여러분!
이미 여러분은 신문, 방송을 통하여 격동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주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같은 긴박한 국가정세에 임하여 군은 국가의 장래와 민족보위를 위하여 다음 몇가지를 우국
청년장병 여러분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바입니다.
1. 여하한 국내정치 정세에서도 우리의 적은 공산도당 임에 변함이 없으며 적과 대치하여 조국을
방위함이 또한 우리의 기본사명임을 재삼 명심하여 전장병은 현위치를 고수하고 추호의 동요도
없이 대적경계를 엄중히 하고 교육 훈련을 철저히 할것.
2. 예하 각급지휘관은 여하한 정치적 변동에도 엄격히 중립을 견지하여 군본연의 임무인 국토방위
에 전심 전력할것.
단기(檀紀) 4294년 5월17일 제1군사령관 육군중장 이한림
(1961년)
아무리 읽어봐도 자구 하나 이상한 곳이 없었다.
2항에 있는 중립이란 말만 빼놓는다면...
이래도 되는 것일까?
남들은 생명을 걸고 혁명을 하는 판인데 중립이라니...
나는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에 몸이 떨렸다.
그런데 이한림장군이 붙들려 갔다는 것이 아닌가!
중대로 돌아온 나는 안절부절 못하였다.
육사생도들은 혁명축하 시가행진을 하고 있는데 육사 출신들을 그렇게도 아껴주던 이한림장군은
잡혀가고…,
이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무슨일이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음에 틀림 없었다.
다음회는 "부대를 무단이탈 하다" 가
올려 집니다.
첫댓글 이한림장군의 "1군 장병에 고함"이라는 글이 군인정신을 보여줍니다.
국토방위에 전념 하라는 명령이.....
잘 읽고 갑니다.
이한림장군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고 박정희대통령과는 만주신경군관학교
와 일본육사 동기였습니다.
두분은 서로가 존중하고 아껴준 사이였지만 5.16혁명은 그들의 관계를 서로
반대진영에서 힌동안 입장을 달리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