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오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명절이 손꼽아 기다렸다.
새신에 새 옷을 입는다는 기대가 컸다. 명절 전날 새 옷과 새신을 엄마가 나의 머리맡에 두면 자다가 일어나서 가만히 새신을 신어 보기도 했다. 대부분 고무신을 신었지만 나는 학교에 입학하고부터는 운동화를 신었다. 그러한 명절이 이제는 지난날 추억 속으로 멀리 떠나가고 있다.
어른이 되고나면 명절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장남이고 선영先塋을 관리해야 된다면 걱정이 다가온다. 제사는 어떻게 하며 산소의 벌초는 어떻게 할 것인가? 관리해야 할 묘가 그렇게 많지 않으면 좀 수월하지만 수가 많으면 걱정거리다. 물론 문중이 잘 결속되어 있어 자주 모여서 선영 先塋을 돌보는 가문은 걱정이 없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짐이다.
근래에 시골에 가보면 멀리 있는 묘를 정리해서 길 가까운 곳으로 이장해서 작은 표지 석을 세워 산소를 단장해 둔 곳을 여러 곳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영구적 일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그대로 두는 것이 오히려 좋을지 모른다. 가까운 일본은 납골당을 마을 어귀에 만들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거리를 가깝게 했다. 우리는 다르다 죽은 자는 집에서 떨어진 산으로 거의 갔다. 근래에 조금 인식이 달라져도 마을 어귀에 묘를 만든다는 것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외국 여행을 가면 묘를 유심히 보았다. 죽은 자를 어떻게 하는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죽은 자에 대한 관심은 어디나 있다. 더구나 가까운 가족들에 대한 애착은 어느 나라라도 비슷하다. 어떤 나라는 죽은 자를 굴에 안장安葬하고 기일이 되면 가족들이 굴에 가서 며칠씩 함께 지나기도 한다니 가족에 대한 애착이 사후死後에도 있는 것 같다.
가가예문家家禮文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마다 혼례나 제례 장례는 다를 수 있다. 종교에 따라서도 다르다. 하지만 중심에는 예를 지키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근래에 성균관에서 제례의 주 집례자는 남녀 관계없이 년장자가 한다는 권고가 있었다. 종례에 장손 장자 남자라는 관념이 없어진 거다. 유교에는 남존여비의 사상이 강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남녀평등사상이 강해졌다.
그리고 남아선호 생각도 이제는 희미해졌다. 우리나라 평균 출산율이 1명이 채 되지 않으니 남자가 가계를 이어간다는 생각은 불가능해졌다. 남녀관계없이 제례나 장례를 집행하는 집사가 될 수 있다. 산소관리도 이제는 남녀구별 없이 가까이 있으며 성의 있는 사람이 하면 될 것 같다. 자녀가 한두 명 태어나면 장성해서 어디 가서 살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타향살이를 한다면 그래도 고향에 가끔 가볼 수 있지만 외국으로 가버린다면 선영을 돌보고 길흉사를 챙긴다는 것은 어렵다.
추석이 되면 벌초가 염려되는 가문이 더러 있다. 수년 전에 아예 벌초를 하지 않으려고 봉분封墳을 시멘트로 덮어버린 묘가 언론에 보도되고, 혹자는 불효막심하다고 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이해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명절이 되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챙겨야 할 일이 훨씬 많다. 제례 준비에 어른들에게 드려야 할 용돈과 선물 등등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려운 살림에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부부간에 다툼도 일어난다. 그뿐만 아니다. 또 제사 준비와 잡다한 일과 손님들이 오가면 접대 등등 쉬운 일이 아니다. 옛날에는 일가친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서로 돕고 서로 이해했지만 지금은 당일 하루살이 한 가지다. 당일 날 모든 일이 끝나고 거의 해산한다. 하루를 위해서 받는 고충이 심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른들이 지혜롭게 생각하고 쉽게 해결해야만 한다. 명절을 나누면 좋다. 일 년에 모여야 할 날짜를 계산해서 최대한 줄이고 큰 명절은 반으로 줄이면 일이 반으로 줄고 가족들의 고충도 반으로 줄게 될 것이다.
올해 추석명절 휴일은 길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어른이 나서서 국내여행이라도 가고 싶으면 가게 해 주는 것이 좋을듯하다. 흔히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가족이. 화목하고 불만이 없는 것이 좋다. 명절이 즐겁고 기쁜 날인데 가족들이 불평하고 화목하지 못하면 좋은 일이 아니다. 성서聖書에 “제사를 지내기 전에 형제가 먼저 화해.”하라는 말이 있다. 명절에 모이는 가족들이 서로 반목한다면 명절이라고 하기 어렵다. 시대가 바뀌었다. 옛 일을 고집하지 말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만사가 형통하다. 공자도 “시류를 따르라” 했다. 벌초도 꼭 해마다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격년으로 할 수도 있고 수년에 한 번씩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대로 두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니 섭리를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명절을 어떻게 하면 모든 가족들이 즐겁고 기쁘게 지날 수 있을까? 지혜롭게 잘 생각하고 용단을 내리고 실천을 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2023.9.16.).(2023.9.16.)
첫댓글
교수님 ~
“제사를 지내기 전에 형제가 먼저 화해.”하라는 성서 말씀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명절 나누기도 내년 쯤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