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폭우에다 폭염까지 겹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를 정도이다. 나라 한쪽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폭염으로 찜통더위속이다. 지금이 7월초이니 적어도 두세달은 이런 상황속에서 버티어 나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가정에서는 전기료 폭탄우려때문에 냉방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엄청 더운데 선풍기에 의존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에어컨을 마구 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에어컨이라는 것이 요상해서 한 번 접하면 어지간 해서는 멈추기가 힘든 존재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중교통들은 상황이 다르다. 너무도 냉방시설이 총가동되는 상황이다. 물론 출퇴근때 수많은 인파속에서는 당연히 냉방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어야 한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도 지나고 그다지 승객이 많지도 않은데 냉방장치는 엄청나게 가동되는 모양새이다. 승객들이 주섬주섬 긴팔 옷을 꺼내입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교통의 적자가 심하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적자가 심한데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모습은 별로 찾아 볼 수 없다. 비근한 예로 유럽 등지 국가에서는 대중교통에 냉방장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그곳들도 한국만큼이나 한 여름에는 덥다. 하지만 지하철도 버스들의 경우에도 한국처럼 에어컨을 맘껏 틀지 않는다. 아예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승객들도 연신 수건으로 땀을 딲지만 그렇다고 왜 에어컨을 켜지 않느냐며 짜증을 내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경비가 없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의 각국은 한국보다 경제적 사정이 좋다. 하지만 그들 나라는 대부분 석유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낄 뿐이다. 각 가정에서는 어떨런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대중교통은 엄청나게 절약형으로 유지된다. 유럽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때문에 현지 가이드들이 돈을 더 주고라도 냉방시설이 좋은 차량을 섭외한다고 한다. 한국 관광객들은 더울 경우 그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에 비해 한국 관광객들이 유독 그런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유럽 현지 가이드들은 자신들은 평소 에어컨 가동이 제대로 안되는 현지 대중교통을 타다가 한국 관광객들을 안내할 때는 에어컨이 풀 가동되는 차량속에 하루종일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한국은 석유 한방울 안 나오는 나라이다. 그런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냉방 그자체이다.지하철의 경우 약냉방이라는 칸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에어컨 바람이 싫은 사람들은 약냉방칸으로 일부러 찾아 타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출퇴근때 무지막지하게 승객이 많을 경우 에어컨 풀 가동은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출퇴근이 지난 뒤에도 아니 승객이 별로 없는 시간에도 냉방이 엄청나게 가동되니 이것이 낭비중의 낭비가 아니고 뭐겠는가. 실제로 일요일인 2023년 7월 2일 저녁 8시쯤 서울 지하철을 탄 지인이 추워서 혼났다는 말을 전해왔다. 냉동고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몸이 약한 사람도 아니고 평소에도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인데 그정도로 말할 정도면 이건 정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출퇴근때나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중교통의 냉방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더우면 더운데로 살아야 정상이다. 흥청망청 대중교통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적자이니 나라에서 보조하라는 말이 나오는가. 스스로 경비를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도 정부도 이해를 하고 대책을 강구할 것이 아닌가.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집에서 그정도 에어컨을 작동하는가. 아니지 않은가. 대중교통은 타국의 장치가 아니다. 바로 자신이 살아가는 나라의 대중교통이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것은 무척 절약하면서 대중이 함께 이용하는 것은 마구 사용하는 요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중교통 운영자측에서도 그렇게 경비를 절약하지 않고 교통요금도 인상되지 않으면 적자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각 가정에서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것처럼 대중 교통 운영자측도 마찬가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나라에서 엄청나게 지원을 해도 적자속에 운행하는 것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3년 7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