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파워 게임에 조직 흔들려
갈등 노출된 자체가 위기 신호
미 CIA.이스라엘 모사드처럼
전문성 중시 인사 시스템 필요
이달 초 있었던 국가정보원 1급 부서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국정원 직원 A씨가 면직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A씨도 이번 1급 부서장 승진 인사에 포함됐었다.
그런데 1급 승진 인사에 A씨의 국정원 동기 3명 등 그와 인연이 있는 인사 6명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A씨 등 1급 7명 인사를 보류하고 대기 발령했다.
A씨는 '인사 개입설은 음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장이 계속되면서 문책 인사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작년에 대기발령됐던 2,3급 100여 명도 김 원장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상 직권남용 고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정권 교체 이후 1년 동안 인사 갈등에 휩싸였다.
게다가 이번 인사 파동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김규현 원장이 올린 인사안을 재가했던 윤 대통령이 다른 경로를 통해 A씨가 부적절하게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를 받고, 처음 인사안을 번복해 대기 발령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국정원은 북한 정보를 수집하고 대공.산업 스파이 수사와 사이버 테러 대응을 담당하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다.
보안이 생명인 조직의 인사 파동이 외부에 알려진 것 자체가 국정원의 비정상적 모습을 노출한 것이다.
문때 적폐 청산으로 국정원 초토화...정권 바뀌어도 파벌 싸움 중
인사치부 드러낸 국가 정보기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에 대한 '적폐 청산'을 거치며 국정원 조직이 심각히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정권의 노선이나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청산.역청산이 반복되면서 국정원 요원 간 세력 다툼이 국정원 조직 안정을 흔들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광복회장은 '정권 교체 등 외풍에 휘둘리지 않는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이스라엘 모사드처럼 요원
인사에서 전문성과 계속성을 바탕으로 인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했다가 일주일 만에 번복한 이번 국정원 인사 파동은 1급 간부 승진. 보직 인사가 문제가 됐다.
김구현 원장은 이달 초 윤 대통령 재가를 받아 1급 부서장 등 간부 17~18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는데,
김 원장 측근 A씨가 국정원 입원 동기거나 지연, 근무연 등으로 얽힌 인사들의 승진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 파동을 두고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 요원을 '적폐'란 이름으로 과도한 청산 작업을 벌였고 정권 교체 후
이에 대한 역청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정원 내 세력 간 갈등이 불거진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정권 교체 등 권력 지형 변화에 따라 청산,역청산이 번복되는 한국형 정보 요원 인사가 갈등 배경 중 하나란 것이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은 '진상이 뭐가 됐던 전문성 등 국정원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의 원칙이 공유되지 않으면
인사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원장이 5년 이상 재직하고 요원들이 한 테러 조직을 10년 이상 추적하는 이슬라엘의 모사드나 정권 교체에 관계없이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CIA처럼 전문성과 계속성을 살린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CIA 국장은 평균 임기가 3~4년 이지만, 한국의 국정원장은 평균 1년 반이다.
또 CIA나 모사드에서 적대 세력 추적을 전담하는 팀은 십수 년 이상 팀원 교체 없이 작전을 수행한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전직 국정원 간부는 '한국은 정권에 따라 직원들도 담당 분야에 따라 좌천과 중용이 반복되면서, 내부에서 일종의 패거리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 파동은 정권 초 국정원 내 주도권을 잡은 A씨를 중심으로 한 그룹과 이에 맞선 그룹이 충돌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 출범 후 국정원 내부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1년 내내 이어졌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좌측근으로 분류됐던 조상춘 전 기조실장이 임명 4개월 만인 작년 10월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도 김 원장
참모 세력과의 갈등때문이란 말이 무성했다.
정보 소식통은 '전 정부의 국정원 주류에 편승한 요원들을 대거 물갈이해야 한다는 김 원장 측근 그룹과 조직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 화합이 필요하다는 조 실장 그룹 간 갈등설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승진.보직을 둘러싼 내부 파워 게임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규모 인사 물갈이가 이뤄진다.
전 저웁에서 인사 피해를 봤던 사람들은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계기로 부상하고, 전 정부에서 득세했던 사람들이 다시 소외되는
일이 반복됐다.
진보 정권이나 보수 정권이냐에 따라 대북 담당 직원들의 조직 내 역할 비중이 달라지는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정권 초기인 2017년부터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만들어,
과거 정부 국정원 인사들을 수사,재판으로 이끌었다.
검사들이 파견을 가서 국정원 서버를 샅샅이 뒤져 검찰에 넘겼다.
이로 인해 민간인 사찰, 정치 관여 사건 등으로 국정원 인사 여럿도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국내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조직은 없어졌다.
국정원 내부 권력 다툼이 심화해 정상적인 인사가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국정원 간부는 '대통령이 재가한 인사안이 번복된 것은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어느 조직이든 정권에 줄서기는 만연하지만 나름의 인사 원칙을 구축하고
요원들의 동의를 얻어냈다면 파동까지 번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원 조직의 건강설이 위기란 병증'이라고 했다.
김 원장의 참모로 중용됐던 A씨가 인사 전횡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나, 그를 둘러싼 인사 번복 파동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나
현 정권의 국정원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존찬 광복회장은 '정보 업무는 전문성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일부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면 오판하기 쉽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간첩 잡는 데 특화된 국정원 요원들의 공작 노하우가 상대 세력에 대한 음해와 투서에 활용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김정환.노석조 기자인사 전횡 의혹 1급 면직...작년 대기발령 100명은 민.형사 소송 준비
해외 1급 요직에 국내파 3급이
임명되자 쌓여있던 갈등 폭발
'인사 전횡' vs '조직적 음해'
국가정보원 인사파동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1급 7명 등 8명의 인사 취소 원인으로 지목된 1급 A씨는 16일 면직됐다.
여기에 정권교체 이후 물갈이 인사 차원에서 대기발령됐던 국정원 2.3급 100여 명이 이번 인사 파동을 계기로 김규현 국정원장에서 민형사상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전횡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면직된 A씨는 김 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자신이 1급으로 승진하고, 그와 이런저런 인연이 있다고 지목된 인사들도 다수 진급했었다.
국정원의 한 인사는 '국내 파트 풀신 3급 인사가 갑자기 해외 파트 요직인 1급 국장 자리로 오니 많은 직원들이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승진 인사 상당수가 국내 파트 출신인 A씨와 입사 동기이거나 같은 부서 출신이라며 인사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관계자는 '인사.조직.통무.북한.해외 등 핵심 보직에 A씨와 인연이 있는 국내 파트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고
이런 내용이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현 정부 들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그룹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 인사 문제를 제기했다'는 반론도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자 조직적 음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보 소식통은 '해외 파트나 주요국 공관에 공사로 발령났던 1급 인사들도 해외 정보 분석이나 파견국 관련 공작 업무를 국내에서 담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부적격 인사란 공격은 음해'라고 했다.
다른 인사는 '전 정부 때 국정원 주류로 공격의 배후란 소문도 돈다'고 했다. 김민서 기자
위기의 김규현
지난주 윤대통령과의 면담서 '인사 오해 있다' 해명했지만
진상조사 따라 거취 결정될 듯
김규현 국정원장은 이번 1급 승진 인사 파동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 원장 인사안을 재가했다가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뒤늦게 받고 1급 승진자 7명 등 8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사태 진전에 따라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이달 초 1급 부서장 승진 인사를 포함해 간부진 17~18명 인사를 실시했다.
이 인사는 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뤄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지난주 이들 중 1급 7명과 인사처장 등 8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피하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 인사에서 1급으로 승진한 A씨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국정원 동기 등을 1급으로 진급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주 윤 대통령을 면담하고 윤 대통령이 문제 삼은 인사안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은 A씨가 이번 인사에 개입해 자기 라인을 승진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소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완전히 수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 것도 김 원장으로선 부당하다.
이 땜ㄴ에 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선 김 원장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적잖다.
김 원장이 당장 물러나지 않더라도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사안의 진상을 가려 최종 인사 조치를 결정한 뒤 김 원장을 재신임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도 김 원장이 사심없이 국정원 정상화에 매진해온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으로선 자신이 한 인사 안을 대통령이 번복한 상황에서 거취에 대한 고심이 클 것'이라면서도
'김 원장이 이번 인사 파동에 대한 대통령의 심중을 정확히 이해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