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원주, 충주, 무주, 무안 등 네 지역이 기업도시 시범사업지로 선정·발표됨에 따라 일대 토지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토지투기지역(원주, 충주) 등으로 묶여 투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규제에서 벗어난 선정지 인근 신설도로 주변 토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강원도 원주
원주는 비교적 수도권과 가까우면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이다. 그동안 기업도시로 거론되면서 토지 시장에까지 거센 바람이 불어 가격은 이미 꼭대기에 올랐다는 게 현지 분위기이다.
이처럼 기업도시 호재가 이미 반영된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토지투기지역 등의 규제로 문의 전화 한 통 없다고 중개업소들은 전한다. 실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1월부터 5월까지의 이 지역 토지 거래 건수는 325건이지만, 5월 29일 지정일 이후 거래 건수는 7건에 그치고 있다. 거래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치고 빠졌다는 얘기다.
반면 소초면 장양리에서 흥업면 사제리까지 원주시 북동쪽에서부터 남서쪽을 잇는 신설 도로 주변으로는 문의가 활발한 편이다. 도로 공사는 ‘원주시 관내국도대체우회도로(소초면 장야리~봉산동)’, ‘원주시 우회도로(봉산동~관설동)’, ‘원주시 관내국도대체우회도로(관설동~흥업면 사제리)’ 등 세 곳이 진행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원주 시내에서 시내와 떨어져 있던 흥업면 사제리까지 진입이 쉬워질 예정이다. 2006년 말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재정 문제로 그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업면 한 공인중개사는 “관설동에서 흥업면 사제리까지 이어지는 11.7km 우회도로 주변 땅이 기업도시와 가까운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아니라 인기”라며 “사제리는 기획부동산에서 작업을 해놔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제리 도로 인근은 전답 구분 없이 평당 30만~50만 원 선에 거래되며 도로 바로 옆 토지는 100만 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 충북 충주
북충주IC와 충주IC 중간에 위치한 충주 기업도시는 원주 못지않게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2003년 이류면 일원에 지정된 충주첨단지방산업단지와도 가까워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기업도시 내 임야는 입지에 따라 5만~10만 원 선, 도로변 논과 밭은 30만 원까지 호가가 형성돼 있다.
그나마 이마저 거래는 쉽지 않다. 매물을 다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충주 연수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을 때만 해도 간간이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 6월 27일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이후로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기업도시로 선정된 후에는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도 모두 들어간 상태다. 충주시청 문의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4월 28일 이후에도 5~6월에는 4만 1,243평이 계약됐지만, 투기지역 지정 이후 7월에는 5,863평밖에 거래되지 않았다.
기업도시 선정지와 주변 토지는 물건이 나와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태지만 기업도시 이류면과 접해있는 ‘충주시 국도대체우회도로’ 주변 땅은 아직 문의가 많지 않아 노려 볼 만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용두동부터 금가면 사암리까지 총 10.8km 구간으로 4차선 도로로 2010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 전북 무주
무주는 그 동안 전남 해남·영암에 비해 기업도시 유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선정 직전까지 토지시장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지역이다. 선정 이후에도 사업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외지인 문의는 많지 않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문의가 부쩍 늘었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선정지 인근 신설도로가 주목 받고 있다.
무주에는 ‘무주-안성우회도로’, ‘무주-학산간 도로확장 및 포장공사’, ‘적상-무주IC 도로건설공사’ 등 3개의 도로가 공사 중이다. 이 가운데 ‘무주-안성우회도로’는 기업도시와 가장 가깝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벗어나 있어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도로는 19번 국도를 안성면 죽천리부터 사전리까지 모두 5.93km를 연장하는 것으로 2008년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도로 인근 토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길과 접하지 않는 밭이 평당 5만 원을 전후한 가격에 나오지만 도로 인근 논은 40만~50만 원도 한다”며 “최근에는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실제 거래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전남 무안
전남 무안에는 청계면 태봉리에서 무안읍 성동리를 잇는 도로폭 20m, 총 길이 8.9Km의 ‘무안우회도로’가 한창 공사 중이다. 기존 무안읍을 통과하는 도로가 좁아 차량 정체가 심하고 교통사고가 빈번했지만 우회도로가 생기면 교통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초 2005년 말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제반 여건상 내년 상반기야 되야 개통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관리청의 설명이다.
‘무안우회도로’는 현재 전 구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어 거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청계면에 위치한 S공인 대표는 “우회도로가 기업도시를 통과해 이왕이면 도로 인근에 있는 토지를 알아보겠다는 외지인의 문의가 많은 편이지만 모두 허가 구역에 포함돼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간혹 “불법으로라도 어떻게 거래가 안되겠느냐”고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거래는 없지만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 밭과 임야는 평당 5~6만 원 선, 인근 논이 15만 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무안군 S공인 관계자는 “200~300평 규모의 밭은 30만 원, 논은 80만 원까지 호가가 올랐지만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