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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전략기술 30개 분야
재래식 무기 위주 K방산 '비상'
전투기와 잠수함의 엔진 기술 격차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방위산업 선도국'과 비교할 때
20년 이상 벌어져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래식 무기 위주로 짜인 K방산' 경쟁력에 적신호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군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국방전략 기술 조사 보고서'를
최근 국방부에 제출했다.
국방부가 지난달 1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2037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AI), 양자 등
10대 분야 30개 세부 기술의 '현재 점수'가 매겨진 것이다.
스텔스 전폭기 등 레이더를 피해 적의 심장부를 공격하는 전략무기의 '첨단 엔진' 경쟁력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선도 기업 V프랫&휘트니, 재너럴일렉츠릭(GE) 등에 비해 국내 기업 기술 수준은 60%(최고 수준 100%)에 불과했다.
격차는 최소 20년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극초음속(시속 6000km이상) 미사일기술도 마찬가지다.
록히드마틴 등에 비해 국내 기업 기술 격차는 20년 이상 벌어져 있다.
디젤엔진과 2차전지, 연료전지 등을 혼합한 '하이브리드전기추진' 기술은 10년 가량 뒤처졌다. 이해성/김동현 기자
인공위성.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기술, 미.영의 50~60% 수준 그쳐
KF-21 전투기 엔진 국산화율
방산 핵산기술 없어 39% 불과
원천 기술은 GE가 갖고 있고
한화에어로스는 조립.생산만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은 '전투기의 눈'인 능동형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에 다수 국산 장비를 장착했다.
하지만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두 기가 쓰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사와 제휴를 통해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한다.
원천 기술은 GE사에 있고 한화에어로스는 하청을 받아 조립과 생산을 하는 형태다.
핵심 기술이 없다 보니 KF-21 엔진의 국산화율(1호기 기준)은 39%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국방 전략기술 수준 조사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엔진 분야에서 한국 방위산업 기업의 기술 수준은 최고 선진국(미국)과 비교해 60%에 그쳤다.
국기연 측은 '낮은 터빈 입구 온도 설계, 고신뢰성 소재 데이터 부재, 감항 인증 관련 기술 부족 등 기술 격차가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엔진 기술 갈 길 멀어
국기연은 국방부가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2037 국방과학기술 혁신 기본계획'에 담긴10대 분야.30개 국방전략 기술 수준을 비교 분석한 '국방전략기술 수준조사'를 최근 발간했다
각계 전문가 122명의 의견 수렴과 토론을 거쳐 기술별 선도국 대비 우리 군과 민간 기업의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기술 중 '첨단엔진'은 한국이 가장 취약한 분야로 지적했다.
여기서 첨단엔진 분야는 엔진 핵심소재.부품과 시험 인프라 등을 개발해 고성능.고신뢰성 엔진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미국 GE와 프랫 &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 3개사가 항공기 엔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국산 전투기로 개발 중인 KF-21이 GE 기술을 쓰고 있고, 폴란드에 수출된 'FA-50' 경공격기 역시 GE의 F404-102 엔진이 탑재된다.
FA-50은 록히드마틴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전수한 무기다.
방산업계에선 이런 기술 격차로 인해 국산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이 곧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자국 엔진이 사용된 제품, 장비에 대해 자국 승인 없이 제3국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원전 수출을 두고 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에 소송을 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공군이 양산된 KF-21로 무장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수출까지 허용할 것인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군용 엔진 기술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해왔다.
2019년부터는 무인항공기용 완제 터보팬 엔진 통합 개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기 엔진은 유인기 엔진보다 개발 난도가 낮아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미사일 방어.정밀타격 분야 뒤쳐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국형3축 체계(킬러인.미사일 방어체게.대량응징보복)' 기술 인프라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기술 중 '극초음속 추진' 분야는 민간 기업의 기술 수준이 미국의 60%에 불과하다.
기술격차도 20년애 달한다.
극초음속 추진 기술은 마하5(시속 약6000km) 이상 속력을 내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토대가 된다.
우리 군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확보할 경우 유사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에 활용할 수 있다.
올초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극초음속 비행체 추진기술 및 형상 설계' 연구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선 ADD 주도로 한국형 극초음속 비행체 '하드코어'를 개발 중인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 방어' 기술 수준은 미국과 비교해 62.2%(민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격차는 8.5년이다.
국기연은 '극초음속 미사일, 탄도미사일 등 첨단유도무기에 대한 방어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방위사업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요걱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2)등을 2035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적군의 핵심 무기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포.탄도미사일 등 '고위력 정밀타격' 분야의 기술 격차는 7.5년(민간 기업 기준)이었다.
우리 군은 '현무 시리즈' 등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기술 격차를 줄였지만 아직 지상.함상 발사 무기에 치중돼 있다는 평가다.
국기연은 '공중발사 무기체계에 대한 기술 개발이 상대적으로 적고, 극초음속 장거리 유도탄 등 무기체계의 기술 수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전장인 우주 국방기술도 격차가 두드러진 븐야로 꼽혔다.
민간 기업 기준 우주 비행체는 9.1년(기술 수준율 66.0%), 초정밀위성항법 기술 7.9년 (65.7%), 우주기반 감시정찰은 5.3년(75.0%)의 기술 격차가 있었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호라용한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정보 체계인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SBIRS)'을 갖추고 있는 등
우주 감시정찰 분야의 최고 선진국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장 판단이나 유무인 복합 기술 등은 격차가 크지 않은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현/이해성 기자
정조대욍함, 북 핵 공격땐 함상서 탄도미사일 발사
전력화 앞둔 이지스 구축함
극초음속으로 날아 거점 타격
방사청, 2036년께 전력화 목표
해군 '수중 킬체인' 핵심 부상
핵잠 공격 징후는 파악 불가능
감지 센서 기술 개발 서둘러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포착되자 해상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던 한국 구축함이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
이 미사일은 극초음속(시속 6000km 이상)으로 날아가 북한의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을 피해 발사 거점을 초토화한다.
구축함 주변 호위함은 작전 구역 근처에서 은밀히 잠항하던 북한 잠수함을 양자 센서로 감지하고 대잠어뢰를 발사해 격파했다.
국방부가 그리는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과 호위함 '충남함'의 미래 모습이다.
두 함선은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해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앞으로 정조대왕함, 충남함 같은 새로운 해상 전력 체계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전체를 일순간에 초토화할 위력을 지닌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M)을 두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동아시아 해상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첨단 이지스 전투체계 구축
14일 방위산업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방위사업청의 함대지 탄도 유도탄 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에 들어갔다.
올해 안에 평가 결과가 나오면 방사청은 2036년께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할 예정이다.
우리 군이 기존 순항미사일인 현무 계열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함상에서 내륙 지역을 직접 타격하는
탄도 미사일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미사일 요격 방어가 주 임무였던 이지스 구축함에 함대지 탄도 유도탄이 탑재되면 유사시 가동하는 우리 해군의
'수중 킬체인'이 한층 보강될 전망이다.
북한이 지대공방공체계를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구축함발 탄도 미사일은 기존 순항미사일의 단점을 보완해줄 핵심 전력으로
평가된다.
정조대왕함은 북한 미사일을 탐지.식별하고 추적해 요격할 수 있는 첨단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췄다.
길이 170m, 너비 21.4m로 세종대왕급(7600t)보다 크다.
스텔스 성능도 강화했다.
잠수함발 해상 위협 고도화
지난달 말 한.미 정상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한반도 주변에 전개할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사거리가 7600km에 달하는 트라이던트 2 SLBM 24발을 탑재한다.
한 발에 8~14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발이 동시에 발사된다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1600발에 맞먹는 파괴력을 지닌다.
중국의 신형 전략핵잠수함 창정-18호는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했다.
러시아는 길이가 184m로, 세계 최대 규모 전략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한반도를 향해 이런 핵잠수함에서 핵무기가 발사된다면 현재 우리 기술로는 미리 발사 징후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관련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이를 감지할 센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수시로 상대 국가의 전략핵잠수함 동향을 추적.감시하는 해저 첩보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수년 전부터 최신 음향 센서를 갖춘 수중 도청 장치와 각종 첩보 위성, 정찰기 등을 호라용하는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잠수함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전파 신호와 데시벨 변화 등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잠수함별 라이브러리로 저장해 운항 정보와 위치 등을 파악하고 있다.
해군은 잠수함 방어 태세를 높이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달 예정된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에 맞춰 최근 해상경계 구축함을 충무공이순신함으로 급을 높혔다.
이와 함께 해상 기반 기동형 3축 체계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력화를 완료한 3000t급 중형 자뭇함인 도산안창호함과 최근 해군에 인도된 안무함을 주요 전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디젤 잠수함 중 드물게 SLBM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대 6개를 갖췄다. 배성수/이해성 기자
'위성으로 북잠수함 감시할 것'
배중면 KAIST안보융합원 원장
군, 연내 대형 정찰위성 발사
'잠수함은 전장에서 가장 무서운 극한의 기술입니다'
배중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이 연내 발사할 예정인 대형 정찰위성 '425 위성'과 이들 위성의 관측 공백을 메울 초소형 군집위성 사업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잠수함 움직임 감지라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연료전지 전문가다.
한때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에너지 전담 연구기관으로 거듭난 미국 이르곤국립연구소에서 일했다.
2007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15년간 무기에 연료전지를 도입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연구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육.해.공 범용 제트연료인 'JP8'을 연료전지와 접목하는 독보적인 연구다.
잠수함용 연료전지, 보병이 갖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연료전지 연구도 하고 있다.
배 교수는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21년 KAIST 안보융합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배 교수는 '한반도 주변 심해에 러시아, 중국, 북한 잠수함이 얼마나 있는지 현재 기술로는 알 수 없디'며 '최근 미국이 무인잠수함을 동북아 근해에 전개하기로 한 것은 이런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자뭇함 및 구축함 제조 기술이 수준급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ADD와 대우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등이 수십 년에 걸쳐 묵묵히 개발한 기술이 꽃을 피우고 있다고 했다.
최근엔 군과 긴밀히 소통하며 첨단 국방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등과 함께 미래 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살펴보는 비공개 모임을 열고 있다.
대전=이해성 기자
'국방부, 민간 AI 기술 도입 서둘러야'
박영옥 국방기술학회 이사장
규제로 SW기반 무기 개발 제약
'국방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대하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국방 기술 혁신은 이상으로 끝날 것입니다'
박영옥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귝방기술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방혁신 4.0에서 대세운 AI 컨트롤타워 '국방AI센터'의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 방위사업청 기술기획과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장 대통령) 자문위원 등을 거친 방산 정책 전문가다.
그는 AI 분야에서 국방과 민간의 협력 자체가 부족하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무기체제 획득 절차를 보면 방산 원가만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원 우수한 민간 AI 개발자들이 들어와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첨단 무기체계를 만드는 데 근본적인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높은 보안도 , 국방 AI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군에선 AI의 기본이자 코딩의 기반이 되는 구글의 캐글이나 깃허브 등 어떤 민간 플랫폼도 사용할 수 없다'며
'불필요할 정도로 엄격한 보안 체계 때문에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데이터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AI 기술과 융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법 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수/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