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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밸리의 매출 70조원 시대가 개막했다.
지난 2012년 입주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말 그대로 '게임 같은 성장'을 해낸 것이다.
최근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등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던 2차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교 테크노밸리는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는 정보기술(IT)·바이오(BT)·콘텐츠기술(CT) 등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주거전용으로 소비형 도시로 개발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을 지자체가 나서서 벤처 및 소프트웨어 단지와 연계개발이 가능토록 한 자급자족형 융복합산업도시개발 모델을 적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제 판교 테크노밸리는 자급자족을 넘어 제2의 판교 테크노밸리를 탄생시키는 '캐쉬카우(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24시간 불을 밝히며 대한민국의 차세대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 요인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판교 테크노밸리의 탄생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NHN, 카카오, NC소프트, 넥슨, 신신제약 등 IT·BT·CT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공공기관, 컨설팅 업체 등도 모여 있다. 특히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이 91%(1천19곳)를 차지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총 입주업체는 모두 1천121곳이며 상시 근로자 수만 7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판교개발이 처음 발표된 것은 지난 1995년이었다. 민선 1기 오성수 성남시장은 인구 1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전용 신도시 개발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IMF 등의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에서 주거용지와 첨단산업단지를 함께 개발하는 융·복합 산업도시로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경기도와 성남시는 첨단산업의 연구개발과 벤처기업의 집적이 이루어진 지식산업복합 신도시를 새로 구상,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정부가 1998년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고 2004년 특별계획구역을 포함한 실시계획을 승인, 비로소 판교 테크노밸리를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단지 조성을 마치고 첫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12년에는 IT 331곳, BT 75곳 등 634곳이 입주했다. 상시 근로자는 3만여 명이었다. 매년 입주업체와 상시 근로자의 수가 증가 함에 따라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했다. 또한 스타트업캠퍼스와 창조경제혁신센터, 본투글로벌센터 등 스타트업 지원시설이 잇따라 입주하면서 투자연결 및 법률·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이 판교 테크노밸리로 집결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산업환경을 갖추게 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강조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곳, 판교 테크노밸리'가 탄생한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요인
판교 테크노밸리는 지난해 매출 70조2천7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도 내 총 매출액 313조원의 22.36%를 차지한다. 면적은 경기도의 0.05% 수준이라 고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SK가스 등 매출액 1조원 이상 업체 9곳이 전체 매출액의 51.43%, 카카오·엔씨소프트 등 매출액 1천억원 이상 업체 89곳까지 합치면 전체 매출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조성된 뒤 처음 매출액을 계산한 지난 2013년(54조원)보다 29.77%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 상승은 고용증가로 이어져 지난해 판교 테크노밸리 내 신규채용 인원은 모두 8천940명으로, 전년(5천394명) 대비 66%(3천546명)나 증가했다.
종사자 중에는 20~30대 비중이 72%로 상당히 높아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직원 중 연구개발 인력은 1만5천여명으로 고급인력이 몰려 있다.
이와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조성 계획부터 실제 조성까지 '지자체 주도'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우선 조성 초기 경기도는 조성원가 수준(강남 테헤란밸리의 절반 이하)으로 용지를 공급하여 조기 분양과 입주를 실현했다. 또한 IT를 비롯한 첨단산업 관련 R&D융합 분야로 업종을 일부 제한함으로써 다른 지식기반산업단지와는 차별화를 꾀했다.
이에 따라 민간주도 개발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단지설계도 가능케 했다. 전체 용지를 기능별(초청연구, 일반연구, 연구지원)로 배분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특히 일반연구용지(연구집적·개발시설·산학공동연구센터 등)와 연구지원용지(창업지원·금융·직업훈련소 등)의 구분은 단지 개발 시 도입된 경기도 만의 새로운 개념으로,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주거지구와 상업업무지구도 효율적으로 결합해 주거·생산·소비·휴식이 상호 밀접하게 연계된 설계도 장점이다. 또 수도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광교·분당·위례 신도시 등 양질의 배후도시가 인접해 있는 뛰어난 입지요건을 들 수 있다.
특히 용인-서울 고속도로와 신분당선 판교역을 이용한 서울 강남권과의 접근성은 첨단산업 중심지로 성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입지요건을 바탕으로 판교 테크노밸리는 '판교-광교-동탄 밸리'로 확장한 '광역 클러스터'의 맏형으로서 국내 차세대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면뿐만 아니라 판교 테크노밸리를 이끄는 힘은 다양한 아이디어 제안프로그램에도 있다.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오디션'이 바로 그것이다. 판교테크노밸리 안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오디션이 열리고 있으며, 참가 자격에 제한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오디션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굴뿐만 아니라 기존 아이디어의 발전 가능성을 점검하는 역할로도 활용되고 있다. 누구나 투자자와 컨설턴트 앞에서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고, 즉석에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우수한 아이디어의 경우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기도 하고 장기 투자로 이어질 때도 있다.
오디션의 형태도 다양하다. 아이디어와 발표자료를 미리 준비해 와 진행되는 '경기도 창조 오디션', 정식 제품을 출하하기 전에 스타트업이 개발한 데모 제품, 사업 모델 등을 공개해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모데이', 2박3일동안 아이디어를 기획한 뒤 프로그래밍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해커톤' 등 수 십여 가지나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요인에 대해 "지자체가 계획-사업의 전 과정을 주도했으며, 판교에 적합한 IT 및 IT 관련 R&D융합 분야로 업종을 제한하고 수익성보다는 기업을 위해 최대한으로 지원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본다"며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을 거울삼아 현재 조성 진행 중인 판교제로시티와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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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