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또 훈련하는 육군] 강추위 뚫고 장애물 넘어
배지열
입력 2023. 02. 02 17:20
업데이트 2023. 02. 02 17:28
눈 쌓인 도로와 산지·하천서 혹한기 실전 같은 훈련
구덩이 넘은 K1E1 전차… 임진강 건넌 K55A1 자주포
육군이 ‘훈련 또 훈련’하는 기풍을 깊게 뿌리내려 결전태세를 확립하고 있다. 추위를 잊은 장병들은 실전성을 더한 훈련을 반복하며 적과 싸워 이기는 동계 작전 수행 능력을 체득했다. 혹한에도 훈련과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는 육군의 훈련 현장을 소개한다. 배지열·조수연 기자
육군20기갑여단 K1E1 전차가 혹한기 훈련에서 눈이 쌓여 있는 KCTC 훈련장 일대 야지를 기동하고 있다. 백승윤 기자
20기갑여단 KCTC 혹한기 훈련
적 공격 가정 모의탄 발사 훈련
강원도 인제군의 수은주가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2일 아침.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장에는 녹지 않은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밤새 내린 서리가 나뭇가지에 하얗게 얼어붙어 눈꽃처럼 핀 상고대도 곳곳에 보였다. 겨울이 가득한 산야의 적막을 깨운 건 20기갑여단 궤도장비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열기와 강력한 엔진음이었다.
1일부터 3일까지 혹한기 전술훈련을 펼치는 20기갑여단은 훈련의 중점을 겨울에만 겪을 수 있는 작전환경 극복 능력을 기르는 데 뒀다. 훈련에는 장병 1330여 명과 K1E1 전차 90여 대, K55A1 자주포 18문 등 150여 대의 궤도장비가 투입됐다.
이날 훈련은 K1E1 전차 기동으로 막을 올렸다. 도로와 산지를 따라 전술기동하는 장병들의 눈빛에서 장비 운용에 대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하얀색 그물로 위장한 전차들은 얼어붙은 땅에서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방활구(Y자 형태 고무 재질의 궤도 미끄러짐 방지 기구)를 장착했다. 기동 중에는 적 공격을 가정해 모의탄 발사 훈련을 병행했다.
곽범기(중사·진) 조종수는 “겨울 전장을 가로지르며 고도의 작전 수행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며 “방활구와 함께 화기류에 덮개를 씌우는 등 장비 한파 피해 예방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훈련은 진지변환 및 긴급방열. 전주일(대위) 포대장의 지휘 아래 눈밭을 헤치고 자주포가 등장했다. 3문씩 2열로 맞춰선 자주포가 마치 아이돌 그룹처럼 일제히 포신의 각도를 맞췄다.
곧바로 사격 지점을 빠져나간 자주포는 기동하면서 긴급방열까지 선보였다. 전 포대장은 “준비되지 않은 진지에서 사격 임무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익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훈련의 백미는 호 극복 훈련. 폭설과 한파로 기동이 어려울 정도로 변한 야지에서 큰 구덩이를 만났을 때 대응법을 볼 수 있었다. 굴삭기로 너비 2.5m, 깊이 1m의 구덩이를 판 뒤 K1E1 전차가 넘어가야 했다. 힘차게 기동한 전차는 구덩이 앞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안으로 진입했다. 포신과 전차가 앞으로 기울어 불안함의 탄성이 나오려던 찰나, 궤도 유기압 현수장치가 중심을 잡았다. 부드럽게 호를 지난 전차는 앞으로 다시 나아갔다.
전도헌(상사) 전차장은 “1번 유기압 현수장치가 구덩이 반대편 땅과 평행을 이루면서 진입하도록 각도를 맞추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천천히 진입했다”며 “전차 승무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단은 동계작전 능력뿐만 아니라 기계화부대 전투기술 숙달이라는 목표로 훈련을 기획했다. 혹한기 산악지형을 겪으면서 단일 통로 상 전투 수행법, 빙설지·장애물 극복 요령 등을 익히도록 했다.
기계화부대 전투기술과 편제 장비·화기 운용능력도 업그레이드했다. 더불어 대량전상자 처리 훈련, 동계 수목지·경사지 극복, 방활구 교체, 야전 취사장 운용 등 겨울철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생존능력을 강화했다.
강병무(준장) 여단장은 “겨울철에 필수로 가져야 할 전투 능력과 태세를 확립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반복된 훈련으로 군단의 공세기동부대로서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육군28보병사단 포병여단 충호대대 궤도장비들이 임진강 도섭훈련에서 물살을 가르며 기동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28보병사단 자주포 도섭훈련
궤도장비 30여 대 일제히 물 위를 달리듯
육군28보병사단 충호대대는 2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일대에서 K55A1 자주포 도섭 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은 궤도장비의 기동능력을 검증하고, 전·평시 자주포 운용능력을 숙달하기 위해 추진됐다.
훈련은 임진강 일대 주요 교량이 파괴돼 이동이 제한된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대대가 고안한 대책은 별도의 도하 장비 없이 기동장비가 자체 능력으로 하천을 건너는 도섭(渡涉).
훈련에 투입된 K55A1 자주포, K77 사격지휘장갑차, K56 탄약운반장갑차, K21 경구난장갑차 등 30여 대의 궤도장비는 일제히 물 위를 달리듯 임진강을 건넜다. 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은 폭 345m, 수심 1m에 달하는 임진강을 도섭함으로써 장비 운용능력을 크게 높였다.
부대는 이번 훈련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조종수의 조종능력 숙련도에 따라 조를 편성해 장비점검, 지형정찰, 도로주행, 정밀조종 등을 교육했다.
조종수 한태준 상병은 “자주포 조종면허취득 후 처음 실시한 훈련이었다”며 “주어진 임무를 신속하고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량 연마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육군7보병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혹한기 훈련 중 수색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부대 제공
7보병사단 수색대대 마일즈 훈련
다양한 수색·매복 상황 가정 실전적 진행
육군7보병사단 수색대대는 2일 강원도 화천군 작전지역 일대에서 마일즈 장비를 활용한 수색·매복 상황조치 훈련을 했다.
훈련은 평시 수색대대원들이 투입되는 수색·매복작전과 전시 적지종심지역작전팀 임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을 가정해 실전적으로 진행됐다.
1일 오후부터 철야로 시행한 훈련은 수색대대가 부비트랩을 발견하면서 문을 열었다. 작전팀장으로부터 임무를 하달받은 수색대대 작전팀은 부비트랩을 극복하고 적진으로 침투했다.
야간에는 매복작전이 전개됐다. 장병들은 매복지 내 폭발물 식별 등을 상정한 뒤 매뉴얼에 따라 대처하는 일련의 절차를 숙달했다. 훈련은 전시 적지종심지역작전팀이 강추위와 어둠을 뚫고 목표지점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사단은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주요 장비 기동훈련, 포병사격 등 ‘훈련 또 훈련’하며 적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대를 육성하기 위해 결전태세 확립에 몰두할 계획이다.
박상준(대위) 수색대대 중대장은 “혹한에서도 우리의 전투력은 전혀 얼어붙지 않았다”며 “수색·매복작전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전혀 두렵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육군55보병사단 공중저격조 장병들이 공중 사격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부대 제공
55보병사단 민·관·군·경 통합 훈련
야산 진지 구축·봉쇄선 점령…미상 드론 무력화
육군55보병사단은 지난달 30일부터 경기도 동·남부 작전지역 일대에서 야외 혹한기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3일까지 계속되는 훈련은 △제대별 전투참모단 통합전투수행 및 전투지휘능력 배양 △전·평시 작전계획 검증 및 실제 야외기동훈련(FTX)을 통한 작계 숙달 △부대 임무필수과업목록(METL)에 따른 부대 수준 평가에 중점을 뒀다.
훈련은 전기·가스·급수 등이 평시보다 50% 제한된 전시를 가정했다. 훈련은 사단 작전지역에 거동수상자(거수자)가 침입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사단은 공중저격조를 운영해 거수자 추적에 나섰다. 또 통합방위사태를 선포하고 경기도 동·남부 10개 시·군에 통합방위지원본부를 설치해 민·관·군·경·소방의 통합방위작전 수행체계를 숙달했다.
광주시 태화산 일대에서는 탐색격멸작전이 전개됐다. 훈련에 투입된 장병들은 야산 곳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봉쇄선을 점령했다. 또 돌·풀·나무 등 주변 지형지물을 활용해 자연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주변을 경계했다.
안성·성남·여주 지역에서는 국가 중요시설 방호작전을 펼쳤다. 특히 안성 지역에는 미상의 비행물체가 중요시설 상공에 나타난 상황을 가정했다. 민·관·군·경은 가용 자산을 통합 운용해 미상의 드론을 무력화하고, 운용자를 제압했다.
마지막 날에는 핵전 하 방호작전 수행절차를 숙달하고, 제독소 설치 및 대량 전사상자 처리절차를 익힐 계획이다. 혹한기 훈련은 야간 30㎞ 전술행군으로 마무리된다.
사단은 혹한기훈련을 계기로 위기 상황을 재인식하고, 교육훈련을 지속 실시해 훈련 또 훈련하는 부대기풍을 조성할 방침이다.
배지열 기자 < qowlduf >
조수연 기자 < jaws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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