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시즌에 최소 5~6번 정도는 홈 직관을 가는 12년된 안양팬입니다.
안양이 최근 몇 년간은 주전 선수만 건강하면 우승후보다라는 평가를 들어왔었는데,
올해는 현실적으로 6강 안에만 들어도 만족할만할 것 같습니다.
저번 시즌 대비 가장 큰 변화는 큰형님 사이먼의 부재입니다.
오세근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트윈 타워로 큰 위력을 발휘하던 선수였는데
규정의 변화로 인해 아쉽게도 이제는 볼 수가 없게 되었지요...
용병 두 명이 다 뉴페이스인데, 아직은 감이 잘 안옵니다.
또 다른 변화는 돌격대장 스타일로 쏠쏠한 활약을 해주던 이재도와,
작년에 드디어 포텐셜이 터진 3점 슛터 전성현의 이탈입니다.
이정현의 이적 이후 생긴 빈 자리를 둘이서 어느 정도 채워줬었는데,
두 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올해 가드진 운영 또한 감이 안 옵니다.
올해 엔트리를 보자면, 안양의 두 기둥 양희종과 오세근이 중심을 잡고,
다양한 스타일의 롤플레이어들로 채워져있다는 느낌입니다.
안양의 전성기에 비하면 선수단 구성 자체가 무게감이 떨어져 보이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긍정적인 것은 전체적으로 젊고 빠른 선수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사이먼과 오세근 중심의 하프코트 오펜스를 대체하여 달리는 농구가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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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오늘 경기 후기입니다.
사실 오리온의 용병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국내 선수만 비교해서 안양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접전 끝에 안양이 패배하였습니다.
결과는 아쉽긴 하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보는 맛이 있는 경기였습니다.
다른 회원분들의 반응처럼 경기가 굉장히 스피드했고, 쓸데없는 심판콜이 없어서 경기도 더 박진감 넘쳤습니다.
정확하게 못 듣긴 했습니다만 비디오 판독도 4쿼터에만 가능해진 것 같은데, 이것도 개인적으론 좋은 변화라 생각합니다.
전반 끝나고 양팀다 50점 가까이 넣었을 정도로 다득점 경기였고, 화려한 플레이도 많이 나온 경기였습니다.
일단 승리팀인 오리온에 대해서 평하자면, 올 시즌 내내 얕볼 수 없는 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추일승 감독의 용병 안목이 다시 빛을 발했습니다.
장신, 단신 용병 둘 다 실력이 좋아보였습니다. 장신 용병 버논은 포스트도 가능하고 미드레인지 플레이도 잘하더군요.
단신 용병인 루이스도 빠르고, 슛도 좋은 선수로 보였습니다.
안정적인 용병 둘에 더해 국내 에이스 최진수도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가드진도 끈끈한 수비력과 안정적인 외곽 능력을 보였습니다.
오늘 경기만 놓고 봤을 땐,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지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3쿼터 중반에 9점차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는데, 수비력을 바탕으로 바로 따라 붙은게 오늘 승리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상으로 빠져있는 허일영까지 돌아오면 더 공수 밸런스가 좋은 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안양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안양은 못 하진 않았는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일단 용병 싸움에서는 판정패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팀웍을 안 맞춰서인지 용병을 활용한 패턴이 잘 안 보였구요.
특히 컬페퍼는 거의 아이솔레이션에 가까운 플레이들만 한 것 같습니다.
둘 다 실력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불안한 것은 맥킨토시가 오세근과 썩 궁합이 맞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이먼은 수비 때는 림프로텍팅과 보드 장악력이 좋고, 공격에서는 하이로우 게임도 잘 하고 3점도 잘 쏴서 오세근과 궁합이
최고였었는데, 맥킨토시는 미드레인지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인 것 같아 공간 활용면에서 좀 안 맞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불안 요소는 리딩 가드의 부재입니다. 이재도는 작은 사이즈에 비해 활발한 운동량으로 공수에서 기여도가 높았고,
리딩을 맡을 때에는 확실하게 공격 옵션 들에게 볼 운반을 해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늘 스타팅으로 나왔던 김윤태는 아예 그런 롤을 맡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안정성이 떨어져보이구요.
양희종과 맥킨토시가 공을 몰고 와서 탑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둘 다 포워드 치고는 볼 핸들링과 패싱 센스가 좋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문 가드보다는 좀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후반전에 오리온이 수비를 더 타이트하게 붙으니 안양이 공격을 깔끔하게 못 풀어나가고, 질질 끌다가
죽은 패스들이 많이 나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컬페퍼를 리딩 가드로 쓰기에는 아까우니, 김윤태나 박재한이나 박형철이 좀 스텝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양의 젊은 피 기대주들은 준수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희원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리바운드나 수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배병준은 전반전에 뛰어난 슛감으로 3점슛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전성현의 빈 자리를 거의 완벽하게 채워줬습니다.
기승호, 김승원, 최현민은 맡은 역할이 많지는 않았는데, 나름 쏠쏠한 플레이를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오세근과 양희종도 휴식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세근과 양희종은 역시나 기둥들답게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다만, 오세근 선수는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았는지, 조금 소극적인 플레이를 했던 것 같습니다.
양희종 선수는 진짜 수비를 너무너무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버티는 수비, 라인을 읽는 수비, 대인 마크, 헬프 수비에 샷 블락까지 뭐 하나 못 하는게 없었습니다.
양희종 선수의 유무에 따라 팀 수비 레벨이 확 달라진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안양은 오늘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긴 했는데, 이번 시즌을 포기해야하나 싶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가서 스텝업이 된다면, 달리는 농구, 재밌는 농구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2라운드까지 호흡을 맞춰가며 5할 승률만 유지하고, 3,4라운드에 좀 올라가고,
문성곤 합류 후에 더 높고 빠른 농구로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농구 외적인 얘기인데, 안양 선수들의 팬서비스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에 패배해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경기 후에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 복도로 찾아와서
오랜 시간동안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온 용병 선수들도 웃는 얼굴로 일일이 다 사진 찍어주고, 팬들과 인사해주더군요.
승패에 무관하게 이런 팬서비스야말로 프로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늘 비록 져서 아쉽긴 하지만, 점점 팀웍이 좋아지고 선수들 컨디션이 올라오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믿습니다.
안양 KGC 화이팅!!!
첫댓글 맥킨토시는 조금 지켜봐야할거 같아요...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니 자신감이 없는 모습입니다. 컬페퍼는 기대이상으로 슛 좋았습니다만 팀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오늘 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오세근이 제 컨디션이 아니였는지 골밑 장악이 너무 무딘느낌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오세근의 몸이 좀 회복 될 때까지 김승원과 최현민이 좀 더 열심히 뛰어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맥킨토시는...말씀대로 지켜봐야 할 것 같은게 다재다능한건지 아니면 실력에 비해 하고 싶은게 많은건지 아직은 모르게습니다.
이재도가 군대 간 지금 상황에서 1번 볼 자원이 김윤태 박재한이라는 건데...확실한 국내 1번 자원이 없으면 올시즌 위험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양희종 리딩은 보조 리딩으로는 상급이지만, 메인 리딩으로는 힘들어 보이더군요.
김윤태 보다는 박재한이 1번으로는 나을거 같은데, 박재한은 또 사이즈의 한계가 너무 확실하다보니...참 어렵네요
@렛츠고론도 양희종은 말씀해 주신 대로 메인으로 1번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냉정하게 봤을 때 박재한은 이재도보다 급이 아래라고 봅니다..
@고래와상어 박재한이랑 이재도랑 어떻게 비교가 되나요... 이재도는 나름 국대도 달았던 선수인데... 박재한은 재계약도 불확실한 그저그런 선수에요..
저도 오히려 1번 이슈 백업 이슈만 해결하면 오리온이 강팀일거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용병들이 둘다 제값은 해낼거 같고, 먼로는 정규시즌 우승하던 시절 케이티의 존슨처럼 팀동료 살려주는 타입이라서 더 그런거 같습니다. 거기다 골밑은 낮아진 상황이니 더 대박이겠죠. 지금 전력에 허일영 이승현 국대 2명을 더할 수 있으니까요.
국내농구팀들의 팬서비스는 전반적으로 다 좋지만 그중에 으뜸인 인삼!
다른 프로팀들도 배웠으면!
김태술 박찬희 나간이후로 1번자리가 불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