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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책 결산 파트2..! 아마 파트3까지 쓰게되지 않을까, 싶어요! 파트1에서는 시집을 빼고 썼는데 이번엔 다 합쳐서 쓸게요!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총 45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 엑기스만 쏙쏙 뽑아서 추천드리는 거니까, 참고하셔서 유익하고 재밌고 신나고 흥나고 활기차고 시원하고 개운한 독서 하세요!
[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
1982년 일본의 고급 별장지 가루이자와. '무라이 건축설계사무소'는 여름 한철을 그곳 아사마 산 자락의 별장에서 보낸다. 삶과 맞닿은 건축을 꿈꾸는 사람들과 언제까지고 계속되었으면 했던 그 여름의 고아한 나날. 이윽고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을 앞두고 뜨거운 분투가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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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름 되면 이 소설 꼭 읽기로 저랑 약속해요(진지) 제가 이 책 사놓고 여름에 읽으려고 날 더워질 때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마쓰이에 작가님은 모르실거야... 책 표시에서부터 느끼실 수 있겠지만 정말 여름 냄새! 풀 냄새! 한적한 공기! 뿜뿜 하는 소설입니다. 책의 줄거리에 커다란 사건들은 없어요. 그냥 설계사무소가 여름마다 가는 별장에서 건축 작업을 하는 건데, 풍경 묘사 날씨 묘사 분위기 묘사들이 정말 최고여서 저까지 같이 한적한 숲 속에서 나무 흔들리는 모습 보며, 따듯한 스콘을 먹고 차를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설계 도면 보면서 동료들이랑 이야기 나누고.. 그러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이 소설을 얼마나 주변에 추천하고 다녔는지 이정도면 비채(출판사)에서 뭐라도 하나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이 말입니다..
[ 걷는 듯 천천히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작가님 이름이 익숙하죠?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신 일본의 영화감독님이세요! (TMI : 대표작으로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있구요, 배우 류준열님이 이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시더라구요.. GV도 같이 하구.. 부럽다 성덕..) 고레에다 감독님은 영화 뿐만이 아니라 소설도 집필하셨어요. 영화 내용과 같은! 저도 처음엔 영화감독이 소설을?하면서 소설을 봤었는데 필력이 정말 좋으셔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 '걷는 듯 천천히'는 소설은 아니구요, 에세이집입니다! 저는 소설보다 이 에세이가 더 더 좋았어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감독님이 어떤 세상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살아가는지 굉장히 간단하고 잔잔하게 글을 쓰셨는데 술술 읽혀서 너무 좋더라구요. 아마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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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듯 만들었습니다.
[ 시를 잊은 그대에게 / 정재찬 ]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신 정재찬 작가님께서 인문계열 전공이 아닌 학생들을 위해 시 강의를 하셨대요. 근데 그 강의가 너무 인기가 좋고 평도 좋아서 책을 쓰셨다고 해요. 이 책은 시를 이해하기 어려우신 분들이나 시를 읽어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분들, 혹은 그냥 시를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 모두가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나의 테마를 잡아서 거기에 맞는 시를 알려주시고, 꼼꼼하게 의미를 알려주시는데, 제가 혼자서 시를 읽고 이해할 때보다 훨씬 수준 높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 저는 이 책을 꽤 옛날에 읽었다가 최근에 시 관련해서 글을 하나 쓸게 있어서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좋았어요.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나시면 아, 당장 시 읽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드실걸요? (TMI : 책 표지 이미지 찾으려고 검색하다가 드라마만 잔뜩 나와서 당황.. 드라마랑은 상관 1도 없습니다. 제목만 책에서 따 온 거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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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밤하늘에 쓴 신의 시니까.
[ 바깥은 여름 / 김애란 ]
이 책은 뭐 너무 유명하죠? 김애란 작가님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소설집이에요! 이 책도 사놓고 한참 기다리다가 여름 되어서 읽었다는 지독한 여름병 말기... 한국소설가 중에 김애란 작가님을 가장 좋아해서 너무너무 좋게 읽었어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봤던 일도 겪었는데 그게 뭐냐면.. 제가 원래 책을 읽을 때 잘 울지 않아요. 슬픈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는 울보가 되는데 책을 통해서는 눈물이 잘 나지 않더라구요. 근데 이 책 속 <노찬성과 에반>이라는 단편을 읽고 진짜 엉엉 오열을 했어요. 한 페이지 읽고 휴지에 얼굴 처박고 울고, 다 읽고 나서 자려고 누웠다가 또 울고..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다음에 책장에 꽂아두고 한동안 꺼내보지도 않았어요. 혹시 페이지 넘기다가 <노찬성과 에반>속 한 줄이라도 보게 될까봐.. 진짜 그 정도로 너무 슬펐고, 아팠고, 마음에 깊이 박힌 작품이예요. 먼 훗날 누군가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단편소설을 말해봐라, 하면 저는 망설임 없이 이 <노찬성과 에반>을 꼽을 것 같아요. 물론 이 편 말고 다른 단편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좋았으니까, 꼭 읽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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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용서가 뭐야? 없던 일로 하자는 거야?
아님, 잊어달라는 거야? "
" 그냥 한번 봐달라는 거야. "
.....
종종 할머니가 일러준 '용서'라는 말이 떠올랐다.
없던 일이 될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
그런 건 모두 어디로 가나.
(노찬성과 에반 中)
[ 오후를 찾아요 / 박솔미 ]
작가님이 오후가 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다니시며 오후를 즐기신, 그런 내용이예요. 책을 끝부분엔 이 책을 자신의 딸 로엘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셨어요. 그만큼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그런 느낌으로 읽으실 수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여행기와 같은 장르의 책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 책은 편안하게, 그리고 한가롭게 읽었어요. 주제가 '오후'이다 보니 읽고 있으면 나까지 같이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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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될 로엘아, 공부 못해도 돼. 그러니 성적표때문에 속상해서는 안 된다. 어른이 될 로엘아, 돈 많이 못 벌어도 괜찮아. 그러니 주머니 때문에 주눅들어서는 안 된다. 네 인생의 모양과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너의 선택이야. 성적표나 주머니가 함부로 그것을 결정하게 내버려두지 마라.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이것. 아침의 상쾌함을 알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재미를 느끼는 오전을 보내며, 오후를 날려버리지 않는 인생이기를. 저녁을 다정하고 맛있게 누리며, 밤이 와도 초조해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 박연준 ]
제가 예전에 #산문/에세이 추천글에서 박연준 작가님의 <소란>을 적극강추했던거 기억나시나요? 박연준 작가님은 원래 시인이신데, 산문도 굉장히 잘 쓰시고 유명하신 분이세요. 제가 <소란>과 작가님의 시집을 읽고 완전 빠져있었는데 신작을 내셨다고 해서 바로 구매해 읽었던 책이예요.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았구요,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책들 중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책이랍니다. 일단, 이 책은 그냥 평범한 산문이 아니구요, '프리다 칼로'라는 예술가의 예술을 박연준 작가님이 본인만의 감각으로 해석하시고, 그림을 번역하시고, 그에 관련된 자신의 글을 쭉쭉 써내려가신 그런 책이예요. 저도 처음엔 되게 신선하다,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길 수록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소란>도 읽으시고 이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도 읽으시고 시도 좋으시다면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도 읽으시고..! 진짜 한문장 한문장이 다 너무 좋은 그런 작가님... 듣고 계세오? 사랑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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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만 배신이 아니다. 당신이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찢어진 상처를 들여다보기를 '거부'하는 게 배신이다. 상처 입을 것을 알고도 상처를 주는 것. 칼을 자유자재로 꺾어 찌르는 것. 쑤시고, 쑤시고, 쑤셔서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외상을, 또 내상을 입히는 것. 감정을 함부로 휠체어에 태우는 것.
[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 / 이화경 ]
생 전체를 걸고 파득거린 여성 작가 열 명의 삶과 문학
로자 룩셈부르크
버지니아 울프
한나 아렌트
잉게보르크 바흐만
조르주 상드
제인 오스틴
프랑수아즈 사강
시몬 드 보부아르
실비아 플라스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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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름이 많이 보이죠? 이 책은 여성 작가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으며 동시에 꿈꿨던 세상에 대해서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제가 상반기 몇 달 동안 여성작가들을 집중 연구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여성작가들의 저서 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시대가 흐른 뒤 현대의 언어로 다시 쓰인 책들을 많이 찾아 봤어요. 그 중에서 가장 쉽게 읽었어서 여러분께도 추천드려요. 책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언급되는 대단한 작가들,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의 8~90%가 남성작가들이죠. 근데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면 문학의 역사 속에서 여성작가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것도, 또 뛰어난 작품을 만들지 못했던 것도 아니거든요. 이 책을 읽으면 여러분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어쩌면 잊고 있었던 여성 작가들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같은 땅을 밟고 서서 세상을, 문학을 바라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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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열 분의 이름을 불러보곤 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눈물 나게 외로울 때, 어떤 경계에서 미쳐가고 있다고 느낄 때, 끝없는 바닥을 치고 있다고 느낄 때,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 때,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막막할 때..., 그녀들은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와 지혜를 선물해주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당신만 겪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다 괜찮다고 깊고 관대한 목소리로 토닥거려주었다. 그녀들의 역사와 지금 우리의 삶이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느끼면서 외롭지 않았다.
# 여기서부터는 시집 3권 추천 갑니다! 바로 전 추천글에서 시집만 따로 다뤘었는데, 이번엔 더해서 할게요. 시집은 읽는 사람마다 감상과 평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저의 코멘트는 달지 않고, 지극히 저의 주관대로 좋았던 시 구절 몇개만 더해서 적겠습니다. 참고하기 좋으시라고 몇개의 키워드로 시집을 정리하고 시집 난이도를 Lv.1(쉬움)부터 5(어렵..지만 그래도 좋으니까 겁먹지 말고 읽어줬으면 좋겠는..구구절절)까지 나눴습니다.
[ 우리는 매일매일 / 진은영 ]
#통증 #밤 #웅크림
L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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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흰 공책 가득 그것이 씌어지는 밤이 왔다
( 소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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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나간 검은 빌딩의 불 켜진 한 층처럼
통증이 빛난다
눈먼 시간들이 부딪히는 어느 모서리에서
( 앤솔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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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 자는 살인에는 관심이 없대
아무래도 미치광이 같아, 아름답게 찌르는 일에 중독된
( 혼자 아픈 날 )
[ 어떻게든 이별 / 류근 ]
#사랑 #외로움 #불안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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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랑 아닌 것들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 나에게 주는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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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미래 때문에 불안했다
그래도 과거를 생각할 때마다
그것이 지나갔다는 것 때문에 퍽 안심이 되었다
( 영화로운 나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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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누군가에게 빨리 들켜버려서
편안한 마음으로 절망하고 싶어진다
평화롭게 항복하고 싶어진다
( 1991년, 통속적인, 너무나 통속적인 )
[ 유에서 유 / 오은 ]
#낮과밤 #너와나 #마음
L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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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벗어난 적이 없는데
단 한 번도 여기에 속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처음처럼 한결같이 서툴렀다
( 미시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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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앞을 내다보는데 능숙했다면
만약으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하루하루를 열고 닫지 않았다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 만약이라는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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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척 할 수 있는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서
밤마다 거울 앞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어깨가 수건처럼 젖어 있었다
( 척 )
이렇게 상반기 책 결산 파트2 끝~ 7월 안에 제가 상반기에 읽었던 책을 최대한 많이, 자세하게 추천드리고 싶었는데 음..^^;; 아 그리고 하반기가 시작된지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제가 벌써 한달동안 18권의 책을 읽었다는 tmi 아세요..? 또 다른 tmi는.. 책을 읽으시는, 그리고 책을 더 깊게 읽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폭 넓은, 다양한 독서를 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문분야서적 추천글을 따로 써볼까 생각중인데 그걸 과연 읽으실 분들이 있을까하고..^^; (전문분야서적 = 철학, 심리학, 역사, 정치, 문학분석론 등등.. 물론 엄청 쉬운 책들로 골라서) 아무튼! 더운 여름 에어컨 틀어져 있는 시원한 곳에 드러누워서 재밌고 신나고 유쾌한 독서 하세요 ! 여름 피서는 서점or도서관으로~~ 예~~
문제시 수정
추천해 준 책들 중 5권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너무 좋아 ❤️고마워❤️ 전문분야책 추천도 완전 기대중 !!!
노찬성과 에반 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요 ㅎㅎ 계속 글 올려주시면 감사해요 ㅎㅎ
북마크할게 고마워^.^
추천글 항상 너무 고마워!! 책읽고 싶어질 때마다 추천글 너무 도움돼 넘 고마옹
고마워☺️
헉 좋은 책추천 고마워
이 중에 비평할만한 책있을까??
비평은 주로 소설로 하는 게 좋지! 고전소설도 좋구! 고전소설 추천글은 내가 따로 썼었어~
고전은 관심있는 것들은 다해봐서 현대소설 비평해보고싶어서! 혹시 추천하고 싶은 현대소설 있어??
@지금은이지금 음.. 근데 나도 비평은 내가 읽은 것들 중에서만 해서 하나하나 직접 읽어보고 고르는게 제일 좋은데.. 내가 비평할 거리가 많다고 느낀 책들을 다른 사람이 읽어봤을땐 그냥 넘길만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하니까! 난 최근에 배수아 작가 소설 비평문 썼었는데, 현대 한국 여성작가 소설은 대부분 괜찮을 것 같아. 배수아, 김금희, 김애란, 정이현, 최은영 등등!~
보관보관 !!!!!
헉헉 다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