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만약에 우리,'
이건 김도영 감독의 영화다.
지난해 12월 31일에 개봉되었다.
시골행 버스에서 우연히 자리를 같이 한 은호와 정원,
은호는 시골에서 자라 꿈을 이루려고 상경한 젊은이요
정원도 꿈을 이루려 이리저리 방황하는 여학생이다.
두 사람 경제력이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몸이라
이리 부치고 저리 뒹굴며 어렵게 지내는데
서로 잘되라고 격려도 하고
그런 가운데 티격태격하다가 서서히 정이 든다.
청춘물이므로 키스도, 더 진한 스킨십도 삽입하고..
허나, 경제적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면서
지하철을 타고 떠나는 자와
승강장에서 바라보는 자로 헤어지는데,
훗날 둘이 우연히 만나
과거를 회상한다.
은호
"만약에 우리가 그때 지하철에서 만났더라면...?"
정원
"그래도 헤어졌을 거야."
"아니야, 헤어지지 않았을 거야."
대화가 그렇게 오가지만
진정한 답은 관객에게 물어보는 듯했다.
누구나 지난 추억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걸 들춰내는 영화라고나 할까...?
관객들은 어떤 추억들을 떠올릴까...?
첫사랑이 유독 기억나는 건
자이가르닉(Zygarnic) 효과 때문이란다.
쉽게 끝낸 일들은 쉬 잊어지지만
쉬 끝내지 못한 일들,
그리고 어설펐던 일들은 아쉬움이 남아
오래 기억된다는 거다.
이건 러시아 심리학자의 학설이다.
그런가 하면 므두셀라 증후군이란 게 있다.
과거의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심리로
현실 도피와 기억 왜곡을 동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 '만약에 우리'가 흥행하는 건
어설펐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해서일까?
아니면 첫사랑의 추억이 없는 자들이
그걸 밝히려는 심사에 터 잡는 건 아닐까...?
첫사랑의 추억은 아프지만
달콤한 것이므로.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나도 어려운 가정형편이었지만
입주과외를 해가며 안정적으로 공부만 했다.
이리저리 눈 팔 새도, 그럴 줄도 몰랐다.
그러니 청춘의 어려운 역경을 모르고 지냈고
아픈 첫사랑의 상처도 없다.
아내 될 여성의 부모님들이
나를 보쌈하듯 데려갔으니까.
나는 영화를 보면서 두어 번 눈물을 찔끔했다.
아마도 청춘시절을 어렵게 겪는 모습이,
또 여유롭고 낭만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까워서였던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을 데려다
위로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이건 나의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도 하라지 않던가..
'만약에 우리'가 아니라
만약에 카페 '5670 아름다운 동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누구와 어울릴까...?
내가 별 걸 다 걱정한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되는 걸..
어제는 어떤 회원이 언제 밥이나 먹자 하더라.
그래서 눈만 뜨면 방학인데 뭘 언제냐고 그랬다.
당장 먹자는 뜻이었다.
잠실롯데 분수대에서 만났다.
반갑게 찾아온 회원인데 뭘 대접할까.....?
나는 집밥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처지라
집밥 먹으러 가자 했다.
인근에 국민연금공단 구내식당이 있는데
점심메뉴가 집밥 스타일이다.
그랬더니 집밥은 매일 지겹게 먹는데
뭘 또 집밥이냐고 핀잔주더라.
그래서 그네의 입맛을 살피면서
롯데월드 몰 6층 식당가로 가서 함께 점심을 들고
점심 뒤엔 카페에 앉아 한참이나 차담을 했다.
학창 시절 내가 건들거렸던 이야기를 하면
그네가 좋아할까?
나는 좋을까?
나 홀로 해외여행 한 이야기를 하면
그네가 좋아할까?
나는 좋을까?
지구촌이 어수선하다.
방송도, 뉴스도, 들리는 말도, 핸드폰도 그렇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네가 좋아할까?
나는 좋을까?
화제는 카페생활 이야기로 귀착되었다.
그네와의 공동관심사는 그것뿐이므로.
함께 또는 다른 회원과 함께 했던 이야기, 등등
그러다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누구누구를 입에 올려
찬사도 하고~
눈에, 귀에 거슬리는 누구누구를 입에 올려
푸념도 하고~
그러다가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는데
만약에 앞으로 콜 해오는 사람이 없다면
누구를 콜 할까?
내가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다.
*므두셀라는 성경의 노아 할아버지로
969 살을 살았다 한다
위 글은 지난 1월에 써본거다.
그런데 그네가 오늘 잠실에 들른단다.
날이 더워서 어디 피서 갔느냐고 물었더니
방콕이라 하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잠실롯데로 오라했더니 그런다했다.
오늘은 무슨 속풀이를 할까?
그런게 관심사라고나 할까보다.
참 하릴없는 노야다.
더워서 반바지 입고 나가려는데
숙녀 앞에 그게 무슨 꼬라지냐고 할까?
그러면 나는 속풀이 할게 또 있다.ㅎ
여기가 바로 속풀이 방이므로..
첫댓글 도반 님 글을 속풀방에서 보니까
넘넘 반갑네요~
요즘 제게 보내 주신 두 권의 책을 옆에 두고
수시로 뒤적거리는데
이 글도 거기에서 튀어나온 거 같아요~
영화 '만약에 우리'가 그런 내용이군요
우리 삶의 이면엔 늘 만약에..라는 가정이 따라오긴 하지요
그래서 회한의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도반 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그 또한 수필 한 편이 될 거예요~
저도 그런 날을 에약해 보렵니다~~^^
두용님 글은 한편한편이 주옥 같아요.
잘 꿰세요.
국민연금공단구내식당이 궁금합니다.
재밌는 차담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별꽃 님~
그 식당으로 안내해 볼께요~
직원들 식사가 끝나면
일반인들도 입장 가능
음식이 깨끗한 편이예요
가격도 합리적~^^
도반 님도 오시면 더욱 좋구요~
잠실역 7번출구에서 가까워요.
6500원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