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수기사] 혹한기 제병협동 훈련 '하늘·땅 장악'
배지열
입력 2023. 02. 09 17:27
업데이트 2023. 02. 09 17:35
포천 K242 장갑차 4.2인치 박격포 쏘아 올리자
철원 K9자주포12문 지원 나서 표적지 일대 초토화
AH-1S 코브라 헬기·팬저파우스트, 적 무력화 힘 보태
5일간 훈련…장병 2300여 명·궤도장비 160여 대 투입
부대가 기동·사격·조치, 전시 임무수행 능력 다져
사전 장비 점검도 철저…“어떤 상황에도 승리할 것”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이 9일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혹한기 훈련의 하나로 실시한 제병협동 훈련에서
비호여단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K1A2 전차가 AH-1S 코브라 헬기의 지원을 받으며 적 방어선을 돌파하고 있다.
기온이 낮아지고 찬 바람이 불면 사람도 괴롭지만, 혹한·서리 등에 민감한 기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갑자기 엔진이 멈추는 등 생각한 대로 굴러가지 않아 애를 먹일 가능성이 높다. 기계화보병부대의 혹한기 훈련도 날씨에 따라 달라질 장비 구동 상태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추위에 실전을 피할 수는 없는 법.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의 혹한기 제병협동 훈련 현장에서 장병들의 노하우를 들여다봤다. 글=배지열/사진=백승윤 기자
혹한 속 쏘아 올린 박격포·자주포
9일 아침 경기도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 수기사 비호여단 재구대대 장병들이 박격포 사격 훈련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절기상 입춘이 지났지만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장병들의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다.
“하나 포, 삼-공-공-팔!” 팔과 손으로 직접 숫자 모양을 만들면서 크게 소리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격포와 마주 보고 선 장병이 관측경으로 포의 방향틀 각도와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기온·풍속 등에 따라 설정값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집중한 가운데 정확하게 수신호를 전달하려 애썼다.
“포탄 수령!” “신관, 몸통, 뇌관 이상 무!” 장전 준비를 마친 박격포에 포탄이 도착했다. 이날 대대는 K242 장갑차에 탑재한 4.2인치 박격포와 K281 장갑차의 81㎜ 박격포를 30발 쏘아 올렸다.
“발사!” 명령과 함께 쏘아 올린 박격포탄은 약 3㎞ 떨어진 표적에 정확히 명중했다. 표적지 주변 흙이 높게 솟아오른 뒤 흩날리는 게 이를 증명했다. 강진수 재구대대 주임원사는 “육군에 다양한 전력이 있지만, 근거리 전투에서는 박격포가 강력한 공격력을 발휘한다”며 “특히 고지 너머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어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도 포병 지원 상황이 전개됐다. 적을 식별하고, 사단에서 해당 표적에 사격명령을 하달하자 기적대대 K9 자주포 12문이 고폭탄 96발을 발사해 표적지 일대를 초토화했다.
정효준(대위) 기적대대 포대장은 “전장 상황에 부합한 실전적인 포병사격으로 적을 격멸하는 능력과 태세를 갖췄다고 자부한다”며 “최정예 포병부대 일원으로서 창끝 전투력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항공 전력·궤도장비 동시 기동
“쾅!” 박격포 사격에 이어 K21 보병전투차량이 40㎜ 기관포 사격에 나섰다. 1.2㎞를 날아간 포탄이 표적지 중앙을 명중시켰다. 적의 방어지대를 돌파하기 위한 폭격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전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진 상황은 항공 전력과 함께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 기동로 곳곳에 얼음이 얼었지만, 궤도장비가 나아가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K1A2 전차와 K21이 좌우로 나란히 달리며 뿌옇게 흙먼지를 일으켰다. 하늘에서는 AH-1S 코브라 헬기 2대가 비행하면서 엄호했다.
K1A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며 적진을 돌파했다. 팬저파우스트(PZF-Ⅲ)도 적 전차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마지막으로 K21 장갑차로 이동한 병력이 하차해 남아 있는 적을 격멸했다. K21의 7.62㎜, K281의 12.7㎜ 기관총도 힘을 보태며 상황이 마무리됐다.
김정빈(소위) 재구대대 소대장은 “훈련을 앞두고 장병과 장비의 방한대책 마련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부대 전입 후 처음 혹한기 훈련에 나왔는데, 추운 날씨에도 전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군인의 숙명을 느꼈다”고 말했다.
혹한기 맞춤 준비로 성과 극대화
부대는 기보 전력을 포함해 공병·방공·항공 전력까지 함께하는 제병협동 훈련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에 장비 점검을 철저히 했다.
남승규(소령) 재구대대 정작과장은 “기본적으로 기동에 필수인 현수장치 점검과 궤도용 방활구(미끄러짐 방지 도구)를 준비하고, 실제 장비를 탈·부착하는 연습도 했다”며 “장병들이 이번 훈련으로 계절에 맞는 장비 구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사단 직할대와 예하 2개 여단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6일 문을 열었다. 10일까지 계속되는 훈련에는 장병 2300여 명과 궤도장비 160여 대, 일반차량 400여 대가 투입됐다.
특히 미리 정해진 일정에 맞춰 진행하는 게 아니라, 사단에서 부여한 상황에 맞게 해당 부대가 기동·사격·조치 등을 하면서 전시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훈련을 진두지휘한 김세윤(중령) 재구대대장은 “혹한기에 악기상을 포함한 제한사항을 극복하는 경험을 쌓고, 어떠한 상황에도 반드시 승리하는 능력과 태세를 확립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제병협동 훈련을 비롯한 훈련을 반복해 전투 수행 능력을 발전시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글= 배지열 기자
사진= 백승윤 기자 < soseem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 메인 | 국방일보 (dema.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