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은 밥과 설탕만의 문제가 아니다…몸의 호르몬과 수분 상태만 바뀌어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혈당이 높게 나오면 전날 먹은 밥이나 빵, 디저트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실제 탄수화물은 혈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음식만 관리한다고 혈당이 항상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몸속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혈당은 평소보다 높게 측정될 수 있다.
이유는 우리 몸이 혈당을 단순히 음식으로만 조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슐린과 코르티솔, 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과 교감신경의 활동, 혈액 속 수분 상태가 함께 영향을 미친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당뇨교육실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피네프린 분비로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잠이 부족하면 교감신경이 과하게 활성화되고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
밤을 새우거나 4~5시간밖에 자지 못한 다음 날 유독 공복혈당이 높게 나오는 사람이 있다. 잠이 부족해지면 몸은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를 일종의 신체적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이때 교감신경 활동이 증가하고 혈당을 높이는 방향으로 몸의 대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슐린 민감도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로 쓰이도록 돕는데,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인슐린에 대한 몸의 반응이 둔해질 수 있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혈당이 이전보다 오래 높은 상태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당뇨병 학술 자료에서도 짧은 수면과 수면장애는 인슐린 저항성, 포도당 대사 이상과 연관된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늦게 잠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식단만 탓하기보다 수면시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을 유지하고 성인은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혈당 관리에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이 간에 저장된 포도당을 혈액으로 끌어낸다
회사에서 크게 긴장하거나 화가 난 날, 중요한 일을 앞두고 극심한 압박을 받은 날에도 혈당이 오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은 현재 상황을 위기로 판단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에너지를 준비한다.
이때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 에피네프린과 코르티솔이다. 에피네프린은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의 분해를 촉진해 포도당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코르티솔의 영향도 커지는데, 코르티솔은 인슐린의 혈당 조절 작용을 방해하고 혈당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심한 스트레스에서 에피네프린 분비가 증가해 혈당이 상승한다고 설명한다.
즉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에는 단 음식을 먹지 않았더라도 몸이 스스로 혈액 속에 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다. 만성 스트레스가 혈당 관리에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호르몬 반응에 있다.
물을 적게 마시면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고 혈당 수치가 평소보다 올라갈 수 있다
수분 부족 역시 의외로 놓치기 쉬운 혈당 상승 요인이다. 땀을 많이 흘렸거나 여름철 장시간 야외 활동을 했는데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혈액 속 수분량이 줄어든다. 이때 혈액 속 포도당이 상대적으로 농축되면서 혈당 수치가 높게 측정될 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도 탈수 시 혈류의 수분이 감소하면서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가벼운 혈당 상승부터 큰 폭의 상승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분 부족 상태에서는 바소프레신이라는 수분 조절 호르몬도 증가한다. 만성적인 수분 부족과 높은 바소프레신 수치는 인슐린 저항성과 포도당 대사 이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연구되고 있다.
특히 당뇨가 있는 사람은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으로 포도당과 수분이 빠져나가 탈수가 심해지고, 다시 혈당 농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목이 마르고 소변 색이 진해졌다면 커피나 단 음료보다 물부터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공복혈당이 갑자기 높아졌다면 전날 먹은 음식뿐 아니라 ‘잠·스트레스·물’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평소와 똑같은 식사를 했는데 혈당이 갑자기 높게 나왔다면 전날의 생활을 되짚어보는 것이 좋다. 몇 시간 잤는지, 최근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는지, 물을 충분히 마셨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일정한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장시간 앉아 있었다면 가볍게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5~10분 정도 천천히 걷거나 깊은 호흡을 하며 긴장 상태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한수면학회 역시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과 규칙적인 운동을 좋은 수면 습관으로 안내한다. 물은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이 마시기보다 하루 동안 나눠 마시는 것이 편하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이나 운동 후에는 갈증이 심해지기 전에 수분을 챙기는 것이 좋다. 혈당은 ‘무엇을 먹었느냐’만 기록하기보다 잠·스트레스·수분 섭취까지 함께 살펴봐야 원인을 찾기 쉬워진다.
실제 국내 사례
국내에서도 수면 부족과 혈당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가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한국 성인의 수면시간과 당뇨병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복부비만이 없는 성인 남성에서 짧은 수면시간이 당뇨병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면시간이 포도당 대사와 당뇨 위험을 살펴볼 때 중요한 생활습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혈당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국내 학술 자료에서는 스트레스가 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 코르티솔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수분 섭취 역시 혈당 관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내분비내과 연구 결과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서는 물을 적게 마실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는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소개됐다. 혈당이 갑자기 높아졌을 때 무조건 전날 먹은 음식만 의심했다면 이제는 “어제 잘 잤는가, 스트레스가 심했는가, 물을 충분히 마셨는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