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창문에서 우리를 내려보지 마라.
길가 창문에서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우리를 불쌍한 듯 내려보지 마라.
우리의 마지막을 네게 허락한 적이 없다.
너처럼 잘난 부모님을 못 만난 탓에,
너처럼 사기와 조작에 능숙한 가족들이 없어
밀리고 밀려, 너희들이 말한 누추한 반지하에 살았다.
평생을 반지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밝은 햇살에 눈을 뜨고 마음 편히 창문을 열고 자고 싶었다.
내 아이만큼은 넓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왜 대피를 못 했냐고 우리에게 묻지 마라.
손바닥에 왕자를 썼던 네게 물어라.
왜 대피 시키지 못했는지, 왜 우리가 죽어야 했는지를 말이다.
우르르 몰려와 사진 찍지 마라.
그 퇴근 길에 반지하에 갇힌 우리를 한번이라도 생각했더냐?
이제와 반지하 창문을 내려보는 너의 위선과 천박함이 역겹다.
우린 결국 차디찬 몸으로
평생 벗어나고 싶었던 반지하를 벗어난다.
우리의 죽음이 주는 무게를, 너는 어찌 벗어날까?
길가 창문에서 우리의 죽음을 내려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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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정태춘씨 우리들의 죽음이 생각나네요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 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나와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우린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여기 저기 옮겨 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방문은 꼭 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엄마, 아빠... 엄마, 아빠...
"우린 그렇게 죽었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부둥켜 안고 떨기 전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 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어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 나온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 갈 수만 있었다면...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 마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뚱이.
몸뚱이를 두고 떠나지만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언젠가 우리 다시 하늘 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이제,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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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d 2022-08-11 23:50:31
@문화쌀롤저도 사진 보고 이 생각 했습니다. 90년 사건이었던 것같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 때는 이것이 왜 구조적 문제인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삼십 년이 지났지만, 지하 단칸방에 불이 났다는 것과 홍수가 났다는 차이만 있을뿐 소름 끼치도록 판박이같은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그런 죽음을 구경거리 보듯 보는 사람의 태도를 보면서 환멸을 느꼈습니다.
아래는 국 해 의 원 님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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