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6편 궤적(軌跡)>
①복사꽃 필 무렵-73
천복은 그녀의 남편이 아이에게 조금도 의심하지 아니하고 격의 없이 대하고 있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고 돌리었다.
그런데 그는 순희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던 거였다.
“어차피 남편은 아일 못 낳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아일 하나만 담방 낳아놓고, 그냥 말게 되면, 말 많은 남들이 외간남자 붙어 낳은 자식이라고, 하잖겠어요? 게다가 아이가 형부를 닮았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잖아요? 형부,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는 눈 하나를 씽긋 떠 보이면서 알아서 기라는지, 다짐마저 받으려는 거였다.
“...?”
그러나 천복은 무어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는 아직도 그녀의 말에 확실하지 않은 구석이 있었고, 또 그것이 아니더라도, 불륜과 부정 그리고 비윤리적인 고의성을 가지고, 그 여부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그녀가 은혜를 베풀어 중대한 일을 도와주었다손 치더라도, 그와는 별개의 문제라는데, 냉철한 생각에 머물렀던 거였다.
그녀와 처음 극장에서 마주친 건 그 시말이 다 우연에서 비롯되었던 불장난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부정한 불륜을 고의적으로 남의 여자와 아이를 배태하려고, 상습적으로 그러한 짓을 벌인다는 건 안 될 말이었다.
그는 처제인 순희와 야릇한 관계가 거북스럽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느끼어지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그치고 있었다.
“형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해주세요? 오호호.”
그녀는 이렇게 천복에게 대답하여달라면서도, 스스로 어이가 없다는 걸 깨닫고 있는지, 허튼 웃음마저 터뜨리고 있었다.
천복은 그녀가 맹랑하게만 느끼어지었다.
만일 또다시 그렇게 된다면, 불륜관계는 길어지고 깊어질게 틀림없었다. 또 그로 하여금 아이의 임신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는 볼 것 없이 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단발의 임신이 불가능하리라는 건 보통상식이었다. 도선암의 인수보살이 돼지 흘레붙이듯 갱두 보덕을 발가벗기어 방에 넣기를 두어 달을 넘기었던 거였다. 그러는 동안 그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덕을 품에 안았었다.
하기에 그것도 그에게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하나이었지만, 사람은 어찌하여 소나 돼지와 다른지도 의문이었다. 동물들은 배란기가 되어 일단 암내가 나면, 수컷과 단 한 번의 교미로서 새끼를 밸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그와 같지 않아서 그것이 바로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이라고 믿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희와 지금 말하는 순희는 처녀성이라는 문전에서 단발로 임신에 들어간 여자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거였다. 순희가 제아무리 동물적이고, 육체가 무르익은 성숙한 관능의 여자일지라도, 다음부터는 그렇듯 녹록하게 될 일이 아닐 게 분명하였다.
까닭에 천복은 그녀의 말에 응하였다가는 뜬금없이 달리어오게 될 거였고,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는지는 묘원하기만 한 일이었다. 그래서 반녀의 불륜이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본질이었다.
천복은 힘주어서 말하였다.
“사람은 깨닫는 동물인지라, 잘못을 두 번씩이나 저지를 순 없잖아? 처제는 어쩔 수 없이 태어난 아이나 잘 키워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서 선뜻 몸을 일으키었는데, 그녀가 눈을 깜짝거리면서 일어서는 그를 빤히 올리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그는 목에 걸었던 카메라를 벗기어서 잔디위에 놓아두고는 넌지시 손을 보내어서 순희의 손을 잡아끌어 그녀를 일으키어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 돌리고는 힘껏 끌어안았다.
얼굴이 마주치자, 입술과 입술이 맞닥뜨리어지었다. 그녀의 헤벌리어진 입술에서 혀끝이 밖으로 날름거리자, 저절로 남자의 입으로 들어왔고, 남자는 그녀의 혀를 세게 빨아들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처녀시절의 풍성하던 귀밑머리가 남자의 손가락사이로 넘치었다. 젖무덤도 처녀 적의 모습을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오년 전 묘 마당에서 그녀와의 정사가 어렴풋 떠오르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금세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청춘이란 이렇게 휘발성이 강하였던 거였다.
“어억!”
여자는 금세 숨이 막히어드는지 문득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러면서 두 손을 남자의 뒤로 보내어놓고서는 등과 허리를 허둥거리면서 때로는 쓸고, 때로는 사정없이 당기었는데, 남자는 아직도 여자의 입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네는 그렇게 한 덩어이가 되더니, 기여 잔디밭에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나무는 쓰러지면, 죽어서 썩었지만, 남자와 여자는 쓰러지면, 새 생명을 포태하는 거였다.
“아-파!”
그녀는 아직도 미골이 간헐적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무명몽당치마는 저절로 훌렁 벗기어지어 있었다. 그녀의 허리를 칭칭 감았던, 댕댕이덩굴도 스스로 풀어지어서 하복부에 엉성하게 걸치어있었다. 고무줄팬츠를 끌어내리자, 여자는 바로 누우면서 엉덩이를 돌리어 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햇살이 그녀의 검은 숲속을 파고들면서 밝게 비추고 있었다. 변함없이 무성한 음모는 너울지어 마치 하늘에 낀 검정빛 비구름과 닮아있었다.
첫댓글 결국은 그렇게 되었습니다 ^^*
여기서 추념할 건 천복이 상습적인 건 거부하고
이렇게 우연히 만남에 있어선 응하는 태도를 취하는군요.
그 기우에 대해 천복은 이제껏 여러 여자를 만나지만 그때마다
피하지 않고 순응한 거지요. 허니 그는 이 놀이를 다분히 계획적이고
상습적으론 않겠다는 의지가 숨겨져있네요. 그럴듯하네요.
부딪치면 하고 안 그러면 않겠다는 거지요. 이제서야 그의 마음을
헤어릴 수 있군요. 하기에 아내를 배신하거나 경거망동하지 않게
되지요. 웬만한 남성은 과거에 있던 여자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고민할 때가 많은데 천복은 그와 구별이 되네요.
오늘도 순희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 저런 일은
없을 게 아니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