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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제스로 보빙던(Jethro Bovingdon)
사진 · 애스턴 패럿(Aston Parrott)
지난 2009년, M3 GTS가 나왔을 때 우리가 얼마나 비웃었던가. 예거마이스터 주황색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심할 정도로 작은 리어 윙이 달렸고, 배기량을 362cc 늘린 V8 자연흡기 엔진은 고작 30마력 강력해졌을 뿐이었다. 카본파이버, 퍼스펙스(투명 아크릴수지), 티타늄을 쓰고 75kg을 줄였다고? 11만7630파운드(약 1억9538만원)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못했다. M3 GTS는 당시 5만5365파운드(약 9196만원)였던 E92 M3 컴페티션 패키지보다 2배나 비쌌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M3 GTS를 산단 말인가. 하지만 한번 몰아보니 꽤 특별한 차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주 긴 위대한 도로에서 다시 한 번 운전해볼 기회가 생겼다. 바로 뉘르부르크링이었다. 뉘르부르크링에서 M3 GTS를 몰아보니 높은 가격이 갑자기 사소한 문제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냉소주의를 걷어내고 M3 GTS가 얼마나 마법 같은 차였는지 기억해내려 한다. 특히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경험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심지어 997 GT3 RS 4.0 같은 차와 비교해도 M3 GTS의 밸런스와 감각, 그리고 성능은 완벽에 가깝게 느껴진다. 새로운 M4 GTS가 그 마법과도 같던 성능과 맞먹을 수 있을까. M4의 따분한 터보 엔진과 멍한 섀시에 대한 우리의 의심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 진심으로 그러길 바란다.
M4 GTS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몇 가지 사실을 언급하자면, 우선 가격은 12만500파운드(약 2억15만원)다. 엔진은 기본 M4와 같이 3리터 직렬 6기통. 배기량이 단 1cc도 늘어나지 않았다. 터보차저도 그대로다. 새로운 단조 부품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기본 M4보다 강력해졌다. 최고출력은 425마력에서 493마력으로 올랐고 6250rpm에서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4000~5500rpm에서 나오며, 56.1kg·m에서 61.1kg·m으로 올랐다. 이는 새로운 워터 인젝션 시스템 덕분이다. 워터 인젝션 시스템은 압축공기에 물을 분사해 흡기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더욱 밀도가 높은 공기를 공급해 부스트 압이 2.2바(bar)에서 2.5바로 올랐다. 5500rpm 이상에서 최고 성능을 내며, 트랙 주행 시에는 재급유를 할 때마다 트렁크에 있는 5리터 용량의 물탱크에 증류수를 보충해줘야 한다.
M4 GTS는 무게를 줄이기도 했다. 뒷좌석을 없앴고, 보닛은 카본파이버로 만들었으며, 배기 시스템은 전체가 티타늄이다. 옵션으로 ‘M 카본 컴파운드’ 휠(가운데는 합금, 림은 카본파이버)을 주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롤케이지와 물탱크가 추가되면서 무게는 1510kg이나 나간다. 똑같이 DCT 변속기를 단(M4 GTS에는 수동변속기 사양이 없다) 일반 M4에 비해 겨우 30kg 가벼울 뿐이다. 실망스럽다. 하지만 새로운 프런트 스플리터와 조절식 리어 윙을 통해 공기역학 성능을 강화했다. 시속 300km로 달릴 때 앞쪽에 28kg, 뒤쪽에 93kg의 다운포스가 가해진다. 시속 200km에서는 앞쪽에 12kg, 뒤쪽에 40kg의 힘이 실린다. M4 GTS에는 지상고와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 KW의 댐퍼가 달린다. BMW는 일반도로용과 서킷용 추천 세팅을 제공하지만, 원하는 대로 설정을 만질 수도 있다.
M4 GTS를 가지러 판버러(Farnborough)에 위치한 BMW 영국 본사에 간 시간은 오후 9시였다. 오렌지색 조명 아래 주차되어 있던 M4 GTS는 적어도 내 눈에는 매혹적으로 보였다. 물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현대미를 뽐내는 아우디 R8이나 드라마를 불러일으키는 포르쉐 911 터보나 GT3 RS 수준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곱게 광을 낸 ‘프로즌 다크 그레이’ 페인트는 잘빠진 근육질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M4 GTS에는 경주차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나는 이 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M4 GTS를 보고 있자면, 브레이크 분진이나 바퀴 자국, 또는 힘껏 달린 뒤 피트레인에서 ‘틱틱’거리는 소리를 내며 서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M4 GTS는 겨우 700대만 생산될 것이다. 바라건대 그 모든 M4 GTS들이 정기적으로 서킷을 달려주면 좋겠다.
갈 길이 멀었기 때문에 더 이상 백일몽이나 꾸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낮게 달린 레카로 시트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다. 건조하고 거친 사운드가 티타늄 배기 파이프를 통해 쏟아져 나와서 움찔하고 놀랐다. 소리는 금방 사라지지만 주행 설정을 스포츠 모드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면 다시 그 사나운 사운드트랙을 들을 수 있다. 나는 구동계 설정을 스포츠 모드에 맞춰놨고(도저히 이 차를 ‘이피션트’ 모드로 탈 수는 없었다), 스티어링 설정은 컴포트 모드에 뒀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M4 GTS에서 M4의 많은 것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저속 승차감은 거칠고 스티어링은 무거우며 큰 네거티브 캠버 각을 가진 앞바퀴는 심술궂다 싶을 정도로 성급한 느낌이다. 아직 온도가 오르지 않은 미쉐린 파일럿 컵 2 타이어는 가속페달을 1mm만 밟아도 휠 스핀을 일으켰고 트랙션컨트롤이 작동했다. 오, 예! 바로 내가 원하던 하드코어한 감각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 고속도로에서 타이어는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요란하게 소리를 냈지만, 승차감은 기분 좋게 안정됐다. 일반 M4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돌려도 휙휙 반응했고, 스로틀을 열수록 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무래도 M4 GTS의 기질과 역량을 제대로 즐기려면 충분히 잠을 자둬야 할 것 같았다.
휴게소에 딸린 호텔에서 푹 자고 난 뒤 진한 커피 한 잔 마실 틈도 없이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하지만 M4 GTS는 짧은 거리를 달려도 피곤을 날려버릴 정도로 좋은 차였다. 약 60km를 달려 사진작가인 애스턴 패럿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불과 1시간 5분 정도 달려왔는데 인적이 드문 곳이 나왔다. 패럿은 영국식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시간은 오전 7시 45분경이었다. 노면은 마른 상태였지만 정말 차가웠다. 하지만 컵 2 타이어가 적당히 데워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구동계를 스포츠 모드로, 스티어링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했다. 또 DSC 버튼을 눌러 운전자에게 보다 자유를 주는 MDM 모드를 선택했다.
호텔을 출발한 뒤 2.5바의 부스트 압을 내는 펀치력 강한 엔진에 두어 번 놀랐고, 새와 소, 양들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연료 탱크의 반을 비우는 동안 워터 인젝션 시스템은 증류수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성미가 고약하고 강렬했다. 그런 만큼 정말 훌륭했다. “차 어때요?” 애스턴이 물었다. 내 대답을 지면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이런 씨’로 시작해서 ‘죽여줘’라고 끝났다는 것까지만 밝혀두겠다. 이날 하루가 재미있을지 의심했지만 완전히 끝내주는 시간이 되어갔다. 나는 M4 GTS에 푹 빠져버렸다.
어떤 차와 사랑에 빠진 뒤에도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차와 혼연일체가 될 때까지 운전에 전념하며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 들끓는 짜릿함과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차와 하나가 되어간다. 이쯤 되면 그 차를 사랑하는 이유를 한 단어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극단적인’, ‘민첩한’ 같은 말이 떠올랐지만, 이 차의 진정한 강점은 바로 ‘밸런스’였다. 사나운 소리와 뒷바퀴로 전해지는 강력한 토크가 선사하는 짜릿함 뒤에는 타고난 밸런스가 있다. 덕분에 다음에 어떤 길이 나오더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M4 GTS는 정말 빼어난 밸런스를 갖췄고, 이토록 엄청난 실력을 가진 차는 다루기 아주 쉽다. 온종일 몰아보면서 색깔과 질감을 더해갔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정말 정말로 재미있는 차라는 사실 말이다.
마을을 떠나 산을 오르면서 M4 GTS는 다시 한 번 도전과 마주하게 됐다. 하면 안 될 것처럼 보였다. 황무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낡고 오래되고 부서진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일이었다. 서킷 주행에 초점을 맞춘 하드코어한 차에는 적합하지 않은 길이었다.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그나마 도로 가장자리에 쭉 한 줄로 심어놓은 생울타리 터널은 없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코너 초입에서 프런트 타이어에 기댈 수 있었고, 섀시가 대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자 동력 성능도 더 많이 짜낼 수 있었다. 사나운 배기음은 엔진에 더 명확한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저회전과 중회전에서 강타를 날렸고, 최대 파워까지 매섭게 몰아쳤다. 회전한계 막바지에서는 다소 밋밋하긴 했지만 스로틀 응답성은 날카로웠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이 다소 지나치게 온/오프 이분법적이다. 개인적으로 반응이 좋으면서 직관적인 스포츠 모드가 마음에 들었다.
M4 GTS는 굉음을 내며 비좁은 도로를 내달렸다. M DCT는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매끈하게 변속한다. 하지만 자연흡기 엔진과 꽉 맞물려 보다 기계적인 느낌을 주던 이전 M3 GTS의 변속감이 더 좋다. 엔진은 아주 훌륭한 사운드트랙을 들려주지만 위대한 걸작의 반열에 오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M4 GTS에서 아주 뛰어난 부분은 그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서스펜션의 감쇠력과 지오메트리가 매우 공격적이어서 스티어링이 굉장히 정확하고 차가 쌩쌩 움직인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때 몸을 꽉 잡아주는 근사한 레카로 시트 덕을 많이 본다.) BMW가 권장한 일반도로용 설정에서 차체 컨트롤은 아주 뛰어나다. 지나치게 낮거나 딱딱하지 않아서 노면에 차를 긁어대거나 돌출부를 지날 때 붕 뜨는 느낌도 없다. 가볍고 민첩하고 잘 제어되고 있다는 느낌을 줄 뿐이다. 물론 가끔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요철 구간에서는 쿵 하고 충격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거친 노면에서도 웬만한 충격은 모두 집어삼킨다. 발에 전해지는 감각이 굉장히 가볍고 도로 위를 춤추듯 달린다. 일반 M4보다 고작 30kg 가벼울 뿐이지만 체감상 300kg은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다.
쉬운 코너에서 M4 GTS를 한계까지 몰아붙여보면, 앞바퀴가 바깥쪽으로 넓게 미끄러지는 느낌이 드는 찰나 뒷바퀴도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놀랍도록 정확하고 유려하게 돌아 나간다. 스로틀을 더 열면 오버스티어가 급증하면서 M4 GTS가 갖고 놀기 쉬운 덩치 큰 MX-5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대신 스릴이 더해진다. 성능이 뛰어난 차를 조종하고 있지만 실수하는 순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 것이라는 긴장감이 재미와 만족감을 높여준다.
트집 잡을 만한 부분도 있다.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911 GT3 RS만큼 풍부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페달 역시 하드코어 포르쉐 모델들에 비해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내 생각에는 날카로운 응답성을 끌어내기 위해 프런트 서스펜션을 조이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어쩌면 프런트 스플리터가 확장될 때(최대 60mm까지 조절된다) 생긴 문제이거나. 트랙션컨트롤의 MDM 모드는 여전히 운전자를 너무 제한한다고 느껴졌다. 스티어링 휠의 림은 이상하리만큼 굵다. 엔진은 으르렁거렸고 배기 파이프에서는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지만 구형 M3 GTS만큼 인상적이지 못하고, GT-R이나 911 터보만큼 격렬하거나 흉포하지 않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웃음이 멎지를 않는다. 파장이 짧은 둔덕에서 미끄러지던 뒷바퀴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자연스럽던 밸런스가 생생히 느껴진다. 특히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마다 오버스티어를 내던 느낌은 정말이지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그날 도로에서 매 순간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M4 GTS가 대답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아마도 가장 날카로운 질문은, 어떻게 포르쉐는(그렇다, 또 포르쉐다) 카이맨을 전부 뜯어고치면서도 기본형 대비 고작 9000파운드(약 1500만원)만 더 받을 수 있었을까. 반면, BMW는 M4에 워터 인젝션 시스템과 카본파이버를 추가하고, M 디퍼렌셜을 개량하고, 훌륭한 댐퍼를 달고 나서 기본형보다 2배나 비싼 가격표를 붙였다.
가격을 감안하면, 여러분 가운데 상당수가 911 GT3이나 R8, 또는 570S 대신 M4 GTS를 고를 만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이 웃게 하고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여긴다면, M4 GTS는 분명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차이기도 하다. 단, 주행 전에 타이어 온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만 명심하자.
원문보기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457104&memberNo=3421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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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시무시한 놈의 등장이군요.....앞태도 그렇지만...뒤태역시....머신티가 팍팍 납니다....
소음이랑 배기 가스 문제로 국내엔 들어오기 힘들겠지만 2억이라는 가격도 걸림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