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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사무실에서 잡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일반 전화가 울렸다.
“감사합니다. 경찰청 사이버기획팀 박승일입니다.” “저, 죄송한데요. 뭐 좀 물어 보려고 전화를 했는데요.”
10대 초반으로 들리는 앳된 목소리였다.
“네, 말씀하세요.” “제 친구 얘긴 데요. 제가 대신 물어 봐도 되죠?”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하는 게 좋긴 하지만 말씀해 보세요.” “친구가요. oo게임을 하다가요 다른 사람 아이템을 산다고 하고요 돈을 안 줬는데요.”
대략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제게 이름과 나이를 먼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요? 친구 이름요?”
“네, 지금 전화하시는 분 말입니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고요. 이번에 중학교 입학하는데요. 이름은요, 김기욱(가명)인데요. 근데요, 제 친구 얘기거든요.”
“게임 아이템은 얼마치나 사기를 친 거라고 하는데요?” “5200원인데요.”
기욱이의 얘기는 친구의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을 말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저씨는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을 수사하거나 잡으러 다니는 형사가 아니고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인데 좀 더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겠어요?”사실 우리 팀이 하는 일은 경찰 자체 방송국을 운영하고 경찰청 홈페이지에 대해 대내·외에 홍보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문적으로 수사 민원에 대해 전화를 받는 부서는 아닌 것이다.
순간 아이는 울음보를 터트렸다.
“엉, 엉. 아저씨 근데요. 한번은 봐줄 수도 있다고 하던데요. 사실인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그렇지만 이제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사실은요, 제가 며칠 전에요. oo게임을 하다가요 누가 자기 아이템을 사라고 쪽지가 와서요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요. 캐시가 없어서…. 정말로 첨부터 사기 칠라고 한 건 아닌데요. 요즘은 저녁에 잠도 안 오고 누가 막 잡으러 올 거 같아서 너무 무서워요.”
아이는 한없이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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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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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박승일 | 아이는 분명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충분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착하고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울어요. 기욱이 학생이 진짜로 우는 이유가 뭐죠? 제가 붙잡으러 갈까 봐서인가요. 아니면 자신이 잘못한 일을 뉘우치고 있기 때문인가요?” “제가 잘못한 것도 있고요. 또 무서워요.”
“그럼 지금부터 무서워하지는 말아요. 대신 이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생각을 해 봐요.” “제가 캐시로 선물을 하려고 했는데요. 14세 미만은 선물을 할 수 없다는 창이 떠요. 그리고 돈도 없고요.”
“그럼 저와 전화를 끊은 뒤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먼저 쪽지를 보내세요. 아이디는 알고 있죠? 정말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해 보세요. 물론 진실되게 해야겠죠. 그리고 다시 연락이 오면 전화를 주세요. 이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나요?”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피해를 입은 사람이 먼저 용서를 하는 게 중요하겠죠. 그리고 기욱이 부모님께 솔직하게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세요. 한번은 혼나겠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세요. 지금 부모님께 야단 맞는 것이 두려워 말을 못하면 세상에서 기욱이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에요. 만약 그러기 힘들면 제가 대신 말해 줄 수도 있고요.” “제가 말해 볼게요. 그런데 다시 아저씨한테 전화해도 되나요?”
“물론이죠 언제든 괜찮으니 하세요.”
그렇게 이십여 분간의 긴 통화를 하고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 설을 전후해 전자상 거래 사기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1082명을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유형별로는 온라인 게임에 필요한 무기 등 아이템 거래 사기사범이 562명으로 전체 52%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도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10대 20대가 777명으로 72%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화를 했던 학생처럼 처음에는 범죄인줄 모르고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크게 후회할 수도 있는 만큼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마음껏 활용하더라도 범죄의 유혹에 절대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인터넷 사용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부모가 같이 게임 등을 함께 해 네티즌의 예절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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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욱(가명)이는 분명 앞으로 세상을 밝고 바르게 살아 가리라 믿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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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3 오후 4:30 |
ⓒ 2005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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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기자는 경찰청 혁신기획단에 근무하고 있으며 청소년 범죄(사이버 범죄, 성매매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대학교 영문학(청소년심리학 복수전공)과에 재학중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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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열세살 기욱이는 멋진아저씨와 전화하길 아주 잘 했어요...이젠 알았으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어여~ 그대신 깨달은 사람이 되세용~~
어린이 다운 어린이는 반드시 보호받을 자격과 권리가 있음다 하하하...잘 됐으니까 겁먹지말구 친구들도 도와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