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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예쁜 엉덩이
엎드린 산아가씨 엉덩이 탐스럽나
허리에 담 결리자 산사내 슬슬 피해
두 봉을 주물러 줘야 유방암이 안 걸려
* 쌍령산(雙嶺山 502m); 경기 용인 안성. ‘산봉우리 두개가 마주’하고 있다 하여, 그리 칭한다. 안성에서 보면 여자가 엎드린 모습인데, 엉덩이가 아주 예쁘다. 해주(海州) 오씨(吳氏) 문중이 소유하고 있다. 서릉은 한전의 변전소 설치로 산록이 까뭉개졌다. 주능선은 세 방향이고, 이곳의 물은 미산저수지에 모였다가, 장성천을 거쳐 이동저수지로 유입된 뒤, 진위천으로 들어간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05면.
122. 철쭉 봉화대
철쭉이 붉게 타면 유산객(遊山客) 일색이지
매 등에 올라타니 마루금은 훠이훠이
봉화불 지피지 마소 흐느끼는 억새 떼
* 봉화산(烽火山 919.8m); 전북 남원, 경남 함양, 백두대간. 철쭉불이 활활 타올라 옛날에 있든 봉화대를 대신한다. 억새도 그에 못지않다. 이 산권(山圈)인 매봉(712.2m) 백두대간 표지석 근처에 유람객이 많이 붐빈다. 광대치와 중재 사이 마루금에서 동쪽 약 10분 거리에 월경산(月鏡山 980.4m)이 비껴나 있으나, 풍광이 엇비슷해 따로 시조를 짓지 않는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266번(22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23. 백운 머흘고
중재에 점찍으니 흰 구름 머흘레라
골짜기 기암괴석 강 지류 빚어내고
산대숲 하늘 가리니 서래봉에 뻗친 혈(穴)
* 백운산(白雲山 1,279m); 전북 장수, 경남 함양, 백두대간. 동쪽 사면은 함양군 서상면으로 남강의 지류인 남계천(濫溪川)의 집수역이나, 서쪽 사면은 장수군 반암면으로 섬진강의 지류인 요천(蓼川)의 집수역이다. 소백산맥이 섬진강과 낙동강을 가른 분수계를 이룬다. 남계천의 양안에는 안의까지 하안단구가 발달해있다.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울려 아름다운 계곡을 이루는데, 일명 화림동(花林洞)이라고 하여, 유서 깊은 정자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운동을 일으킨 박명부(朴明榑)가 거쳐간 농월정(弄月亭)과, 전시서(全時敍)가 머무른 거연정(居然亭)이다. 중재에는 상징목인 물푸레나무가 있다. 조금 지나 ‘중고개재’ 이정표에는 중치 2.1km 백운산 2.5km로 표시해놓았다. 등로에는 산죽군락이 많다. 분기점에서 동쪽 약 1.5km 지점에 서래봉(1,157m)이 위치하는데, 좋은 혈처가 있다 전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02면.
124. 방(榜)을 건 산
정동진(正東津) 쪽빛바다 낙조로 물들이면
산상은 두루마기 급제 선비 너울너울
청산도 학춤을 추니 걸렸든 방(榜) 날아가
* 괘방산(掛榜山 339m); 강원 강릉. 얕다고 쉽게 대할 산은 아니다. 내륙의 500m급 산과 맞먹는다. 동쪽 끝에 7번 국도와 영동선이 지나가는데, 정동진(正東鎭)역은 산행 들머리다. 산모양이 과거에 급제하면 명단을 붙이던 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 선비들은 등명낙가사에서 공부를 하다가, 새벽에 괘방산을 올라 바다를 보며 당선을 기원했다. 합격하면, 산에다 과제자(科第者)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을 쓴 커다란 두루마기를 걸어 놓았다. 이산이 있어서 그런지, 강릉지역은 입격자(入格者-급제, 합격)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일몰이 아름다워, 강동(江東)8경 중 하나인 ‘방산낙조’(榜山落照)로 꼽힌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83면.
125. 할미가 궁시렁
육십령 굽어보랴 우람한 저 바위봉
옛 산성 창연한데 발기한 대포바위
저 물건 아직도 주책 산할미가 궁시렁
* 할미봉(1,026m); 전북 장수, 경남 함양, 백두대간. 우뚝 솟은 암봉으로, 사방이 천 길 낭떠러지다.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변에 형제바위, 남근을 닮은 ‘대포바위’ 등 명소들이 산재한다. 봉 아래로 이봉의 이름을 따 자연스레 부른 할미성터가 있다. 옛날 할미가 ‘치마폭에 돌을 날라 성을 쌓았다’고 구전(口傳)된다. 서쪽 산자락 반송마을 사람들은 이봉이 원래는 '쌀미봉'인데, 할미봉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중턱에 일제강점기 때 만든 큰 규석광산이 있어, 생산된 돌이 쌀처럼 생겨 쌀미봉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들에 의하면, 어느 예언가가 이산에서 ‘온 백성이 석 달을 먹을 양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귀한 규석을 두고 호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인지 모른다. 아무튼 종주꾼을 매료시키는 봉임에는 틀림없다. 정남쪽 한 시간 반 거리에, 숱한 설화와 민초의 애환이 담긴 육십령(730m)이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35면.
126. 옥을 갈고
길 헤맨 덕택일까 마애불 구경하고
조잘댄 여인 계류 옥돌 고른 산쟁이
이산은 번옥(燔玉) 아니니 조심조심 갈으오
* 마옥산(磨玉山 444m); 경기 안성. 마고산, 마곡산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옛날에는 오음산으로 불렀다. 산이 중첩되고 골이 깊다. 굴바위, 병풍바위, 말바위, 구모바위 등 유서 깊은 전설을 간직한 기암괴석들이 산재해있고, 군내 제일의 산간부락인 산내리. 대죽리 등이 기슭에 자리한다. 또 이리저리 얽힌 산줄기로 인해, ‘사람이 되고 싶은 여우’와, ‘아흔아홉 골짜기’가 구비전승(口碑傳承) 되는 곳이다. 이산에는 ‘안양사’라는 대찰이 있었는데, 폐사 된지 오래되어 그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소고리(所古里) 서쪽 산골짜기에는 동쪽을 향한 넓은 바위에 뛰어난 솜씨로 새겨진 마애여래좌상(경기도유형문화재 제119호)과, 익살스런 표정이 눈길을 끄는 마애삼존불상(향토유적 제8호)이 있다. 우리도 길을 헤맸지만, 마침 계류 쪽에서 길을 잃어 우왕좌왕하든 초면인 여류산객 두 명의 제안으로 합류한다. 여하튼 매우 조심해서 등행해야 할 산길이다.(‘한국의 산하’에서 인용)
* 번옥; 돌가루를 구워 만든 인공적인 옥.(사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57면.
127. 미(美)를 다툰 삼봉
발아래 구름 보며 하늘길 걷는 묘미
돌무덤 산정 아래 금봉황은 날개 펴나
세봉이 미(美)를 다투니 아라한(阿羅漢)이 퉤퉤퉤
* 삼봉산(三峰山 1,254m) 전북 무주, 경남 거창. 백두대간. 제1봉에 삼각점(무풍 511, 88’ 복구)이 있다. 거창의 진산으로 고스락이 되는 봉우리가 세 개다. 중심 봉우리는 흡사 동구 앞 돌무지탑 같고, 먼 데서 바라보면 피어나는 연꽃모습이다.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부를 만큼 경치가 빼어났으며, 가뭄이 들 때면 금봉암(金鳳庵)에 있는 용머리 바위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절과 산 모두 나한도량(羅漢道場)이라 여겨, 기도처로 이름 나있다. 이 산은 佛心, 山心, 無心의 三心이 깃들고, 암자 주위 바위는 병풍처럼 둘러쳐 봉황의 세를 이룬다. 칼바위, 장군바위, 석불바위, 부부봉, 문바위, 투구봉, 용바위, 노적봉, 칠성봉 들이 모두 셋씩 나란히 짝을 짓는다. 세 개의 영험스런 바위 샘물이 솟아나 목을 축일만한 데, 천지인(天地人)을 우러른 삼신사상과 인연이 깊다. 밑동이 큰 떡갈나무들이 주종을 이루며, 특히 겨울의 눈꽃이 볼만하다. 표석은 德裕三峰山으로 돼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53면.
128. 큰 덕을 내려
보드란 갈빛 육산 관목(灌木)이 이룬 조화
서걱댄 억새무리 옥이 구른 너덜지대
큰 덕을 베풀었으니 인걸 또한 많으리
* 대덕산(大德山 1,290m); 경북 김천, 경남 거창, 전북 무주, 백두대간. 옛 이름은 다락산(多樂山), 다악산(多惡山), 투구봉(鬪具峰)이다. 산 서쪽으로 금강의 최상류가 발원하고, 맞은편은 낙동강의 발원지다. 큰 복이 내린 땅(大德 大福)으로 알려져, 국난을 피하여 많은 사람들이 여기로 왔다고 전한다(안내판). 정상은 헬리포트이고, 조망이 뛰어나다. 옛날 기우단(祈雨壇)이 있었다고 하나, 흔적을 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능선이 부드러워 관목(灌木)과 조화를 잘 이룬다. 설화가 필 때는 더욱 장관을 연출한다. 서북 쪽 무주군 무풍면은 예언가 남사고(南師古)가 선정한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이다.
* 대덕오보(大德五寶); 억새, 산죽, 싸리, 떡갈나무, 너덜지대. 필자가 나름대로 지어본 이산의 다섯 가지 보물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23면.
129. 영동의 숨은 진주
피문어 발 뻗혔지 영동에 숨은 비경
옛 산성 무너져도 향로봉(香爐峰)은 천길 벼랑
산쟁이 욕심 많더라 송두리째 다 삼켜
* 마니산(摩尼山 639.8m); 충북 영동. 금강을 향해 ‘문어가 발을 뻗은’ 형국이다.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산으로 숨어들었다. 임금이 머물렀다 하여, 머리의 옛 우리말인 ‘마리산’으로 불리다가,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표기하면서, ‘마니산’으로 변해버렸다. 아직도 인근 주민은 ‘마리산’으로 부른다. 절벽능선을 따라 암릉길이 아기자기하고, 곳곳이 산성인데, 보존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이산의 핵(核)은 서북쪽 ‘향로봉’(525m)으로, 조망이 뛰어난 만길 벼랑의 천연요새다. 암골미가 빼어난 영동의 숨은 진주이다. 강화의 마리산과 구분하가 위해, 마니산으로 표기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53면.
130. 껄떡거린 매
동명(同名) 산 많다지만 외모는 그게 그것
야생매 껄떡거려 족발 한 점 던져주고
막장에 두릅순 찍어 오물오물 씹는 맛
* 응봉산(鷹峰山 1,103.3m); 강원 홍천 내면, 영춘지맥.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산과 계류가 아주 깨끗하나, 가파르고 길 찾기가 어려워 은근히 약이 오른다. 먼데서 보면 매의 형상을 띠었고, 정상은 두릅 등 산나물이 많다. 석장골 입구로 원점회귀 산행을 했다. 화촌면에 있는 대학산 위, 한강기맥 분기봉(853m) 북서쪽에 가까운 응봉산(868m)은 길들인 매이나, 어쩐지 이 매는 정이 가지 않는다...
* 봄 두릅순은 날로 먹는 게 더 향긋하다. 산에서 “고수레” 한번 외치고, 돼지족발과 같이 막장에 찍어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52면.
131. 어눌한 청산
조망이 확 트여도 두 도(道)는 서먹한가
봉화불 펴오르면 앞 다퉈 오른다니
청산은 어눌치 않아 사람 괜히 떠벌려
* 눌의산(訥誼山 744.5m); 충북 영동, 경북 김천, 백두대간. 추풍령(221m) 뒤쪽에 자리 잡은 산으로, 등산인의 발길이 비교적 뜸하다. 한자대로 풀이하면 ‘의논함이 어눌하다 혹은 더디다’라는 뜻이나, 의역하면, 두 도(경상도, 충청도)의 교류가 그만큼 빈번치 않았음을 뜻한다. 정상에 봉수대가 있고, 주변 조망이 뛰어나다. 긴급을 다투거나, 외적이 침범했을 때 봉화를 피워 올려 제몫을 다해왔기에, 이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산의 기상은 여전히 늠름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18면.
132. 곰귀 뫼
두 물길 손에 쥐고 기우제 지낸 명당
능선은 고운 면발 쫄깃쫄깃 혀 감으니
곰신이 먼저 들게끔 한발 뒤로 물러서
* 국수봉(掬水峰 795m); 충북 영동, 경북 김천, 백두대간. ‘물을 손에 움켜쥔다’는 뜻이니, 이산은 분명 물과 관계있다. 낙동강과 금강을 나누는 분수계(分水界) 산이지만, 옛날에 기우제를 지낸 명당이기도 하다. 한편 곰신을 받드는 웅신당(熊神堂)이 있어서, 곰살뫼, 또는 용문산 등으로 불렀다. 마루금은 식생이 좋아 면발처럼 쫄깃한 맛이나, 정상부는 좀 답답한 편이다. 바로 밑 산만 보지 말고, 한발 뒤 물러나서 능선과 골짜기 전체를 관망하는 게 좋다. 2012. 5.12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웅이산’(熊耳山, 곰귀 뫼)으로 확정 고시했다. 2015.5.21 상주시 공성면(면장 황도섭)에서, 오석(烏石)으로 만든 표석(標石)을 세웠다.
* 국수봉은 결코 혐오스런 이름이 아닌데도, 느닷없이 바꾸었다. 조상들이 잘 지어놓은 내력 있는, 산명을 왜 함부로 바꾸는지 알 수 없다. 먹는 국수를 연상하다보니, 품위를 고려해 그리 하지 않았나 싶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90면.
133. 백학은 오지 않아
대간에 솔숲 많아 굴뚝새 즐겨 찾나
똥으로 회칠하든 백학이 오지 않자
산처녀 우울증 걸려 쌓인 낙엽 걷어차
* 백학산(白鶴山 615m); 경북 상주, 백두대간. 예전에 학이 많이 찾아와 붙인 산 이름인데, 요즈음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식물의 천이(遷移)로 침엽수계(針葉樹系)인 소나무는 점점 사라지고, 활엽수계인 참나무 낙엽만 수북이 쌓여간다. 아래 효곡리 왕실마을은 백학이 알을 품어 감싼 이른바, 포란지세(包卵之勢) 형상이라, 이 산명이 유래되었다 한다. 北東으로 계류가 발원, 내서면을 경유 北川이 되어 낙동강에 유입된다.
* ‘결국 자연이란 쪽마다 중요한 얘기를 담아서 건네주는 유일한 책이라 하겠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1832). 2005년 7월 제429호 월간 《산》에서 발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205면.
134. 사이좋은 형제
이백 보 떨어지고 모습이 조금 달라
인물은 어금버금 사이도 썩 좋으니
핏줄을 나눈 두 바위 아옹다옹 않지오
* 형제봉(兄弟峰 861.3 m); 전남 광양, 전북 구례. 호남정맥. 다정한 두 암봉이 약 150m 간격으로 나란히 있다. 둘 다 조망이 좋은 곳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43면.
135. 갓 걸고 춤춰
온 산에 물든 신록 마당재 한 마장쯤
세 봉은 옹기종기 한량무(閑良舞) 춘 남도 선비
말총갓 걸어놓으니 맑은 산빛 더 고와
* 갓거리봉(688m); 전남 광양 순천, 호남정맥. ‘갓꼬리봉’이라 한다. 꼬리나 ‘걸이’나,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무방하다. 세 개의 봉우리가 연달아 있어 마치 갓의 꼬리처럼 보인다. 서로 춤사위를 벌리는 모습인데, 신록이 바람에 흔들려 더 보기 좋다. 현지인들은 오히려 갓을 걸어두는 산으로 본다. 야생화와 운해도 괜찮다.
* 한량무(閑良舞); 이 춤은 1979.5.2 경상남도 시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진주관아의 행사 때 여흥으로 추어진 것으로 일종의 풍자춤극이다. 한량(閑良)이란 벼슬 못한 호반(虎班)의 이름으로, 풍류를 알고 호협한 사나이의 별칭이다. 내용은 한량과 별감(別監)이 기생(妓生)을 데리고 즐겁게 노는 자리에 승려가 나타나, 이를 보고 기생에게 혹하여 멋진 춤으로 환심을 사니, 기생은 마침내, 두 사람을 배반하고 승려에게로 가는 남녀관계를 그린 춤이다. 그 뒤 광무대(光武臺)·연흥사(延興社)와 가설무대에서 성행하였다.(위키 백과)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57면.
136. 포용한 청산
산이름 요상토다 소머리 닮았는데
암반 위 쌓인 돌탑 산인(山人) 하나 못 품어도
청산은 세상만물을 포용한다 이르네
* 윤지미산(538m); 경북 상주 화서, 백두대간. 산 이름이 특이한데, 정상에는 돌무지(케른)이 있다. 원래는 소머리산(牛頭)이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편 윤집궐중(允執厥中)에서 유래되었다. 중(中)을 잡으라 함은 인심(仁心)과 도심(道心)의 관계를 정밀하게 살펴서 한결같이 도심을 지켜 ‘진실하게 중도(中道)를 지킨다’는 말이다. 줄여 윤중(允中)이라 한다. 사족(蛇足)이긴 하지만, 학식 높은 상주(尙州) 사람들의 자긍심을, 산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주석 수정)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50면.
137. 봉황은 청렴
벽산은 날개 펴고 죽실(竹實)을 찾는다만
배고픈 산쟁이는 행동식(行動食)만 꾸역꾸역
봉황은 굶을지언정 좁쌀 따윈 안 먹어
* 봉황산(鳳凰山 740.8m); 경북 상주 화서, 백두대간. 봉황이 날개를 편 형국으로 조망이 뛰어나다. 산 밑에 이 새가 좋아하는 대밭골(竹田, 필자의 호)마을이 있다. 인근의 천택산, 팔음산, 백화산, 주행봉 등이 모두 이 산에서 뻗어 내렸고, 넓은 들판은 중화지구대(中和地溝帶)에 속한다.
* 봉황은 청렴한 새라 오동나무에 깃들고, 대나무열매(竹實)만 먹는다. 아무리 배가고파도 좁쌀은 쪼지 않음. 기불탁속(飢不啄粟).
* 양금택목(良禽擇木); 훌륭한 새는(자기가 둥지를 틀) 나무를 고른다. 즉, 현명한 사람은 훌륭한 군주를 가려서 섬김.(춘추좌씨전)
* 행동식은 막영 또는 취사를 하지 않고, 운행하면서 간편하게 먹는 음식을 말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267(223면). 202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138. 형제는 잘 둬야
못제는 산상 늪지 마루금 진주로고
두 암봉 오순도순 할배바위 흐뭇하니
형제는 잘 두면 보배 잘못 두면 원수지
* 형제봉(兄弟峰 832m): 충북 보은, 경북 상주, 백두대간. 두 봉우리(803봉)가 가까이 있다. 비재(비조령)에서 510봉 지나면 남한 쪽 대간에서 유일한 천연습지 못제(천지)가 나타난다. 길은 가파르지만 조망이 좋다. 정상 밑 가지능선에 ‘할배바위’가 근사한데,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다녀오면 일거양득이다. 갈령 삼거리(710m)에서는 길을 잃지 않도록, 독도(讀圖)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피앗재에서 서쪽 만수동으로 하산했다. 이 동네는 정감록(鄭鑑錄)에서 지명한, 속리산 천황봉 밑 제5승지(勝地)다. 天皇峰下 五勝地 正在明堂 牛腹洞.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42면.
139. 잠든 오성(五聖)
숨 헉헉 급사면은 산죽이 발을 걸고
부부송(夫婦松) 고적한데 산불 잡는 만리경(萬里鏡)
오성(五聖)은 보이지 않고 조망(眺望) 새가 훨훨 나
* 오성산(五聖山 606.2m); 전남 승주, 호남정맥. 정상에 소나무 두 그루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전망은 일망무제이다. 정상석은 ‘오성산 깃대봉 608m’로 표기했다. 주암면 ‘두모마을’ 뒤에 있는 산으로 '다섯 명의 성인(聖人)이 무예를 연마하였다' 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형제바위, 성인이 공부하였다는 공부굴, 상제가 빠져 죽었다는 ‘사제굴’이 있으며, 중턱에는 절터가 있다. 남쪽으로 30분 거리에 제22번 국도와 호남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접치’(蝶峙)가 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23면.
140. 호각 부는 산
명폭에 혼이 뺏겨 이음길 놓칠세라
써리봉 지나거다 서쪽으로 비튼 다음
천왕(天王)과 하봉(下峰) 중간에 호각 부는 여순검(女巡檢)
* 지리산 중봉(中峰 1,875m); 경남 산청 함양.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1,915m)과 하봉(下峰, 소년대 1,781m)사이에 있다. 주봉에서 북릉을 따라 40분 거리다. 유평리 대원사에서 화엄사까지 가는 대종주 때, 써리봉(1,642m)을 지나 중봉을 거쳐 천왕봉을 올랐다. 명소인 무재(제)치기폭포(표고 약 1,200m)에서 절경에 취해 갈 길을 잊고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있으니, 중봉이 호루라기를 분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8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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