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안동이란 곳은 아주 독특한 곳입니다. 21세기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움직여지는 최첨단 시대에 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처하며 양반문화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를 관통한 유학(교)의 본거지, 영남 유림의 정신적 지주인 퇴계 이황을 모신 도산서원 등 유수의 서원이 있을 뿐 아니라 안동권씨, 안동김씨, 풍산류씨 등 권문세족의 문화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특히 하회마을은 풍산류씨 세거지로 아직도 유교 유학의 기풍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역사적 문화적 자산으로 1984년 국가지정문화재로는 최초로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됩니다.
이런 조용한 안동이 들썩입니다. 9월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렸기 때문이죠. 올해로 16번째,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꿈꾸는 세상, 영웅의 탄생”으로 다양한 주제의 탈춤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탈 문화를 볼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의 자부심
양반문화의 원형이라는 안동에서 하층민의 놀이인 탈춤축제가 벌어집니다. 세상이 뒤바낀 것도 아니지만 약간은 기묘하기도 합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간단히 하회탈춤은 하회마을 ‘아래 것’들이 양반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내용입니다. 그 옛날 머슴이나 천민들이 자신의 주인이나 양반들에게 억눌린 것을 ‘탈’을 뒤집어쓰고 풍자 조롱한 것이죠. 양반마을에서 양반을 조롱한 탈놀이가 국제페스티벌로 안동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축제가 된 것은 어찌보면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탈춤페스티벌 전야제 행사
안동에 간 김에 하회마을에서 탈놀이를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강신, 무동, 주지, 살생, 살림살이, 파계승, 양반선비, 허천거리굿, 혼례, 신방 등의 순서로 이뤄진 가면극에서 탈꾼은 양반 선비를 비꼬기도 하고 권선징악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며 신분사회의 억눌림을 풀어내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유교문화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에 오히려 하회마을에서는 민중 문화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꽃을 피운 셈이죠.
그런데 탈놀이를 가까이에서 보니 상민들이 양반문화를 풍자만 한 것이 아니더군요. 풍자와 조롱만 했다면 그 오랜 기간 탈놀이가 전승 유지될 수 없었죠. 오히려 탈놀이를 통해 한 마을에 사는 양반들과 상민들의 문화는 결코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마을공동체의 문화로 자리잡아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놀이는 단순한 민중들의 지배층 양반에 대한 풍자와 조롱만 이뤄진 것이 아닌 해원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탈춤에 문외한이지만 탈놀이, 탈춤 등은 어찌보면 제의(祭儀)이자 해원(解寃)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양반들도 어쩌다 한번 마을에서 상민들이 자신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을 그냥 지나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양반이라는 신분에 속박된 삶에서 일탈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탈놀이에 보면 의외의 장면이 나옵니다. 같은 유식계급, 양반과 힘없는 선비가 나와 대립하죠. 양반과 선비의 드잡이질에서는 어쩌면 극소수 양반세가를 뺀 나머지 양반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위선과 위악에 가득찬 양반에게 선비는 고차원적으로 풍자합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탈놀이는 어찌보면 일탈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양반문화의 원형인 하회마을에서 역설적으로 상민의 탈놀이가 만들어지고 전승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애 류성룡의 충효당. 유교이데올로기인 충효를 종지로 삼은 서애 종택
탈놀이를 보고 하회마을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잠시 시계가 조선시대로 되돌아 간 것 같은 착각처럼 하회마을 풍경은 여전히 전근대, 조선시대에 머문 것처럼 보입니다. 워낙 풍산류씨, 특히 임진왜란을 수습하고 승리로 이끈 서애 류성룡 고택 충효당, 유성룡의 형인 류운룡의 양진당의 존재로 인해 마을 전체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회마을은 양반문화를 보여줍니다. 조선이라는 국가체제를 기능하게한 양반 사대부 문화의 전형이 나옵니다. 조선이 근대화에 실패,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바람에 유학 유교 양반문화는 많이 평가절하되었고, 어쩌면 봉건잔재로 폄훼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꾸로보면 조선왕조 600년을 지탱한 사회구성 시스템의 역할을 수행했고 나름 순기능도 인정받았습니다. 하회마을의 존재는 그런 양반 사대부 문화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죠.
짧은 기간 안동을 주마간산 하듯이 지나가보고 안동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안동의 대표적인 하회마을과 그 안에서 잉태 전승되어온 탈놀이 등은 과거와 현재의 대립 아닌 화해의 마당이었고, 어쩌면 미래를 보여주는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속살을 드러내놓고 풍자와 조롱을 통해 어울림속에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 탈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양반 사대부문화의 원류인 안동이 더 빛날 수 있고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민중문화인 탈놀이와 함께 한 지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짧은 안동 방문 기간, 하회마을에서 본 탈놀이는 안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축제의 한마당이 된 것입니다.
다만, 가을을 재촉하는 궂은 비로 도산, 병산서원을 못갔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 청명한 날 안동에 다시 가고 싶네요.
무대 안팍의 다채로운 전야제 행사
잉카문명의 후예가 전야제 한켠에서 전통 원주민 곡을 연주하고 있다.
안동 특산물 와송
안동 종가집 전통밥상이라고 해서 먹었는데.....맛이 없네요.
제사상에 오른 꽃돼지...
요즘 신세대 무당인가 봅니다.
무동마당 : 무동을 탄 각시, 각시탈은 성황님의 현신으로 각시가 수시로 걸립을 하는 것은 성황님에게 공물을 받팀으로 덕과 복을 누리는 신성의 기원이다. 각시는 성황신의 대역으로 신은 땅을 밟아서도 안되며 항상 사람위에 있어야 함으로 무동을 탄다.
백정의 등장
백정이 본능적으로 소를 때려 눕혀 염통과 우랑(소불알)을 떼어내 관중을 향해 해학적인 말로 희롱을 하며 성에 대해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지배층의 권위의식을 풍자함으로써 성에 대한 일상의 금기로부터 해방을 통하여 성에 대한 일상의 금기로부터 해방을 통하여 관중의 웃음을 유도하여 공감을 느끼게 한다.
할미마당
15살에 청상과부가 되어 한평생 궁핍한 생활을 살아온 신세타령을 베틀가로 읊는다.
부네의 등장
파계승
부네가 갑자기 오줌 눌 자리를 찾아 소변을 보는 것을 길이 가던 중이 보고 욕정을 참지 못해 부네와 어울려 춤을 추며 놀다 들키고 만다. 인간이 본능적 갈등을 풍자하고 있으며 당시 승려들의 타락상을 엿볼 수 있다.
요즘 들어서는 중마당과 양반선비마당 사이에 ‘이매넋두리’라고 해서 이매와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벌이는 놀이판이 점점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는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는 사회와 발맞추어 탈춤 역시 적응해나가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매가 국내외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여 한바탕 놀고 있다.
양반선비 등장
공연 후 탈을 벗고
탈을 벗으니 더 강렬한 파계승 포스~
마무리 공연
가을 깊어가는 하회마을 초입
왜 망사를 씌였는지 모르겟네요.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보는 높이 64m 부용대 풍경
가장 전통적인 하횜마을 해설사가 휴대폰 번호 및 QR코드를 이용해서 홍보하는 것이 이채롭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온 느낌
전형적인 양반 가옥
카메라를 들이대자 자연스레 장죽을 문 포즈를 취해주는 하회마을 촌로
전통복장의 하회마을 원로들
담 안에 또 다른 담. 부녀자들의 모습을 가리기 위한 것.
골목길 풍경
하회마을 내 보호수. 종이에 소원을 비는 내용을 쓰고 보호수에 부치고 있다.
입암고택, 류운룡의 양진당
서애 류성룡의 충효당
서애 류성룡 충효당 내 영모각 앞의 고목
고풍스러운 풍경
간고등어 백반
임형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장
비가 오는 바람에 도산, 병산서원 못가고 도산서원 옆 선비수련원 방문. 21세기 선비정신이 왜 필요한지 선비정신 함양기관
선비풍의 단아한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이곳 한국국학진흥원장도 겸직. 김 이사장은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거친 전통 경제 관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