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쩍 이맘때면 새벽이슬 맺힌 풀잎을 밟으며 땡감을 줏으러갔다.
김씨정자 사잇길 송기댁 뒷또랑은 언제나 푸짐했다.
탱자나무 위에 떨어진 굵어보이는 감을 못줏어 안달했다.
흰 런닝구(난닝구) 배앞에 뽈록히 줏어넣어 왔다.
런닝에 감물이 배어 다갈색 얼룩은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맨날천날 꾸지람을 듣고서도 감줏어 삭히기는 일상이었다.
작은 옹기에 넣어 소금을 좀넣고 하루쯤 지나면
언제 떨감 이었냐듯 그맛은 일품이었다.
요즘아이들같으면 먹지도 않을것을 그때는 정말 맛있었다.
아침에 줏어다 단지에 넣고 삭을때를 기다리지못하고
그걸 먹고싶어 자주깨물어보았다.
그러다가 형에게 뒤통수도 많이도 맞았지만 떨떠름한 그맛이 그립다.
감에 얽힌 동문님들의 재미난 추억을 듣고 싶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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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의 답글]
감나무는 정말 봄부터 그 이듬해의 봄까지 먹을 것을 주는 우리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흔하면서도 귀한 나무였지.....!
감나무는 우리때의 아이들을 맥여 살리는 젖줄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우리들의 어릴때는 항상 먹어도먹어도 배가고파 걸렁거리며 먹을 것 찾아서
조전머리 끄는 강아지처럼 돌아 다녔지 봄날 들에는 뺄기가 있고 산에는
찔래와 송기가 있었지만 그런것들은 먹어도 감질맛만 나고 배부른것 하고는
관계가 없었는데 그러나 감꽃은 달랐다
우리 어릴때의 감은(?) 납딱감 단감 찰감 도오감 정도가 있었는데...
납딱감 (뜨베이감)은 감꽃이 큰 반면에 맛은 좀 떫었지만 그래도
푸짐한 맛에 배불리 먹을수도 있고 심지어는 많이 주워서 밀가루나 쌀가루를
넣고 감꽃버물리도 해먹으면 정말 맛이 좋았다
그밖에 나머지감은 모두가 꽃이 아주 작은 반면에 맛은 달어서 많이 주워서
한 뀐데기(짚회기를 추려서 끝을 묶고 감꽃을 뀌워서 모은는)가득 한참에 먹으면
배부름도 느낄수가 있어서 좋았다
내가 어릴때는 뀐데기를 20개식 해서 단니면서 먹기도 하면서 목걸이도해서 단니기도 했다
그리고 보리 벨때나 모내기철에 점심이나 세참을 내갈때면 고추장이나 된장 그리고 국물없는 간단한 음식은 감잎에 싸서 내감으로해서 부피와 무게를 줄임으로 해서도 좋았지만
내 기억에는 감잎에 싼 고추장이 종바리에 담은 고추장 보다 훨 맛이 좋았던걸로 기억 된다
그리고 모내기가 끝나고 얼마되지않으면 아이들은 벌써 풋감을 주워다가 작은 단지에
삭혀놓고 한여름 그 긴긴해에 멱감고 돌아와 배고파 기진맥진 할때 그 풋감 삭혀놓은 것이 없었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렇게 한여름이 지나고 이맘때가 되면 단감은 벌써 떫은맛이 없어지고 납딱감은 붉으스레
빠물레기(홍시가 좀 덜된것)가 보이기 시작하면 감나무 밑에 떨어지는 감이 굵기도 하지만
가끔씩 그냥 먹어도 되는 홍씨가 있으면 홍재 하는 기쁨도 있다
이때쯤이면 아부지는 감조래기(홍씨따는 기구)를 만들어 긴 장대에 달아서 감나무 밑에 놓아두기도 한다 이때부터는 감으로 배불릴수도 있어서 여름에 빠져나간 기력과 영양을 감으로라도 보충 할수도 있는데 이때 감을 너무 많이 먹으면 똥 누는데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을 때이기도 하다
늦가을이 되면 집집마다 감을 깍아서 처마 밑에 말리는데 이것이 바로 범보다 무섭다는
건씨(곶감)이다
이 곶감 말리는 과정은 적어도 한달이상 계속 되는걸로 아는데 집안 아이들은
워낙에 겁을 주고 닦달을 하는 통에 감히 손은 못되고 애만 태웠지만
가끔씩 동네 짖꿋은 청년들의 서리감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리 짖꿋은 청년들이라도
삭스리 하는법은 없이 그집에 제사 지내는 정도는 남겨두고 가져가곤 하였다
여기서 우리들의 서리 이야길 잠시 하자면 .....
때는 17-8세때쯤 그러니깐 24-5년전쯤에 그날도 동수집에 모여 놀다가
한창 나이에 배는 고프고 출출한김에 먹고내기 뻥을 쳐서 지는사람 몇몇이
토끼나 닭 아무턴 먹을 것을 서리 해 오기로 했는데 그때 진사람 몇몇이
(누구? 누구? 인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걸려서
아무리 돌아 단녀봐도 닭이나 토끼등은 없고 마지막에 거리말에
혼자 싸는 점치는 아지매 집에 꼬감(곶감) 이 있어서 그것을 몇줄 걷어와서
맛있게 먹으면서 내일 아침에 점을 치면 우리들이라는 것을 밝혀낸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이튼날이 되니깐 고양이양밥((크게 저주하여 해롭게 한다는
주술적인 의식)을 하여 꽂감 가져간 놈들
손발을 다 섞어가게 만든다는 서슬 퍼런 소문 땜에 한동안 겁을먹고
좌중하고 저녁에 놀러도 안간적이 있었다
첫댓글 아득한 어린시절 감꽃을 주어 실에꿰어 목에 걸고 다니던 내 유년시절이 그리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
집집마다 한그루 이상씩은 가지고 있든 감나무 감꽃을 줏어먹고 목걸이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떨감은 소금물에 담가서 삭혀도 먹고 ...... 무진장님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어릴적 고향집에서 뛰어놀고 있네요
감나무는 참으로 많은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정겨움이 있는 듯해요 감꽃 목걸이 ..^^ 삭힌 감 달작 짭자름한 그맛이 새롭구요 감꽃 핀 풍경을 그려봅니다 울 외갓집에 감나무가 무진장 많았답니다 무진장님 ㅎㅎ 감사히 읽었습니다
ㅎㅎ 우린감 익기도 전에 베어보고 떫으면 도로 담가 놓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