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 7월 7일, 영화 ‘더플랜’의 검증을 내세운 소위 ‘노플랜’ 방송에서 18대 대선 개표가 정상적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자 명백한 ‘개표부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슬쩍 뺐다. 18대 대선 안양시만안구 선관위와 대구 서구선관위 개표 영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그 영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서 말해 보고자 한다.
뉴스타파는 2015년 9월 22일, “끝없는 부정개표 의혹…선관위가 자초” (http://newstapa.org/28900)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 방송은 18대 대선 당시 개표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당시 선관위가 촬영한 영상들을 편집해 보여준다. 뉴스타파가 이 리포트에서 다룬 ‘18대 대선 개표 영상’은 정병진(18대 대선부정선거진상규명목회자모임)이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을 거쳐 어렵싸리 확보한 거였다. 그는 이 영상에서 개표 절차에 어긋난 내용을 동료들과 분석한 뒤, 그 자료와 해당 영상을 뉴스타파에 제보하였다. 이후 뉴스타파는 넉 달 가량의 확인 취재를 거쳐 13분 분량의 리포트를 방송하였다.
18대 대선 당시 중앙선관위는 “개표소 질서 및 안전강화를 위한 비디오 카메라 설치 운용”하라고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을 통해 전국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에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각 지역 선관위는 대선 개표 때에 고정식과 이동식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 운용해 “개표진행 전반에 대하여 비디오를 촬영, 질서문란 행위 대처 및 향후 각종 사건・ 사고의 증거자료로 활용”하게 돼 있다.
그런데 정병진이 2015년 1월 7일에 전남 7곳의 18대 대선 개표영상을 정보공개청구하자 선관위는 ‘개인사생활 침해’ 이유를 내세워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영상에 선관위 직원의 얼굴과 이름이 다 나오기에 사생활 침해가 된다는 거였다. 대선 개표 작업은 엄연히 공무에 해당함도 선관위는 사생활을 핑계로 영상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행정심판 청구 등 우여곡절 끝에 ‘대선 개표영상을 공개하라’는 인용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전국 선관위 중에서 대선 개표영상을 공개한 위원회는 28곳에 불과하였다. 나머지는 모두 이미 폐기, 유실하여 영상이 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대선 개표 영상을 공개한 선관위들마저 전체 영상을 보유한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선관위가 공개한 영상은 멀리서 촬영하여 개표 과정을 제대로 살펴보기 힘들거나 정리부만 촬영한 영상, 또는 개표의 일부 시간대만을 찍은 영상이었다.
전체 250곳 선관위 중에서 28곳, 아쉬움도 많은 영상이지만 그것을 천천히 살펴보는 동안 18대 대선 개표가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었는지 금세 드러났다. 특히 경기 안양시 만안구와 대구 서구의 CCTV 영상에는 심사집계부의 개표사무원이 시종일관 투표지 검표 작업을 생략하는 장면이 보였다. 투표지분류기 운영부에서 투표지 바구니가 심사집계부로 넘어오자 그곳 개표사무원은 이 바구니에 담긴 투표지 다발을 검표하는 작업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계수기에 집어넣어 몇 매인지 수를 세기만 하였다.
18대 대선 당시에 선관위가 개표장에서 쓰던 ‘계수기’는 1분당 천여 매 이상 투표지를 세는 기계라 19대 대선의 ‘투표지심사계수기’와는 기능과 성격이 다르다. 18대 대선 개표 때 심사집계부의 개표사무원들은 투표지분류기가 정상적으로 분류한 표이든 미분류표한 표이든 모두 2~3번씩 검표 한 뒤 계수기로 그 매수를 세워 100매 묶음씩 밴딩하게 돼 있었다.
그런데 경기 안양 만안구와 대구 서구의 18대 대선 개표 당시, 심사집계부가 절차를 어기고 검표 작업을 생략하였음이 개표영상으로 드러났다.
▲ 18대 대선 대구서구 개표장면: 개표사무원이 투표지를 곧장 계수기에 넣는 장면
▲ 안양시만안구 18대 대선 개표장면: 검표 생략하고 계수기만 사용하는 개표사무원
뉴스타파는 “끝없는 부정개표 의혹…선관위가 자초”에서 이 장면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런데 ‘노플랜’에서는 안양시 만안구와 대구서구의 개표장면을 담은 영상(https://youtu.be/ZHkTw5PbVH4)은 뺀 채 ‘휘리릭’개표(날림개표)하는 일부 선관위의 개표 장면만을 보여주며 18대 대선 ‘개표가 부실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당시 개표 영상을 보면 정상적으로 꼼꼼히 개표하는 장면들도 적지 않다”며 물타기를 한다. 뉴스타파의 설명은 사실일까? 아니다. 뉴스타파는 교묘히 시청자들의 눈속임을 하였다.
뉴스타파가 ‘노플랜’에서 ‘정상적으로 개표하는 장면’이라며 내보낸 18대 대선 개표영상 장면은 ‘미분류표’를 분류하는 모습이다. 분류표를 검표하는 장면이 아니다. 18대 대선뿐 아니라, 그 어떤 공직선거 개표에서도 심사집계부와 검열위원들이 미분류표의 검표는 나름 꼼꼼히 하는 편이다. 이는 개표 절차를 아는 사람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에 속한다.
‘미분류표’는 투표지분류기가 판독에 실패해 쏟아낸 표이므로 아직 분류가 안 된 상태다. 심사집계부의 개표사무원들이 미분류표 바구니를 건네 받으면 누구에게 기표하였는지 한 장 한 장씩 분류 작업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한데 그런 장면을 두고 선관위가 개표를 제대로 한 것처럼 보도하는 걸 보면 뉴스타파가 개표 절차에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다.
심사집계부 개표사무원들이 분류표의 검표는 생략하고 미분류표만 꼼꼼히 살펴보았다고 해서 개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면 큰 착각이다. 현행 선거법상 ‘투표지분류기’는 ‘개표의 보조수단’에 불과하다. 모든 개표는 수작업으로 검표하게 돼 있다. 심사집계부가 미분류표만 분류하고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한 표를 검표 안했다면, 그건 개표 절차 위반이자 개표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한 ‘분류표’ 속에 ‘혼표’(섞인 표)가 들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심사집계부 단계의 검표 작업이 매우 중요한 거다. 뉴스타파는 이런 중대한 사실을 간과/외면하였다.
18대 대선 개표에서 ‘안양만안구’와 ‘대구 서구’ 선관위의 개표는 ‘부정개표’가 틀림없다. 이는 개표영상으로 충분히 확인 가능한 사실이고, 해당 선관위도 절차를 생략한 개표가 진행됐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긴 증거 영상이 있으니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두 선관위의 개표사무원이 개표 절차를 생략한 채 개표를 진행한 사실은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선관위원장과 사무국장, 관리계장 등은 개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관리, 감독해야하는 역할이 있다. 그럼에도 해당 선관위 간부들은 개표사무원이 시종일관 개표 절차를 생략하는 부정개표를 하는데도 줄곧 방치하였다.
이 같은 부정개표는 개표사무원 한두 명의 단순한 잘못이나 실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안양만안구와 대구서구 선관위의 18대 대선 개표 영상은 ‘부정개표’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다. 그럼에도 뉴스타파는 ‘노플랜’에서 이 핵심 영상을 배제한 채 ‘휘리릭 개표’ 장면만을 짤막히 내보냈고 여태 ‘부실 개표’라 주장한다.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