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차이점..+26+
태양이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몇 주전의 가볍게 따뜻하고 포근하
던 날씨와는 확연히 달랐다. 카류는 자신도 전쟁터에 가겠다고 자
신의 아빠, 오빠들에게 심지어는 딜티나 에르가에게까지 징징 댔
지만 좋다, 가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이유
인 즉, 그녀는 남아서 마법사 양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백번
옳은 말이기는 하나, 사실은 ‘전쟁터는 여자에게 위험해’라고 얄풋
숨겨진 그들의 의도를 눈치 못챌 카류가 아니었다. 내가 여자가
되고 싶어 여자가 됐어!라고 팔짝팔짝 뛰던 카류는 곧이어 뒤에서
은은히 느껴지는 언니♡들의 살기를 느끼고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지금 강습시간도 끝났겠다, 이번치분 공식정리도 끝났겠다, 덕분에
카류는 카야랑 자기 방에서 뒹구는 중이다.
“어이 카야카야, 나 남자로 되돌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그녀가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면서 말하자 그녀의 머리맡에 가만히
몸을 말고 있던 카야가 한 쪽 눈만 슬쩍 뜨더니 끼룩거리는 소리
대신 말을 했다. 살짝 깔린 아이의 목소리 였다.
“니가 어떻게 여자가 됬다고 했지?”
“아-, 그러니까 예전에 생명의 궁에 놀러갔을 때~”
“본론만 말해라.”
서론을 시작하려던 카류는 카야의 얄짤없는 반응에 투덜거리며 자
신의 비극적인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어떤 포션을 뒤집어 쓰고 이렇게 됐지.”
“어떤 포션이었나?”
“몰라, 마법사도 연구중이랬어. 고대 유적에서 발견했다고 한거
같은데?”
“무슨 색이었지?”
“글쎄-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꽤 투명했고- 에, 또 살짝 보랏빛이
났던가-. 좀 끈적거렸어.”
카야가 잠시 생각하는듯 눈을 두어번 깜박거리더니 말했다.
“…아, 그렇군. 그 마법의 부작용이군.”
“어? 카야, 무슨 마법인지 알어?!”
“이것은 지금은 멸망해버린 고대문명의 마법으로 본래는 성장촉
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인데 가끔 부작용을 일으켜 남녀의 성별을
바꾸는 경우가 일어났었다. 꽤 드문 작용이었지. 나중에 마법사 학
회에서 밝힌바에 의하면 먹는걸 뒤집어 쓰면 그 모양이 된다더군.”
그녀는 잠시 굳어 침묵해버렸다.
그렇다, 그리고 카류는 아주 놀랍게도 자신이 그토록 소망하던 근
육남성과 여자가 될 가능성에서 고작, 먹어야 되는걸 뒤집어 썼다는
이유만으로 여자가 되어버린 것이다.=_=; 우훗, 이게 어떻게 된 일
이라 생각하는가. 다 필자의 농간이요, 하늘의 뜻이..[벼락맞음]
“그..그럼 혹시 본래대로 되 돌아갈 방법이 있어?”
살짝 떨리는 카류의 목소리. 과연 이제 언니♡의 등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카류의 머릿 속엔 지금 그 것밖에 날아다니지 않고
있었다.[전쟁터는 이미 기억의 저편에]
잠시 카류를 쳐다보던 카야는 콧방귀를 뀐 뒤,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없다. 부작용 이라 하지 않았는가.”
크오오오오오-!!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 위를 폴짝폴짝 데굴데굴 구르는 카류를 보
며 카야는 다시 물었다.
“지금 생활도 상당히 만족하는 것 같던데, 왜 굳이 남자로 돌아
가고 싶어 하는 거지?”
“아-.”
그녀는 잠시 잊어버렸던 자신의 목적이 카야의 질문으로 다시 수
면 위로 떠 올랐다는 것을 느끼고는 데굴데굴 구르던 것을 멈췄다.
그녀의 표정은 희미하게 웃고있었지만 착 가라앉아있었다.
“루브오빠가 너무 힘들어보여. 남자라면 같이 싸우고 더 많이 도
와줄 수 있었을텐데….”
“과거를 듣자하니 남자였을때도 검술면에서 뛰어나다거나 하던건
없었던 것 같은….”
“아악! 말이 그렇다는 거지!”
“고작해야 단검 던지기 같은 것 따위로 전쟁터에서-.”
“카야!”
카류가 그녀를 잡으려고 팍 손을 내 뻗자 카야가 살짝 날아 올라
그녀의 손을 피했다. 이미 이마에 열 십자가 붉거진 카류는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드레스고 뭐고, 자신이 미르에게는 궁 안에서 뛰
지말라고 수백번도 더 당부했다는 사실도 잊은채 살살 약올리며
슬쩍 문 밖으로 사라지는 카야를 바라보며 벌떡 일어나 뛰어 쫓아
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이 녀석!”
“끼루루룩~.”
남들이 보기엔 그냥 끼룩 거리는 동물 소리였지만 카류의 귀에는
분명히 울렸다. ‘그렇게 느려터져서야 뭘 도와주냐’라고 말한 것이.
그녀는 눈을 희번뜩이며 투다다다 카야를 쫓았다. 언제나 어른스
럽고 명랑하고 아리따운 미소를 짓던 카류리드 공주의 또 다른 면
모. 하인들이 실망했냐고?
아니다, 카류는 역시 아스트라한의 딸내미, 그녀는 천성적으로 무
엇을 하든간에 페로몬을 내뿜었던 것이다. 하인들은 그녀의 건강
미와 자연미에 그들은 아예 상사병으로 앓아 누워버렸다.[푸하하
하]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27+
“젠장할”
전쟁 상황은 끔찍했다. 뭐, 최악이라고 말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으니까. 애당초 전쟁 준비를 해놓고 댐벼오는 카르틴을 태
자의 생일이네 어쩌네 하며 딩가딩가 놀던 아르윈이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나마 잘난 인재들이[그게 나 아니겠냐!/에르가][입
좀 닥쳐 주지 않겠어?/엘] 나가서 열심히 베대거나 간혹 카류가
이 정도면 전쟁에서도 엔간해선 안 뒤져 버릴거라며 보내오는 마
법사들이 전세를 엇비슷하게나마 만들어주고 있었다.
“욕할 시간있으면 작전 회의나 좀 도와주지 그래?”
“딜티, 저 아메바한테 뭘 바라는 거냐. 그냥 구석에 쳐박혀 있는
쪽이 차라리….”
쁘아악!
제비꽃 한 송이가 방 저편으로 날아가버렸다. [제비꽃의 색상과
저 말투를 잘 조합하면 알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연약하디 약
한[...] 한 줄기 꽃송이는 그 뒤로 두 번다시 다시 피어나지 못
했...[투샤투샤;;]
“에르가 이 새꺄!! 이런 위급상황에 나 같은 우수인재를 죽여서
뭘 어쩌자는 거냐!”
“닥쳐라! 필기에서도 나보다 떨어졌던 주제에 누구보고 아메바라
는 거냐! 이 브라콤아!!”
“외우면 뭐하냐, 활용할 줄 알아야지! 이건 브라콤이 아니라 연.
장.자.공.경.이라는 거다! 이 무식아!!”
“어쭈? 댐비냐?!!”
…세미르는 과연 ‘연장자’라는 부분에서 가만히 테이블 저 편에 앉
아 애들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던 세스가 마음 속 깊이 상처 입었
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사이, 딜티는 잠시 한숨을 쉰 뒤, 조용히 고
개를 거두고 다시 테이블위에 어지러이 널려있는 전략지들을 몇
개 끄집어내다가 펼쳐놓으며 한마디 내 뱉었다.
“자, 저 쪽은 무시하고 계속하지요.”
“동감입니다, 딜트라엘경.”
제르카인이 처연하게 동의해줬다. ‘현재 전세가…’로 시작 된 딜티
의 말을 들으며 정말로 저편은 무시하고 진행되는 작전회의에, 장
막안의 사람들의 뒤통수에 굵은 땀줄기가 흐른 것이 머지않아 일
어난 일이었다.
“아아,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푸는
거라니까요.”
“허허허, 이거 참 굉장하군요, 공주님.”
“…할아버지, 이거 제가 11번째 풀어드리는 거라구요….”
생명의 궁에서도 사정은 피차일반이었다. 뭐 이 할아버지 진도가
조금 느린거고, 왠만한 마법사는 그래도 머리가 되니 많아야 3, 4
번만 풀어주면 놀랍네, 간편하네, 이 문자 참 신기하게 생겼네하면
서 슥슥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익숙해지려면 한참 걸리지만
말이다. 마법사들이 연구매니악인 것이 참 다행이라는게 카류가
새삼느낀거였다. 만일 마법사들이 게을러 터진 놈들이었으면 가르
치기도 결코 이렇게 쉽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어어이, 카류공주님, 이 공식은 잘 모르겠는데….”
“갑니다, 가요. 근데 여기서 저한테 반말 쓰는 사람은 하르몬선배
랑 아르스승님밖에 없다는거 자알 아시겠죠?”
하르몬이 저 편에서 모범학생의 기본자세를 지키고 손을 왼 손을
반쯤 들어올린 상태에서 오른손으론 계속 깃펜을 스각스각 놀리며
말했다. 노인 마법사에게 ‘이제 한 번 혼자 풀어보세요’라고 말한
카류는 곧 하르몬이 앉아있는 좌측 가운데 책상열로 가고 있었다.
물론 투덜투덜 거리면서 말이다.
-콰앙!!
순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마법사들의 엄청난
집중력은 와장창 깨져버리고 모두들 찡그린 표정내지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문가를 바라보았다. 벌써 6서클의 공식을 풀고있던 아르
할아버지 마저 집중에 방해 받았다는 듯, 말 그대로 팍 찡그린 표
정을 지으며 문 쪽으로 눈만 흘끔 흘렸다.
“여기가 카류리드공주가 있는 곳이냐?”
“이 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말을 지껄여 대는 것이냐!”
이젠 카류리드교의 간부 중 한 명이 되어버린 유넨이 이마에 굵은
십자가를 그려주며 벌떡 일어났다…가 좀 당황한 기색을 띄기 시
작했다.
살짝 주름진 손, 떠돌이인듯 결코 깨끗하지는 않은 로브, 손에 들
린 지팡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나잇살, 그리고…
“이 놈, 맨날 떠돌아다니다 왜 인제야 돌아온게냐!!”
아리따이 찰랑이는 핑크빛 머리카락.[커헉] 아르디예프는 손에 있
던 책을 책상 위에 쾅 내리찍고는 벌떡 일어났다.
“류스밀리온! 이번엔 무슨 일로 찾아온게야!”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28+
“류스밀리온! 네 놈은 뭐하러 온게야!”
“아르디예프, 너도 있었구만. 늙은 놈은 가만히 찌그러져 있어.
볼 일 있는 쪽은 전장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카류리드 공주 쪽이
라고.”
전장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라.. 확실히 마법서도 없이 매직애로우
를 펑펑써대는 마법사들이 그녀의 이름을 까발리지 않았을리가 없
다. 또한 카르틴이 천재양성소[...] 아르윈의 위력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4대 강국중 최약국이라 널리널리 인정되던 아르윈이
[물론 자기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준비도 없이 덜컥 일어난 이
전쟁에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요?”
“그래, 너말이다. 그냥 공주라고 부르는줄 알았더니 진짜 여자였
군.”
그럼 남자를 뭐하러 공주라고 부르겠습니까. 아무래도 남아우선사
상이 단단히도 박혀있는 사람인가 보다. 지금이 어느 시댄...중세
시대군.
하르몬을 가르치던 카류가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가자 류스밀리
온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진짜 작구만.”
빠각. 약간 숙여진 그녀의 이마에 불뚝 십자가가 돋았다. 류스밀리
온은 남자였을때부터 고민했던 그녀의 콤플렉스를 단번에 건드려버
린 것이다. 놀라운 눈매로다.
“작던 말던, 무슨상관 입니까. 아직 2년이나 더 클수 있다구
요.[여자는 18살까지 자라며 카류는 16세입니다] 저에게 볼 일
이 뭐지요?”
“니가 2년을 더 자라던 말던. 여하간, 네가 마법사들에게 새로
운 공식을 가르친다고 하는데.”
“…제가 맞습니다만.”
“그래도 공식을 가르친다기에 엄청 늙은 깐깐한 할망구인줄 알
고 각오했더니 시퍼런 꼬마일줄이야…….”
빠지직- 시뻘건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다. 뭐 생긴 것은 그녀만이
아니지만 말이다.
‘엄.청.늙.은. 깐.깐.한. 할.망.구.’ 그 한 글자 한 글자가 그녀의 가
녀린 마음에 쿡쿡 쑤셔박혔다. 10대의 여린 소녀[...]에게 그 무시
무시한 말이 얼마나 커다란 상처로 박혔겠는가.
공식 얘기가 나왔으니 왠만한 사람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도 성격
은 저모양이지만 그래도 마법사라고, 공부 중독자였던 것이다.
“이거 참, 아무래도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닌걸요?”
카류가 팔짱을 끼고 빈정거리자 아르디예프가 카류에게 다가와 어
깨를 토닥이며 속삭였다.
“카류야, 저 놈이 입은 재수없고 성격은 싸가지가 없어도 아군
으로 받아들일만한 놈이다. 그래, 저렇게 입도 더럽게 걸죽한 놈
이지만 말이다.”
“아르 할아버지?”
“내 말을 믿어라. 일단 받아들이면 후회는 않을테지.”
아르디예프를 잠깐 쳐다본 카류는 류스밀리온을 잠깐동안 지긋이
쳐다보다가 어깨에 앉아있는 카야를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그에
게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일단은 제 공식에 관심이 있으시다 이거군요?”
“요점만 말하자면 그거지.”
“그치만 말입니다. …저는 아무 학생이나 받질 않아서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류스밀리온. 순간 카류가 무슨 마법
의 주문이라도 영창하듯 힘껏 외쳤다.
“카야!”
“삐이이익-“
이젠 완전 카류용 마법기계가 되버린 카야가 그녀의 어깨를 박차
고 올라 류스밀리온에게 아이스애로우를 퍼부어댔다.
“이 자식이 무슨짓이냐!”
순간 그 늙은 육체[...]에도 불구하고 날다람쥐 도토리잡으러 날
듯 휘릭휘릭 뛰어오른 류스밀리온은 어느새 카류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멱살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카류는 고
개를 살짝 뒤로 뺌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나마 창창한 유넨과
하르몬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주제에 기사도란 말인가...
“아르 할아버지, 진짜네요? 마법사가 이렇게 빠른건 처음봐요.”
“그래서 내가 말 했잖느냐. 그나저나 저 용같은거 언제 한번 연
구해보고 싶은데.”
“그건 안돼요! 제 소중한 친구[애완동물]라구요. 그나저나, 저
정도면 기사라고 내놔도 안 죽을 거 같은데,”
멋대로 평론과 물품감정등을 내놓는 아르디예프와 카류를 보며[저
엽기사제..], 류스밀리온은 안그래도 다혈질인데 점점 끓는 화를
참을 수가 없어졌다.
“이 자식들이 누굴 멋대로 평가하는거야!!”
“설마 카르틴의 스파이로 이런 다혈질을 보냈진 않았겠죠?”
“그게 아닌건 확실하구나, 저 놈은 어떤나라고 얽매인적이 없으
니까 말이다.”
“야!!!”
얼굴이 벌겋게 변한 류스밀리온을 보며, 카류는 고개를 빙글 돌리
고 말했다.
“수식을 가르쳐 드리면 아르윈을 위해서 싸워주실겁니까?”
한편 전장,
피에 절어버린 땅은 넘쳐 흐르는 피를 게걸스럽게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마법사 양성을 한다 하더라도 준비되 지 않은 상태의 병사
들은 그 이상의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북부 국경이 심각하게 밀리고 있다는군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땅에 끌면서 딜티가 장막 안으로 들어왔
다. 투구를 벗자, 그 갈색의 머리카락 여기저기와 얼굴 군데군데에
도 피가 튀겨 있었다. 그의 눈빛은 어쩐지 처음과는 달라보였다.
딜티의 뒤를 이어 금발의 엘시온 따라들어왔다. 그 또한 피에 절
어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제 생각에는 남중부국경에 인재들이 너무 몰려있는 것 같습니
다만, 몇 명을 북부쪽으로 올려 보내는게 어떨까요?”
“현재 중앙쪽에 아이시스[게릭&일라트부자]경과 에스문드 백작,
아예즈공작, 바스라윈경과 함께 태자님께서 가 계시고, 남부국경
은 지금 보시다시피, 키예프왕자님, 후르부크백작, 주로 차기 가
주들과 마법사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지금은 상태가 좀 나아져서
이런 여유라도 나지, 처음엔 정말 장난 아니었지요. 그리고 나머
지 인물들은 북부국경에 있습니다만 그곳은 처음에 병사들이 그
렇게 심하게 몰려들질 않아….”
말하던 중에 문듯 생각난 듯, 이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못 믿겠
다는 듯 들고있는 서류를 보며 한참을 더듬더듬거리다가 피에 절
은 딜티를 바라보았다.
“…아르윈 왕궁은 어느 쪽에 위치하고 있지요?”
“뭔 소릴 하는거야, 왕궁은 중앙에서 조금 북쪽에…아!”
엘시온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다가 무언가 찔리기라도 한듯 짧게
비명을 질렀다. 피에절은 딜티가 장막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젠장할!!”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29+
이르나크 4대강국 중 아르윈과 카르틴사이의 전쟁이 시작된 지 벌
써 2,3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사태는 당연히 조금도 좋아지지
않고 있었고, 사상자는 늘어만 갔다. 그리고 당연히 피해자는 죄없
고 뭣 모르는 병사들 ‘뿐’이었다.
뭔말인고 하니, 왕궁들은 [재수없게도] 멀쩡하다 이 소리다.
“오빠아, 전장에 대려가줘어~.”
“또, 그 소리. 안 돼.”
“왜! 왜 안 되는데!”
“첫째, 너는 얌전히 남아서 수식을 정리해야하고. 둘째, 너는 무
력이 없어서 전장에 있으면 매우 위험해. 그리고….”
“첫째, 수식정리는 어제부로 끝났어! 둘째, 카야가 있잖아!”
“동물은 믿을게 못된다.”
“오빠!”
오늘부로 전장에 나가서 작전지휘를 맏게된 카이에게, 카류는 빙
글빙글 매달려서 조르고 또 조르는 중이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카
류의 깜찍하고 [우왁=ㅅ=스러운] 애교신공에 한없이 약한 카이도
오늘만은 만만치가 않았다.
동물은 믿을게 못 된다니. 원래 사람은 믿을게 못 된다 아냐?
“어쨌든, 절대 안 돼.”
“으흑.”
순간 우는소리에 멈칫하는 카이. 역시 그는 카류의 마수에서 벗어
날 수 없는 몸이란 말인가[핫핫].
“오빠, 데.려.가.줘.♡.”
나왔다, 하트마공[신공보다 더한 매력이 있는 마공..남자들에겐 결
코 좋지 않다/볼 때야 좋겠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배경엔 반짝반
짝 분홍빛 꽃바람을 흩날리며[?!]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머리
를 살짝 흩날리며 부탁하는 그녀[...]를 감히 누가 거절할 수 있으
리오.
…. 연습 참 많이 했나보다.
잠시 식은땀을 흘리며 카류를 바라보는 카이. 넘어갔다! 카류가
마음속으로 음흉이 웃고있던 순간, 푸른머리 청년에게 기적적으로
구원의 사자가 나타났으니….
“카류-! 이 언니♡들을 남겨놓고 어딜 가겠다는 거야!”
“…….”
아아. 모순이라. 이 품위있는[엽기적인] 누님들이 이런 순간 이렇
게 도움이 될줄, 감히 누가 예상했으랴.
염장샷으로, 카류에겐 다 된밥에 재뿌린 격이었다.
“그렇지만 말이지….”
결국 카이는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
던 카류의 마음은 얼마나 씁쓸하던지….[젠장, 갈 수 있었는데] 해
가 지고 달이 중천에 떠오를때까지 카류는 국경선이 있는 동쪽을
바라보며 데굴데굴 굴렀다.
루브때도 실패했고 키옌때도 실패했다. 에르가는 일치감치 떠나버
리고 딜티나 세미르때도 실패. 같이있던 세스케인이 칼을 자기 목
에 다 대며 절대 안된다고 했기 때문[...]. 유넨이랑 하르몬때도
실패. 유넨이 실제로 아이스 에로우를 생성해다가 가고있는 하르
몬의 뒤통수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놈]. 아르할아버지랑
류스밀리온씨 때도 실패. 감히 제자되는 주제인 류스밀리온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음. 히노선배는…될리가 있나. 가지도 않는
데. 게다가 무려 인재부족으로 디트경까지 갔을때도 멋지게 실패
해버렸다.
벌써 몇 번째 실패이더냐. 기왕 용의 힘을 얻은거 자신도 전장에
나가서 싸워주고 싶었거늘….[결국은 그거였다]
“우울해 보이는 군.”
카야가 말했다. 약간 끼룩거리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응, 다 가버리네. 내가 안아서 키운게 엊그제같은데….”
바로 식은땀을 흘려버린 카야의 마음을 과연 그녀는 알고있을까.
새파랗고 탱탱한 소녀의 입에서 저게 무슨 아줌마티 팍팍나는 소
리란 말이냐.
“왜 그렇게 가고싶어 하는거지?”
“나도 남자였으니까.”
“변명이군.”
“아아 이런, 들켜버렸잖아.”
침대 위에서 데굴거리던 카류가 상체를 일으키며 [‘읏챠-’] 침대
에 걸터 앉았다. 그녀의 눈은 마치 전장이 보이기라도 하듯, 동쪽
창 밖으로 가 있었다.
“혼자 남아있으니까 쓸쓸해. 차라리 위험하더라도 같이 가고 싶
어. 그런것따윈 상관 없으니까….”
“죽을 수도 있을텐데?”
“알면서 그러는 거야, 잊어버린거야?”
그녀가 카야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딴건 두렵지 않아.”
카류는 문득 펄럭펄럭한 드레스를 휙 벗어다가 바닥 저 구석에 던
지고…했다가 다시 주워왔다. 역시 그랬다간 후환이 두려운 모양
이다. 여하간; 그리고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번쩍번쩍한 드레스
들이 쌓여있는 가운데, 그녀는 용케도 약간 크다시피한 가죽가방
을 찾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뒤집어서 탈탈 흔들었다.
“…그 옷은….”
“빙고, 내가 카야를 만났을 때 입었던 옷이지. 드레스 같은 것
보다야 백배 편한게 여행용으론 딱이란 말야. 혹시 누구한테 들
키면 죽을 테니까 잘 숨겨놨지.”
활동을 최고 중시한 듯 살짝 붙는 긴 검정색의 가죽바지+가죽벨
트. 역시 별다른 장식없이 간편한 흰 색의 긴 소매 셔츠.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없는 건틀렛과 가벼운 중검. 완전 여행자용인 발목
을 감싸는 부츠. 그리고 위에 걸쳐입을만한 검정색의 쟈켓.
이 정도면 그냥 길가는 여검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칼과 건틀렛은 없었던거 같은데….”
“가방에 넣어놨을 뿐이야. 거의 쓸 줄 몰랐었으니까.”
“[지금도 못쓰는 주제에] 여하간, 그것들은 왜 꺼내 입는거지?
과거라도 회상하려는 건가?”
“카야, 오늘따라 눈치가 느리네.”
주섬주섬 옷을 다 갈아입은 카류는 침대쪽으로 다가가 그 아리땁
고 비싼 돈덩이[이불]를 반으로 쫘악 찢었다.[!!]
쫘악쫘악 찢어서 끝부분끼리 매듭지어 길게 연결했다. 아무리 아
르윈 왕성이라 하나 4층높이되는 파블료프왕립학교보다는 낮았다.
왜냐면 건축기술이 딸리니까[푸합] 그리고 카류의 방은 2층정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랑 비교하면 2.5층정도되는 높이였지만 그
리 부담되는 높이는 아니었다. 잘만하면 그냥 뛰어내려도 안 죽는
높이니..[머리가 무거워서 밑으로 가지 않는 이상]
카류는 다 이어진 이불을 만족스럽게 탕탕 잡아당기며 침대 한 모
서리에 묶었다. 이미 한 번 해본적 있는 일, 두 번 못하랴.
“우후훗, 카야. 그동안 왕궁에만 있기 참 지루했지?”
그림 같은 반달이 비치는 가운데 공주님의 두번째 세상구경이 시
작.[빠밤]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30+
삐릭삐릭삐릭.
풀벌레소리가 유난히 요란한 밤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반 달
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약간 어두웠다. 평소엔 찾아도 잘 안보이던
구름들은 내일 비라도 올건지 오늘따라 유난히 많았다.
바삭바스락-
“? 어이,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
“바람소린가 보지. 너무 신경써서 그런거 아냐?”
“그런가…. 뭔가 불안한데.”
여기는 북부 국경. 아르윈의 주요기지를 지키고 있던 문지기 두 사
람이 별 시시껄렁치도 않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어쩐지 평소보다
약간 긴장되는 날. 전쟁의 기운이 드디어 보초병만 섯던 나에게도
미친건가, 병사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거 고
참한테 말하면 그대로 기합일것을...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미친듯이 말을 몰며 달려오고 있었다. 남
자는 오면서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듯 했지만 거리도 있고,
요란하게 울리는 말발굽소리 때문에 좀체 잘 들리지 않았다.
말을 탄 남자가 말했다. 쉬지도 못하고 왔는지 그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젠장!! 문 열어!”
“멈추시오. 당신은 누구시오?”
“지금 시간이 없다고!! 빨랑 문 열어!”
“그전에 신분을 밝히셔야 하오. 카르틴의 첩자일지도 모르니까.”
문지기가 단호히 말하자 그는 화가난 듯 양 손을 불끈 쥐었다가 풀
고, 자신이 썼던 로브를 급하게 뒤로 제꼈다. 닦지도 못한 듯 여기
저기 엉켜있는 피가 그를 더 차가워 보이게 만들었다.
“난 딜트라엘 혼 트로이, 트로이 후작가의 차기후작이다. 한시가
급한상황이니 지금 당장 문 열고 경보를 울리도록.”
“예?”
병사 둘이 주춤주춤 뭔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벙하게 굴자, 발을
동동 구르던 딜티가 결국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릴 질러버렸다[에르
가를 닮아가는군].
“멍청아! 지금 카르틴 대군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단 말이다!!”
혼잡한 도시, 전쟁이 막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활기를 잃지
않은 시장. 왕궁이나 성 같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지만 시장에는 그와는 다른 활기라는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세요’라던가
‘싸게팝니다’등의 고함소리는 물론이고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나 길가
던 아이가 땡깡부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마을 주점안에서는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아
저씨들의 껄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술에 취했는지 나무탁자위에
올라가서 어깨동무를 하고 팔짝팔짝 춤추며 맥주잔을 부딪히는 이들
도 있었다. 흥겨운 박수소리며 발구르는 소리가 주점안을 채우고 있
었다. 주점마담은 사내들이란…이라며 한숨을 폭 내쉬었지만 고개를
내 젓는 와중에서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런 주점안에 한 손님이 들어왔다. 아저씨냄새가 폴폴 풍기는 주
점에선 보기힘든 여용병. 아니, 용병이라고는 부르기엔 심히 빈약해
보이는 여검사. 이미 시끌벅적한 가게안의 흥겨움에는 관심도 없다
는 듯이 그녀는 주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입고있던 후드를 뒤
집어 썼다. 그녀의 어깨에 가만히 앉아있던 빨간색 도마뱀 같은 것
이 탁자위로 끼릭거리며 내려 앉았다.
그녀가 그 도마뱀에게 외쳤다.
“워프 좀 써달라고!”
그녀가 지른 소리는 작은 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점안의 그
누구도 그녀를 뒤돌아 보지 않았다. 노래소리에 묻힌 것이 반, 그리
고 철없는 용병이라면 별볼일없는 마법사에게 알지도 못하면서 워프
를 써달라고 협박하는건 종종 있는 일 이었기 떄문이다.
가만히 앉아있던 도마뱀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쳐들더니 ‘끼
룩?’하고는 고개를 내렸다. 그게 일반인에게 보여진 장면이었다. 그
러나 그 도마뱀은 분명히 그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뭔 헛소리냐, 분명히 안됀다고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
“그러니까 이렇게 다시 말하는거 아냐. 좀 써줘, 한 번 써준다고
지치거나 죽는것도 아니잖아.”
[지치거나 죽는 문제가 아니다. 너는 지금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헛소리, 무리는 뭔 무리. 성으로 깔아뭉개도 안죽는 주제에.”
[……. 내 말은 지금 넌 계약 이상의 요구를 하고있다는 거다.]
그제서야 그녀의 어깨가 움찔했다. 무언가 기억난 듯이. 잠깐 한 숨
을 쉰 도마뱀은 다시 그녀를 향해 고개를 치켜세웠다.
[분명히 난 6서클까지 써주겠다고 말했을텐데.]
“그, 그렇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
[워프는 8서클의 마법이다. 새로운 공식이나 마법유동방법이 발견
되지 않는한 그건 변함이 없다. 8서클은 계약에 위반된다.]
남들이 보면 그녀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고 있는것으로 보
일 것이다. 좀 더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정신이상자이거나
자폐증이나, 다중인격같은거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다. 그러나 그녀는 그중 단 하나에도 속하지 않았다. 단지 친구들에
게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고 싶은 철부지 여자아이에 불과했던 것이
다. 뭐, 개인적으로 다중인격 가능성에 한ㅍ...;[퍽]
지방방송은 끄고, 그녀의 수십번의 애교와 수단방법 가리지 않은
부탁[협박]에도 불구하고 도마뱀은 태연하게 그 모든 것을 물리쳐
버렸다.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리라.
숙였던 고개를 들고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마뱀도 끼룩거
리면서 같이 날아올랐다. 평소처럼 그녀의 어깨에 착지한 도마뱀과
함께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 싼 보리맥주 하나 시키지 않은 채 혼잣
말만 하다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마담은 쓴맛을 다셨다. ‘돈
많아 보였는데….’ 하면서.
밖에는 임시로 말을 묶을수 있는 나무가 철봉같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중 자신이 타고 온 갈색 말의 갈기를 슥슥 쓰다듬으며 그녀는 매
여있는 고삐를 풀고는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도마뱀이 끼룩거렸다.
[근데 그 말은 어디서 가져온거지?]
“응?”
[밖에 나갔을 때 이미 준비되어 있었지 않았나.]
“아아…….”
아르윈 행정실을 향해 누군가가 급한 모습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결코 깨끗하지 못한 차림새에 말냄새를 풍기는 것이, 아마도 왕궁의
마구간지기인 것 같았다. 여튼, 자신의 차림새에는 신경도 쓰지않고
급하게 달려가는 것을 보니, 그에게 매우 급한 전달 사항이 있는 듯
했다.
벌컥 열린 문과함께 결코 좋지 못한 냄새가 풍겨옴을 느끼며, 행정
관은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으리라.
“무슨일인가?”
“나으리. 큰일났습니다요.”
“마구간에 불이나는 것 외에 날 큰일이 어디있다는 건가. 말 한필
훔쳐가는 것 정도야….”
“맞는 말씀이시지만 반은 틀리셨습니다요.”
행정관의 입술이 씰룩 비틀렸다.
“남아있던 명마중 제일 좋은녀석이 한 마리 사라졌습죠.”
“그런일 정도로 이 행정실에 그렇게 무지하게 들어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가!”
“아이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아니고 말고요!”
벌떡 일어나려는 행정관의 모습에 마구간 지기는 몸을 움츠리면서
외쳤다. 잠시 뒤 나온 말은 행정관이 그 화를 경악으로 바꾸어 천장
을 뚫고나가기 충분했다.
“발자국이 땅의 궁까지 연결되어 있었습죠.”
[그렇다면 왕궁에서도 눈치 챘을 것 아닌가?]
“뭐…그 정도야 있어줘야 여행이 스릴있지 않겠어?”
뭐 이런 애가 다 있냐는 도마뱀의 눈빛을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인간인 그녀가 파충류의 표정 따위 알게 뭔가. 그녀가 어깨를 으쓱
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나왔다는 걸 아는건 그 까탈스런 귀족들에겐
식은죽 먹기야. 굳이 숨길 필요없어.”
[그래도 조금 더 추격대를 늦추는게 나았을텐데. 카류리드]
“에 뭐,”
그녀가 씨익 웃었다. 상당히 무책임해 보이는 말을 조용히 내뱉으
며 그녀는 길가던 병사 하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상관없지 뭐.”
첫댓글 ㅇㅁㅇ 뜨아아아!! 카류가 또(!)일치르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