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88년 8월 4일 밤 9시 MBC 뉴스데스크에서 발생한 방송사고. 뉴스 도중 괴한이 난입해 자신의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소리친 사건이다.
2. 사건 과정
인트로와 방송사고 장면 사이/지하철 요금인상 소식[1]과 사과멘트 사이의 뉴스가 제외된 영상.[2] |
MBC 뉴스 영상
강성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4일 목요일 밤 MBC 뉴스데스크입니다.
요새 보면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아파트, 땅값 등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면서 인플레에 대한 불안 심리[3]가 확산되고 있읍니다.[4]
(중략)[5]
강성구: 서울시는 새로운 지하철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소창영: 귓속에 도청 장치가 들어있읍니다 여러분! 귓속에 도청 장치가 들어있읍니다!
저는 가리봉1동 136의 35번지[6][7] 사는 소창영이라고 합니다![8]
강성구: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당황하며)어... 뉴스 도중에 웬 낯선 사람이 들어와서 행패를 부렸읍니다마는...
소창영: (멀리서) 도청 장···!!!
강성구 앵커가 서울의 지하철 요금을 전면 인상한다는 뉴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새로운 지하철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이라고 말하는 순간, 뒤에서 나타난 남자가 방송실에 난입해서는 아래와 같이 발언하고 끌려나갔다.
소창영: 귓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읍니다! 여러분! 귓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읍니다! (끌려가면서) 저는 가리봉1동 136의 35번지에 사는 소창영이라고 합니다!
강성구 앵커는 이때 소창영의 난입에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가 끌려나간 뒤 바로 "아, 뉴스 도중에 웬 낯선 사람이 들어와 행패를 부렸읍니다마는..."이라며 침착하게 대처했는데, 바로 소창영의 "도청 장치..."라고 하는 괴성이 추가로 들렸으며, 이에 스태프들이 바로 뉴스를 내보냈다. 몇 분 뒤에 제대로 된 사과 멘트로 사태를 수습했다.
한편 소창영을 순식간에 세트 바닥으로 패대기쳐서 제압한 스태프들이 인상적이다. '퉁! 쾅!' 소리로 당시 패대기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본인 소개를 끝까지 했다.
그때 전하려던 뉴스는 다름아닌 現 JTBC 총괄 사장 손석희[9]가 기자 시절에 서울시 지하철 요금 인상 관련 내용을 보도하려던 뉴스다. 손석희는 이후 2015년 7월 13일에 JTBC 뉴스룸 2부 앵커 브리핑에서 이 사건을 인용하면서 국정원의 도청 장비 구입 의혹을 풍자했다.
3. 원인
물론 실제로 도청장치가 설치된 것은 아니고, 피해망상의 대표적인 유형으로서, 베리칩이 심어졌다는 음모론처럼 '감시공포증' 에 해당한다. 축구공을 귀에 맞아 고막파열로 이명 증상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꾸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니 내 귀에 뭔가가 설치되어 감시하고 있다는 망상이 심해진 끝에 저렇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망상에 빠지면 본성에 따라 폭력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는데[10] 다행히도 소창영은 앵커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후 2010년에 40년 특집 뉴스데스크와 무릎팍도사에서 당시 뉴스 진행을 했던 강성구 앵커와 백지연 앵커가 밝힌 정황에 따르면, 웬 낯선 사람이 스튜디오에 다가오긴 했어도 당시에는 국내외에 큰 사건이 터졌을 때 쪽대본 식으로 실시간 속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빈번했기에 "또 어떤 기자가 속보 원고를 가지고 오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어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일이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4. 사건 이후
당연하겠지만, 방송국의 보안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소창영의 목적이 자신의 망상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었으므로[12] 딱히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고 뉴스를 보던 국민들이 생방송으로 잠깐 정신이상자의 민폐를 보는 정도로 끝났으나, 만약에 흉기라도 들고 난동을 부렸으면 강성구 앵커가 중상을 입거나, 심하면 사람이 살해당하는 광경이 전국으로 송출되는 아찔한 사건이 벌어졌을 것이다.
뉴스가 시작되는 9시 무렵, 사옥 남쪽의 중계사무소 확장 공사장 철문을 넘어 방송국에 침입했으며 비상계단을 통해 5층 뉴스 부조정실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 제지가 없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
이 사건으로 인해 MBC 사내에서 보안직원 중에 문책받은 직원들이 많았고 외부인 출입통제가 굉장히 강화되었지만 여의도 구 사옥의 물리적 방어한계상[13] 1999년 MBC 습격 사건 때 방송국 주조정실까지 광신자들의 난입으로 인해 공격받은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 MBC가 여의도에서 일산 및 상암동으로 이사간 후 건물 구조부터 쉽게 난입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으며 보안은 물론 물리적 방어가 대폭 강화된 상태라 지금은 일어나기 힘든 사건.
이 사건은 발생한 지 3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간간이 언급될 만큼,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방송사고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이다.
5. 소창영은 누구인가?
소창영(蘇昌永)은 1988년 당시에 24세였다. 즉 1964년생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58~59세) 사건 이전 해인 1987년 7월 13일에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대명유압'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던 소창영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축구를 하다가, 축구공이 귀에 맞아 고막이 파열되었다.[14] 이에 인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이명 증상이 멎질 않자, "의사가 나의 귀에 도청장치를 심어 놓았다"는 망상에 빠졌다. #[15]
그는 MBC 뉴스데스크 방송사고 말고도 다른 소동을 많이 일으켰다. 방송사고 5일 전인 동년 7월 30일에도,[16] 장충체육관에서 생방송되던 MBC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17] 무대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거나 동년 7월 18일에는 <주부가요열창> 녹화 때 방청석에 있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등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MBC의 방송진행을 방해했다고 한다.
'내 귀에 도청 장치' 소동 1년이 지난 1989년 9월 27일에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시위를 하는 자리에 끼어들어, 학생과 전경 사이에서 양말과 구두만 남기고 옷을 전부 벗고서는 "도청장치가 귀에 있다"고 다시금 주장했다. 이후 그가 연행된 뒤에 서울대생들은 시위 분위기가 애매해지자 어물어물 스스로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했다고 한다. #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1989년 12월 2일에는 MBC <여론광장>의 명동 현장 생방송에 끼어들어 소동을 벌였다. # [18]
또 1년 3개월이 지난 1991년 3월에는 연세대학교 도서관 앞에서 다시 한 번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를 외치면서 알몸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때는 벽보까지 미리 준비해서 자신의 사연을 알렸다. 그는 1987년부터 대림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 받는 동안에 도청기가 설치되었다고 주장했다. #
2008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이 사람이 그 뒤로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고자 수소문했으나 여러번에 걸쳐 이사한 터라 결국 정확한 근황은 알아내지 못했다. 소창영은 1964년생인 것으로 보이며, 살아 있다면 58~59세일 것이다.
2011년 당시 같은 계열사인 MBC 플러스의 케이블 채널 MBC LIFE(현 MBC ON)의 히스토리 후에서 그의 행적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 방송에서도 그의 행방은 못 찾았고, 다만 1991년 즈음에 본래 살던 곳에서 떠나면서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는 정도의 정보만 얻었다
6.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가
사건 이후 문제의 남자에 대한 다양한 소문이 세간에 떠돌았다. 대체적으로 2가지로 나눠보자면 '방송사고 후 정신병원에 끌려갔다는 것'[19], 혹은 '고문 후유증 탓에 미쳐 이런 짓을 벌였다'라는 것. 그러나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누가 나를 감시한다', '누가 나를 조종한다', '내 안에 칩이 심어져 있다'라는 내용은 딱히 고문을 당하지 않았어도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심각한 피해망상 증상이다.
가끔 학교 근처에서 유인물을 뿌려대거나 지하철, 휴게소 화장실 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 최근에는 인터넷에 이런 내용의 게시물이나 댓글을 다는 사람, 혹은 인터넷 개인방송 서비스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고문이나 심각한 피해를 당해서 그런 건 아니다. 조현병은 다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만큼 어떤 요인에 의해서 발병했다고 단언할 수가 없다. 다만 살면서 겪는 온갖 어려움 내지는 정신적 고통을 현실성을 유지하면서 적절히 처리하는 자아가 붕괴되었을 때 발병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조현병 환자들의 피해망상의 기저에 자신이 너무도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유독 괴롭히고 삶이 박해 받는다는 신념이 혼합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면 환자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1990년대 초반까지는 고문이나 공안조작사건이 횡행했던 시절이었고 경기호황에 따라 윤락업 수요가 크게 늘어나서 납치사건이 잇따랐던 시절이었는데 이 때문에 공권력이나 폭력배에 의해 피해받던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 희생자일 가능성은 없지 않다. 아직도 서울역에 가면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의 일부는 정말로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에게 감시와 고문을 당했던 사람이다.
한 예로, 6기 전대협 의장(서울대 총학생회장)이자 시카고대 박사인 태재준(太載畯)은 실제로 학생운동을 하던시기에 전대협 의장이라는 이유로 안기부에게 감시 도청과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이후로 미국에서 유학했을 때 고문후유증이 재발하면서 폐인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독살시도하려고 한다면서 1인시위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예전의 미국 CIA의 MK울트라 프로젝트와 비슷한[20] 음모론처럼 국가에서 개인의 몸 속에 도청장치를 심는다는 도시전설을 실제로 믿은 망상증 환자가 벌인 사건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검찰 조사에 따르면 선반공에서 일하던 남자가 일하던 중에 축구공에 귀를 맞아 오른쪽 귀 고막이 파열되었는데 귀에서 진동음이 계속 들리자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담으로 망상증 환자들 중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전파무기'라던가 '마인드컨트롤', '집단스토킹' 등으로 검색하면 국가에서 자신에게 도청장치를 심었다던가 초음파로 암살을 하려 한다던가 대처법은 은박지를 머리에 쓰는 것이라든가 하는 좀 이상한(속된말로 정신 나간)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글이 종종 보인다. 대표적인 예시. (댓글 주목)[21]
국정원 과거사위에 비슷한 내용의 편지가 도착했는데, 국정원이 자기를 감시하고 있으며, 그 증거들을 기술해서 써 놓았다. 그 증거라는 것들 중 하나는 국정원이 자신의 모친까지도 포섭하여 독살하려고 하며, 그 증거로 찌개에 들어간 호박이 썰린 각도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 등의 허황된 말이다.
시대의 대형 사건 사고를 따라가는 유행이 있다. 일례로 2014년 이후에는 현기차의 급발진과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가 국정원 2층 민원실에서 쏜 독전파에 조종당해 일어난 것이란 주장이 돌아다닌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지하상가에 이런 내용이 쓰인 설치물이 출몰했다.
7. 대중매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