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경축식에 부쳐
김 성 문
오늘은 10월 9일, 576돌 한글날이다. 『세종실록』에 1446년 음력 9월 29일 훈민정음이 반포됐다고 기록되어 있다. 1926년 음력 9월 29일을 맞이하여 ‘조선어연구회(한글학회의 전신)’가 주동이 된 기념식 때는 제1회 '가갸날'로 정했다가 1928년 한글날로 바꿨다. 그 후 1940년 7월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 서문에는 반포 날짜가 9월 '상한(上澣)'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상한(상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 9일을 한글날로 확정하고 경축식을 하고 있다.
한글날은 1946년에 군정법률 제9호 「근무 규정」에 의하여 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글날은 그동안 계속해서 1990년까지 공휴일이었다. 정부에서는 공휴일이 지나치게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이 있다고 하여 1991년부터는 ‘국군의 날’과 함께 ‘한글날’은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일반 기념일이 됐다. 그 후 한글 관련 단체들의 노력 끝에 2005년에는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로 지정했다가 다시 공휴일인 국경일로 됐다. 2020년부터는 대체공휴일까지 지정됐다.
1970년대에는 국경일에 학생들이 등교하여 기념식을 하고 수업 없이 집으로 돌아간 예도 있다. 국경일 기념식 때는 반드시 그 국경일에 해당하는 노래를 불렀다. 오늘, 한글날 경축식 때는 3절까지 있는 한글날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도 있다. 최현배 작사, 박태현 작곡인 한글날 노래 가사 1절을 조금 음미해 본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중략)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한글로 힘을 기르기 위해 우리나라 대기업이 나섰다. 삼성전자는 '삼성'이라는 글자에서 시옷 두 개를 웃는 눈으로, ‘ㅏ’와 ‘ㅓ’를 코의 위치에, ‘ㅁ’과 ‘ㅇ’을 입의 위치로 연출했다. 올해 한글날 하루 동안 전 세계 사회관계망 계정 200여 개와 삼성 닷컴 누리집에 로고 플레이를 게재했다. 또 세계 각지 명소인 런던 피커딜리, 뉴욕 타임스스퀘어, 밀라노 두오모 등 옥외 광고에서 삼성 로고를 일주일 동안 만나 볼 수 있다니 한글이 세계적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은 ‘88서울올림픽’ 때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7인조 보이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불릴 정도이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대기업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들의 활동은 한글의 밀알이 되어 싹을 틔운다. 한글의 싹은 세계적인 언어가 되기 위해 잘 자라고 있다.
간혹 매스컴에서 ‘한글 파괴’라는 용어를 들을 때가 있다.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글자이므로 단어나 문법이 틀렸다고 한글이 파괴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어 파괴’라는 용어가 적당하겠다.
사회가 급변함에 따라 언어도 급속도로 변화해서 신조어가 많이 생성된다. 신조어는 사투리가 많은데 표준어가 아니라서 한국어 파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한국어 파괴가 아니다. 대구 지역에서는 ‘선생님’을 ‘쌤’이란 방언을 사용한다. 인천 지역에서는 ‘대단하다’를 ‘쩐다’로 사용한다. 신조어 중에서 ‘헉!’이 발전해 뭔가 어처구니없어서 황당하고 맥이 빠질 때 ‘헐!’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는 표준어가 아닌 표현들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글이다. 세계 공용어로 자리잡고 있는 영어는 한글만큼 표현하는 단어 수가 적다. 영어에서 ‘파랗다’는 blue로 표현하고, 맑은 파랑은 clear blue, 밝은 파랑은 light blue, 엷은 파랑은 tender blue 등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한글로는 ‘파랗다’를 새파랗다, 파르하다, 파릇하다, 파르스름하다, 엷파랗다, 파르스레하다, 파름하다, 푸르죽죽하다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한글은 어휘가 풍부하다. 이처럼 한글은 다른 언어로는 표현이 어려운 아름다운 의미를 담은 단어들이 많다.
그리고 한글은 문자의 획이 단순해 배우기 쉽다. 발성기관이나 소리가 나는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소리와 문자가 연관되어 있다. 영어는 같은 글자라도 주변 글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 한글은 같은 글자는 언제 어디서나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하다. 그래서 훈민정음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을 만큼 우수하다.
한글은 누구나 쓰기와 읽기가 쉬워 편리함을 알고 한글을 모국어로 쓰는 부족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다. 그들은 글자가 없어서 불편을 느끼던 중 그들의 언어에 한글을 글자로 사용하게 됐다. 그들이 쓴 글자는 뜻을 알 수가 없으나 한글로 썼다. 즉 발은 ‘까께’, 호수는 ‘다나우’, 우산은 ‘빠우’로 쓴다.
2017년 통계에 의하면, 한글을 제2외국어로 선택한 국가는 태국, 인도, 터키 등 무려 39개국에서 16만 명이 배우고 있다. 베트남은 제1외국어로 선택하고 있다니 한글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도(道)에서는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 사진 공모전이 있었다. 이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는 대회이다.
수상한 작품을 보면,
남편과 아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 ‘가시버시’,
두 빛나는 날개인 ‘두빛나래’,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 하라는 뜻인 ‘또바기’,
사랑하는 우리 사이로 알고 있는 ‘예그리나’,
뜨락에 책을 붙여서 ‘책뜨락’ 등이다.
한글은 한 글자 한 글자에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이 담겨있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세계적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인정받고 있다. 누구를 애틋하게 사랑한다는 순우리말은 ‘다솜’이고,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은 ‘윤슬’이다. ‘한울’은 우주의 순우리말이다.
바쁜 일상에서 ‘윤슬’을 생각한다. 한없이 넓은 연못 속에 보름 달빛이 비치는 잔물결은 고요하고 편안하다
첫댓글 요즘 젊은사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때가 많아요. 진짜 한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아름다운 우리말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잊혀지기 마련이지요. 적절한 시기에 올리셨습니다.
조 선생님! 읽어 주시고 고운 멘트에 감사드립니다.^^
'윤슬' 참 예쁜 말이네요.
고교시절 산문 제목을 '시나브로'라 지은 적이 있었는데^^
왕성한 집필 활동 응원합니다.
전 모처럼 신랑이랑 낚시 왔는데 고기는 안 보이고 모기만 극성이네요.
김영란
모기도 예쁜 김 선생님을 알아본 것 같습니다. 보람있게 지내다 오셔요.
선생님 잘 읽고 갑니다.
우리 말 우리 글 사랑합시다.
선생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겨 보니 옛날이 그립습니다. MZ세대의 한글 줄인말 통 이해가 안 되니 답답하기도 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서용선
MZ세대의 말도 알아야 서로가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알도록 해 봅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안그래도 MZ세대가 쓰는 말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던 사람중 한 사람이었답니다.
특히 존칭을 쓰는 일에 사람에게 써야할 존칭을 무차별로
사물에 쓴다는 건 답답하다 못하 미래가 걱정되었습니다.
카페에 가면 "커피 나오셨어요"
또는 은행에 갔을 때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밥을 시킬때
" 번호표 나오시면 들고 계시다가 자기 번호가 뜨시면 밥 받아 가면 됩니다."
존칭을 가려서 해야하는데 아무데나 부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젊은 세대들 "국어 바로 쓰기" 운동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임 선생님! 의견에 정말 동의합니다.
흔히들 사회자가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사물에 대한 용어는 잘 써야 하겠습니다.
좋은 멘트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었읍니다,
감사 합니다,
글 쓰신다는 것이 참 힘드신 작업이고 고행인데 !!~
감사합니다. 김용인
김 선생님!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