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승인 심사를 중단한 세계보건기구(WHO)가 러시아 측이 필요한 법률적 문서에 서명한다면, 올해 내에 백신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WHO 선임 연구원 수미야 스바미나탄이 12일 말했다.
스바미타난 연구원은 이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WHO의 사용 승인) 평가 작업이 재개되기 전에 양측이 서명해야 할 몇몇 법률 문서들이 있다"며 "우리(WHO와 스푸트니크V)는 여기에 멈춰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 측이 조만간 이 문서들에 서명할 것임을 보장했다"며 "며칠 내에 서명할 경우, (백신) 보고서 평가 작업과 (양측의) 대화가 재개될 것이고, 그 뒤 러시아 현지 실사가 연말 전에 이뤄지면서 (평가 작업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바미타난 연구원은 하지만, 양측이 서명해야 할 법률적 문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WHO: 스푸트니크V 백신의 승인이 연말까지 이뤄질 것/얀덱스 캡처
이와 관련, 마리안젤라 시마오 WHO 사무차장은 지난 7일 제네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러시아와는 백신 보고서 등 일련의 법률 문서 미비로 (평가 작업이) 중단됐다"면서도 "검증 재개가 임박했다"고 말해 소위 '법률적 문제'가 해결됐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시마오 차장의 이같은 발언은 미하일 무라쉬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이 지난 2일 제네바에서 테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과 회담한 사실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당시 무라쉬코 장관은 회담 후 "WHO가 '스푸트니크V'를 승인하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 모두 제거됐으며, 일부 서류 작업만 남았다"고 말했다. WHO 사무총장과 만남을 통해 법률적 문서 서명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WHO 본사/자료출처:홈페이지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WHO가 러시아 내 7개 '스푸트니크 V' 백신 생산 시설 중 4곳을 현장 실사한 뒤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 중 한 곳에 대해 GMP(제조 방식 기준) 위반 문제를 제기하면서 승인 평가 작업을 중단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문제가 된 생산 시설에 대한 보완 작업을 서둘러 완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선행되는 법률적 서명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스바미나탄 연구원의 '연내 승인(?) 가능' 발언에 대한 현지 언론의 분석및 평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현지 언론들도 미묘하게 해석상의 차이를 드러냈다.
"WHO 전문가, 스푸트니크V 승인이 언제 이뤄질런지에 대해 말했다"는 제목을 단 리아노보스티 인터뷰 보도/캡춰
얀덱스의 관련 기사 모음 캡처. 위로부터 기사 2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사들은 '2021년 말 전', '올해 말 전', '새해가 되기 전' WHO가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할 수 있다고 썼다.
WHO의 '스푸트니크V' 평가 작업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분석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매체 rbc와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12일 "WHO가 스푸트니크V 승인 (가능) 시기를 추정했다"는 제목을 뽑았다. 일부 언론이 "올해 말까지 스푸트니크V를 승인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제목과는 다르다.
rbc는 스바미나탄 연구원의 리아노보스티 인터뷰 발언을 "WHO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승인할 수 있지만, 정확한 시기는 (법률적인) 일부 문서에 서명하는 시기에 달려 있다"고 해석했다. 또 “며칠 내에 (러시아 측이 문서에) 서명을 하고 평가 작업이 재개된다면 연말 전에 현장 실사가 시작되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러나 이는 법률적 협약(서명)이 이뤄지는 다음 단계에 달려 있기 때문에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WHO에서는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 시기를 평가했다고 쓴 rbc 기사/캡처
'WHO 전문가, 스푸트니크V의 승인 가능한 시기를 언급했다'는 제목을 단 이즈베스티야 보도/캡처
이즈베스티야는 스바미나탄 연구원의 발언을 전하면서 "평가 작업의 재개 시기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WHO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마르쿠스 에데러 주러시아 유럽연합(EU) 대사가 지난 8일 r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약품청(EMA)가 요청한 검사 시기를 러시아 측이 반복적으로 연기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승인 절차를 늦추고 있다"고 강조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백신을 조기에 승인받기 위해 요구되는 러시아 측 대응의 안이함과 허술함을 은연중에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